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경선이 끝난 후 일부 박사모 회원이 보여준 행태는 참으로 안타까운 것이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주군’을 위해 충성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주군을 죽이고 있다. 이들의 경솔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주군도 져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주군이 확실하게 그들의 행동을 제지하였다면 그들이 막무가내로 행동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이 연일 경선무효 농성을 벌이고 있고 또 경선무효 소송까지 제기하는 등 항의방법이나 내용이 도를 넘는 것이다. 단순한 불만 정도가 아니라 경선의 정당성까지 문제로 삼는 것은 단순히 경선결과에 불복한다는 의미를 넘어 경선절차 나아가 경선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비민주적이며 반한나라당 행동으로밖에 볼 수 없다. 그래서 그런지 이들은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느니 차라리 친북좌파 후보를 지지하자는 격문까지 내걸고 있다. 경선불복을 지나 적극적 해당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행태를 보면 이들이 노리는 것은 애당초 경선을 축제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경선을 깽판치는 것이었던 것 같다.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경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경선자체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특정인에 대한 맹목적 충성심만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특정인에 대한 무조건적 충성은 히틀러 같은 독재자를 낳을 뿐이다.

    그런데 더 이해하기 힘든 것은 박캠프의 비중 있는 정치인들의 캠프 해단식에서의 발언이다. 이들은 박사모의 이러한 맹목적 행동을 제지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경선불복행동을 오히려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서청원 상임고문은 “나는 승리를 인정하지만 그 사람(이 후보)의 도덕성 책임까지 안을 책임은 없다”고 말하였다. 한나라당의 대표를 지낸 정치인의 말이라고 보기에 너무 거칠고 복선을 깔고 있다.

    안병훈 선대위원장 역시 “국민선거인단이 행한 투표에서는 이기고 여론조사에서 져 패하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을 놓고 분하고 원통해서 밤잠을 못자면서 일주일을 보냈다”고 말했다. 선거결과가 최종 합계 수치로 결정되는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척 최종 합계치가 아닐 그 일부분의 표를 두고 이겼다는 표현을 쓰는 것이 선동의 목적이 아니라면 쓸 수 없는 용어다. 선거결과는 부분적 수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연 이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박근혜 후보 자신도 그렇게 명쾌하지는 않았다. 박 후보는 “오직 죄스러울 뿐”이라면서 “여러분이 보내준 그 큰 사랑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말하고 “여러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하여 자신의 관심범위가 전국가적이 아니라 자신의 지지자그룹에 한정되어 있음을 보여줬다. 자신이 경선에 깨끗하게 승복하였으니 여러분들이 섭섭하더라도 대의를 위해 한나라당이 선택한 후보를 지지할 것을 당부하는 발언이나 박사모의 무모한 행태에 대해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는 정도의 발언은 할 필요가 있었다. 박근혜 후보는 한 말보다는 하지 않은 말을 통해 자신의 가슴 속에 남아있는 그 어떤 앙금을 표현하였다.

    사실 사태가 이렇게 전개된 배경에는 박캠프의 도가 지나친 네거티브 공세가 있었다. 도가 지나친 네거티브만 아니라면 경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한다고 말하고서도 이런 식으로 머뭇거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박캠프는 스스로 만든 네거티브의 덫에 걸린 꼴이다.

    박근혜 후보는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그 큰 사랑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 그렇게 큰 사랑과 신뢰를 받았다는 것만도 과분하고 감사하다”면서 “앞으로도 저는 바른 정치를 할 것이고, 여러분과 힘을 합해서 좋은 나라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발언이 대의를 위해 우리가 섭섭하더라도 단결하자는 발언으로 이어졌다면 그야말로 별 다른 뜻이 없는 인사말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당연히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던 대의를 위해 소아를 버리자는 요청이 없어 이런 일견 무해한 듯한 발언이 그 속에 뼈가 들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단단히 버티고 있으니 나는 독자세력으로 별도의 공간에서 독자적으로 행동할 수도 있다는 경고처럼 들린다. 물 위에 뜬 기름처럼 따로 떨어져 논다면 그야말로 화합은 어렵다. 대의를 위해 소아를 버리지 않는다면 공멸할 수도 있다. 박캠프는 이제 지나간 일은 모두 잊고 툭툭 털고 일어나 심기일전하여 대의를 위해 화합하여야 한다. 그런 일은 박근혜 후보가 앞장서야 한다. 지금처럼 자신의 지지자 속에 빠져서는 큰일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객원칼럼니스트의 칼럼내용은 뉴데일리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