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이회창 전 대통령 후보가 다시 이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도 있다는 보다가 계속 나오고 있다. 선거일 50일 정도를 남기고 있는 이 때에 느닷없이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이회창은 과거 이인제의 역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고 올바른 선택을 하여야 한다.

    한나라당 경선이 과열되면서 도가 지나친 검증공방이 있을 때 나는 차라리 검증이 끝난 이회창이 나오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것은 그 때의 일이다. 이회창이 한나라당 경선에 참가하여 경쟁하고 또 한나라당의 경선규정에 따라 후보로 선출된다면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지나친 검증게임을 경고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지금은 정권교체의 사명을 이명박 후보가 지게 되었다. 마음속 깊이 한나라당에 대한 불신이나 불만족이 자리잡고 있다고 하더라도 역시 정권교체를 맡을 정당은 한나라당밖에 없으며 현 단계에서 정권교체의 임무를 맡은 사람은 역시 이명박 후보다. 한나라당에 대한 불만이나 이명박에 대한 불만이 있다면 일단 정권교체를 이룬 후 국민여론을 통해 노선을 수정해 나가는 것이 현 단계에서 최선이다.

    혹시 이명박 후보가 보수우파의 이념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생각하고 있다면 이 역시 잘못이다. 지금 친북좌파세력이 정동영을 후보로 내세웠으나 국민의 지지는 미미하다. 또한 소위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도 가능성이 낮은 것 같다. 이 때에 국민의 50% 이상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명박 후보가 이념적으로 각을 세울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하여 이명박의 이념적 성향을 회의적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그는 자본주의국가에서 기업을 운영한 사람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제도 속에서 살아온 사람이다. 자유민주주의는 그의 뼈속까지 스며들어 있을 것이다. 선거전략과 후보의 개인적 이념은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또는 도곡동 땅이니 BKK니 하는 여권의 거짓 공세에 이명박 후보가 그야말로 한 방에 날아갈 것 같아 걱정한다면 이것도 기우에 불과하다. 이명박 후보는 이미 김대중 시절 혹독한 검증을 거쳤다. 지금 여권은 그 때의 검증 결과는 생각하지 않고 오직 의혹만 재생산하고 있다. 이 문제는 이미 검증이 끝난 상태다. 혹시 김대업식의 거짓 폭로가 효과를 낼 것으로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지만 국민은 이미 학습을 하였기에 그런 폭발력은 없다. 오히려 국민은 그런 검증 놀음에 식상해 있다.

    이 순간에 이회창 전 후보가 할 일이 있다. 그것은 이명박 후보 지지연설을 전국적으로 개최하는 것이다. 만약에 이명박 후보의 이념을 검증하고 또 영향을 끼치고 싶다면 오히려 이런 방법으로 전국 순회 연설을 통해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면서 그에게 압박을 가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다. 공식적인 후보선출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대통령 후보로 나서겠다고 고민하는 것은 훼방꾼으로서 인식될 뿐 정권교체에 기여할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이회창 전 후보가 정말로 자신의 지난 행적에 대해 반성한다면, 지금 자신의 보수주의적 이념을 이명박 후보를 공격하는데 쓸 것이 아니라 이명박 후보를 보완하고 지원하는데 써야 할 것이다. 두 번이나 대선에서 져서, 그것도 두 번째 선거에서는 여중생 촛불시위에 불청객으로 참석하여 몇 시간 홀대를 받은 전력을 생각하면, 그래서 친북좌파정권 10년의 단초를 제공했다면, 이회창은 뼈저린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회창 전 후보가 독자적으로 대통령 후보로 나선다면, 아니 그러한 유혹을 뿌리칠 냉철한 판단과 사명감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이회창은 또 다시 국민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 이회창은 왜 이명박 후보 지지연설을 주저하는가? 적어도 이명박이 정동영보다는 나은 선택이 아닌가?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