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후보가 2007년 대선이 보수우파 대 친북좌파의 대결이라고 규정한 하루 뒤 자신은 실용주의 노선을 걷고 있다고 하였다. 많은 사람들은 이 두 가지가 상호 모순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이명박 후보의 이념적 정체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게 된 사람도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의 이념적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북한정권과 대북정책의 반인륜성과 친북성을 구체적으로 소리높혀 지적하지 않는 것에서 갖게 되는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지 실용주의 노선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하 본인이 생각하는 실용주의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 정의

    실용주의란 각 개인의 행복을 최고의 가치로 설정하고 모든 사물의 판단 기준을 각 개인의 행복 증진 또는 전 사회 구성원의 삶의 질의 향상에 두는 관점을 말한다.

    이 말은 국가의 영광 또는 공동체의 번영보다 각 개인의 인격적 가치를 우선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국가의 영광을 위해서 또는 공동체의 번영을 위해서 개인이 희생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또한 모든 사물의 판단 기준을 각 개인의 행복 또는 전 사회 구성원의 삶의 질의 향상에 둔다는 것은 특정 이론이나 논리에 각 개인을 종속시키는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의 행복한 삶에 이론이나 논리를 종속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치 특정 종교에서 신자들에게 특정 행위규범을 부과하는 것과는 달리 사회는 특정 이념에 따른 특정 라이프스타일을 각 개인에게 강요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왜냐하면, 종교와는 달리, 세속적 규범이 강제성을 띄게 되면 개인의 자유는 제한되고 따라서 개인의 행복은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질서유지를 위한 규범은 강제되어야 한다.

    □ 하위 개념

    실용주의를 이렇게 정의하고 보면 다음과 같은 하위 개념들이 실용주의에 포함되는 것을 알 수 있다.

    ○ 합리주의 :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사물의 가치를 개인의 행복 증진에 기여하는 정도에 따라 판단한다. 따라서 자본주의도 공산주의도 그 이념 자체로 평가될 수 없다. 그러한 이념이 개인의 행복을 증진시키는데 기여하는지 기여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실용적 판단에 따라 그 이념을 평가하여야 한다.

    아무리 그 자체로는 완벽한 이론이라고 하드라도 그것이 인간의 삶의 질의 향상, 각 개인의 행복의 증진에 기여하지 않는다면 그 이론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더구나 특정 이념이 사회구성원의 극히 일부의 인권을 제한한다고 하여도 그 이념은 가치가 없다. 이런 의미에서 사회구성원의 일부에 대해서만 완전한 인격을 인정하는 계급독재, 특히 극히 일부의 인격만 인정하고 대부분의 인격을 부정하는 군사독재는 정당화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날 정당성을 인정할 있는 정치적 이념은 각 개인의 자유를 최대로 보장하는 자유민주체제뿐이다. 자유민주체제만이 각 개인의 행복 추구권을 보편적 가치로 인정하는 합리적이고 정당한 이념이다.

    ○ 교조주의 배격 : 이 말은 곧 실용주의는, 따라서, 특정 이론이나 사상 또는 가치에 따라 각 개인의 삶을 구속하려는 교조주의를 배격한다. 특정 이념에 따라 각 개인이 살아갈 것을 강요하는 공산주의는 교조주의의 전형이다. 더구나 김일성/김정일 한 개인의 독단에 따라 북한 주민의 삶이 결정되는 북한 사회는 극단적 교조주의 사회다. 따라서 북한은 극단적 반 실용주의 사회라고 규정할 수 있다.

    ○ 절충주의 : 실용주의는 따라서 특정 사회이론에 따라 사회를 재단하지 않고 오직 인간(개인)의 삶의 질의 향상에 기여하는 이론을 종합적으로 절충하여 통합적으로 운용한다. 마치 인간신체의 완전한 해석을 위해서는 순환계, 호흡계, 신경계 등 종합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듯이 사회구성 및 운용 원칙을 완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회이론을 종합적으로 절충하여야 한다.

    절충주의의 필요성은 각 학문이 각각 별개로 발전해온 역사적 사실과 관련이 있다. 사회의 모든 현상은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종합이론이 아직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사회를 정치, 경제, 문화 등 각 분야로 나누어 이해하여야 한다. 따라서 어느 특정 분야의 시각으로 사회 전체를 재단할 수 없다.

    ○ 통합주의 : 따라서 각 개인의 행복 증진을 위해서는 기존의 모든 사회이론을 인간을 중심으로 통합하고 재구성하여 인간의 삶의 질의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학문의 발전은 각 학문별로 분리되어 가능하게 되었으나 사회의 온전한 이해를 위해서는 분리되어 발전한 각 학문을 종합할 필요가 있다.

