• 사람은 들어갈 때와 나갈 때가 분명해야 한다.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미련에 허우적거리다 보면 결국은 패가망신하게 된다. 그 때에 가서야 나갈 때 나가지 못했음을 한탄하게 되지만 이미 엎지르진 물이다. 이회창의 경우가 그런 운명인 것 같다.

    이회창의 출마 명분은 보수우파세력을 대표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경선 결과에 불만을 품은 일부 극단 세력의 부추김을 이용하여 자신의 개인적 욕심을 채우려고 한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민주적 절차보다 특정 개인에 충성하는 한 무리가 한나라당 경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이리 저리 마구 헤매다가 이회창이란 노회한 정치꾼을 만나 위험하고 정당하지 않은 일을 벌이려고 하고 있다.

    보수우파세력이 현 정치상황에 불만을 가지고 있음은 능히 짐작할 수 있고 또 정당하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목적보다 절차가 더 중요하다. 불만이 있다면 자신들의 정당한 불만을 정당한 절차를 통해 관철시키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보수우파세력이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정권교체를 실현시키려고 노력하였다면 한나라당의 경선결과에 대해서도 승복하여야 한다. 그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선출된 후보에게 우리들의 정당한 요구를 수용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노선을 수정하도록 압박하여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불만이 있다고 하여도 과연 이회창을 앞세워 독자적으로 후보를 내세우는 것이 정당하고 또 효과적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회창은 우선 적합한 인물이 아니다. 이회창은 우리 보수우파세력이 지키고자 하는 이념을 대변한 적이 없다. 지난 5년간, 또는 자신으로 인해 친북좌파정권이 들어선 지난 10년간 이회창은 한번도 대한민국 헌법을 지키기 위해 투쟁한 적이 없다. 오히려 자신의 자식을 2명 모두 군대에 보내지 않아 국민의 지탄을 받았고 그로 인해 정권을 친북좌파에게 빼앗겼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대선에서는 여중생 사망 사건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반미친북세력의 촛불집회에 나가 몇 시간이나 홀대를 받으면서도 그들의 인정을 받으려고 구걸행각을 벌였다. 그 당시는 한나라당이 집권에 실패하는 것이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속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는데 이회창이라는 개인적 자격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한나라당의 후보로 선출되어 2번이나 정권창출에 실패하였던 것이다. 말하자면 그는 개인적 하자로 인해 그가 용이 될 수 있는 기회를 2번이나 잃었다.

    그런 전력을 가진 이회창이 이번에 보수우파세력을 대변하여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겠다는 것은 정당하지도 타당하지도 않다. 무엇보다 이회창이 한나라당을 탈당하여 무소속으로 출마하든 또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든 이것은 경선불복이다. 현재 경선에 참가한 사람에게만 경선불복이 해당하는 것 같지만 사실상 한나라당 당원 전원에 이 개념은 적용된다. 한나라당 당원이라면 경선에 모두 참가한 것이다. 후보선출에 당원으로서 한 표를 행사하였고 그 말은 곧 경선결과에 승복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이회창도 이번에 한 표를 행사하였을 것이다. 이명박을 찍었든 또는 박근혜를 찍었든, 나아가 홍준표를 찍었든 원희룡을 찍었던 그는 한 표를 행사함으로써 경선결과를 받아들이기로 약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회창이 한나라당을 탈당하여 독자적으로 출마하는 것은 경선불복에 해당한다.

    경선불복은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 투표에 참가하는 것은 그 절차가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며 또 그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의사의 표시다. 그 결과가 마음에 안든다고 뛰쳐 나와 독자적으로 행동한다면 그 사람은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없는 사람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없는 사람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은 어느 특정 개인이 지배하거나 특정 가문이 지배하는 나라가 아니라 국민이 지배하는 민주공화국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이명박은 지지율이 50%가 넘는다. 이 지지율은 이회창이 한번도 달성한 적이 없는 수치다. 지지율이 50%가 넘는다는 것은 국민이 이명박을 원한다는 뜻이다. 그런 정당한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의도적으로 자신이 소수세력의 대표가 되겠다는 뜻이다. 그가 소수세력의 대표가 되려고 하는 것은 결국 대통령이 목표가 아니라 다음 총선에서 적으나마 지분을 차지하겠다는 옹졸한 욕심을 가지고 있다고 밖에 판단할 수 없다.

    지금 범여권의 후보들이나 민노당 등 국민의 광범한 지지를 받지 못하는 군소정당의 후보들은 대통령선거가 아니라 다음에 있을 총선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문국현마저 대선이 아니라 총선에서 민노당처럼 살아남는 것이 목적이라고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회창도 지금 굳이 대선에 출마하려고 하는 것은 불만을 가진 보수우파세력을 업고 내년 총선에서 작은 세력이나마 국회에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옹졸한 욕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 보수세력의 표가 분산되어 정권교체가 물거품이 되어도 상관이 없다는 식의 무책임이 그 밑바탕에 깔려있다.

    이회창은 용이 되겠다고 두 번이나 시도하였다. 아니 용이 될 기회를 두 번이나 갖는 천운을 누렸다. 그러나 그 개인이 가지고 있는 약점으로 인해 그는 실패하였다. 그 결과는 이회창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실패를 가져왔다. 그로 인해 친북좌파가 10년간 집권하여 대한민국을 난도질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회창이 또 다시 경선에 불복하고 독자적으로 출마한다면 진정 그는 추한 미꾸라지로 전락할 것이다. 근본적으로 그의 인격이 미꾸라지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정권교체의 기회를 잃어버릴 위험을 무시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항간에는 민노당과 같은 역할을 할 보수정당이 있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 실제로 몇 개의 극보수로 알려진 정당이 결성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런 일은 정권교체 다음에 시작하여도 늦지 않다. 보수세력이 분열되고서도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것은 극히 오만한 발상이다. 지금은 정권교체가 절실한 만큼 모두 힘을 합할 때다. 경선불복으로 실패한 전력이 있는 이회창 본인이 경선불복의 당사자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이회창은 독자출마가 아니라 이명박을 도와야 한다. 아니면 지금까지 한 것처럼 가만히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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