    □ 기본원칙

    실용주의는 다음과 같은 기본원칙에 바탕을 둔다.

    ○ 인본주의(휴머니즘) 원칙 : 판단의 기준을 개인의 행복, 삶의 질의 향상에 둔다.

    ○ 동일한 최대 자유의 원칙 : 각 개인이 다른 모든 사람도 자신과 동일한 자유를 누린다는 조건하에 최대의 자유를 향유한다.

    ○ 공정한 경쟁 원칙 :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배경에 무관하게 오직 각 개인의 실력에 의한 공정한 경쟁을 보장한다.

    ○ 기회균등의 원칙 :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한 한 장치로서 기회균등을 보장한다.

    ○ 기본적 생존권 보장의 원칙 : 자유경쟁에서 패배한 사람들의 기본적 생존권은 사회가 보장한다.

    □ 정책적 함의

    실용주의는 따라서 다음과 같은 정책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 통합주의(절충주의) : 사회주의적 이상과 자본주의적 합리성을 결합한다.

    ● 사회주의적 이상 :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 자본주의적 합리성 : 자유경쟁이 개인의 노력(성과)과 사회적 진보(발전)를 연결하는 가장 기본적인 장치임을 인정하고 승자가 부와 명예와 권력을 향유하는 것을 인정(존경)

    ○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 미성년, 장애인, 노약자의 기본적 생존권을 사회가 보장한다

    ● 의식주 보장 : 누구나 먹고, 입고, 잘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 보장
    ● 의료권 보장 : 누구나 국립병원에서 진료 및 치료를 받을 권리 보장
    ● 교육권 보장 : 교육의 기회 균등 실현을 위해 누구나 기준에 따라 대학까지 무료로 교육받을 권리 보장

    □ 이론적 및 철학적 근거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자유경쟁이 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최선의 장치임을 인정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으나 국가 또는 사회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동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자유민주주의가 왕권에 대항하여 개인의 권리를 강조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어 자유경쟁에 패배한 사람들의 기본적 생존권을 소홀히 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왜 사회적 약자에 대해 공동책임을 져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 할 수 있다.

    ○ 기본원칙 : 우리는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피할 수 없는 삶의 조건을 인정해야 한다. 이 말은 우리는 누구나 혼자서 살 수 없으며 남과 더불어 살아야 하기 때문에 각 개인이 사회로부터 얻는 것이 있으며 따라서 사회로 환원해야 할 것이 있다는 뜻이다.

    ○ 각 개인은 사회적 존재로서 성공 : 사회가 존재함으로써 분업과 전문화 그리고 지식의 축적이 가능하고 이들의 덕택에 각 개인이 성공할 수 있는 기본적 능력을 획득할 수 있었으며, 따라서 경쟁에서 성공한 개인은 사회적 기여분을 사회로 환원할 의무가 있다.

    ○ 정의의 원칙 : 기본적으로 각 개인은 자신의 능력에 따라 성공할 수 있어야 하며 이것이 사회정의다.

    ○ 자유경쟁의 원칙 : 따라서 기본적 사회 구성의 원칙은 자유경쟁이다. 기본적으로 자유경쟁에 의해 승자와 패자가 가려질 때 개인의 성공과 사회의 발전이 연결된다. 이런 의미에서 자유경쟁은 개인의 성공과 사회적 발전을 연결시키는 유일한 사회제도적 장치다.

    ○ 공동체 원칙(기본적 생존권 보장) : 각 개인의 성공은 사회의 존재로 가능하게 되었으며 따라서 각 개인의 성공에 기여한 사회적 부분은 사회로 환원하여야 한다. 사회는 이 환원된 사회적 자원을 가지고 경쟁에서 패배한 사회적 약자의 기본적 생존권을 보장하여야 한다.

    이상 아주 간단하게 실용주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결론적으로 실용주의는 공산주의나 군사독재는 배격하며 자유민주체제와 자유경쟁을 그 내용으로 한다.

    보수주의나 보수우파 또는 자유주의나 자유애국의 의미 역시 대한민국의 정체성의 근간인 자유민주체제와 시장경제를 기본원칙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구현한 대한민국헌법을 지키려는 정치적 이념 또는 결사와 운동을 의미한다. 따라서 보수우파와 실용주의는 동전의 양면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객원칼럼니스트의 칼럼내용은 뉴데일리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