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후보는 단아한 모습과 깨끗한 이미지가 자랑거리였다. 그런데 경선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서부터 그 단아한 모습과 깨끗한 이미지가 사라지고 표정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였다. 생각해보면 박근혜 캠프가 소위 검증이란 이름으로 이명박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시작하면서부터 그러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그렇다면 박근혜 후보가 한나라당에 대한 공헌과 깨끗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음에도 지지율이 상한선에 막혀 있는 주된 이유는 바로 네거티브 공세에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네거티브 공세의 한 가운데에 홍사덕 공동 선대위원장이 있다.

    홍사덕 위원장은 검찰의 중간수사발표에서 이상은씨 몫이 차명으로 보인다는 발표를 그것이 이명박 소유로 단정하고 이명박 후보의 사퇴까지 요구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 문제와 BBK 문제, 그리고 희망세상21 산악회 논란을 ‘3대 게이트’로 몰아 네거티브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네거티브 공세가 옳지 못하다는 사실은 홍사덕 위원장 자신이 뼈저린 경험을 가지고 있어 더 잘 알 것으로 보인다.

    오래 전 일이지만 지난 1992년 3월에 소위 홍사덕 후보 비방유인물 살포사건이 있었다. 2005년 2월 18일자의 오마이뉴스 보도에 의하면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해 3월21일 한모(당시 37세, 5급)씨 등 안기부 직원 4명은 국회의원 선거(서울 강남을)에 출마한 홍 후보(당시 민주당)의 사생활을 비방하는 유인물들이 들어있는 편지봉투를 승용차로 살포하고 다니다가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 앞길에서 민주당원 10여명에게 붙잡혔다.

    봉투에는 "홍사덕은 아직도 축첩관계를 계속하며 수많은 여성을 울리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에 "비서로 일하다 몸을 빼앗기고 딸까지 낳았으나 입적도 시켜주지 않았다"는 내용의 편지 3장이 들어있었다. "홍사덕은 첩을 두고서도 사생아는 팽개치고 3명의 처녀와 6명의 유부녀를 농락한 파렴치한 후보"라는 내용의 유인물도 들어있었다.

    그 당시 이러한 비방유인물이 나도는 것을 직접 경험한 홍사덕 위원장은 누구보다 흑색선전의 폐해를 잘 알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경선에서 같은 당의 경선 후보인 이명박 후보에 대해 네거티브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만약에 누군가가 이 흑색선전의 내용이 사실이라고 우기면서 홍사덕 위원장에게 계속 진실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아무리 해명하여도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딸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라고 요구한다면 어떻게 사생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할 것인가? 나아가 이로 인해 홍사덕 위원장을 부도덕한 사람이라고 단정하고 모든 공직에서 사퇴하라고 요구한다면 홍사덕 위원장은 그에 대해 어떻게 답변하고 또 대처할 것인지 궁금하다.

    그런데 이러한 네거티브 선전에 대해 홍사덕 위원장 자신이 그것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 적이 있다. 2001년 7월 19일자 한국일보에 다음과 같은 인터뷰 기사가 있다.

    기자질문: 사생활 문제 때문에 당에서 서울시장 후보를 주기 어렵지 않느냐는 말도 있습니다.

    홍사덕 위원장 답변: 젊은 시절에 여러 번 사랑에 빠졌고 그것 때문에 허물이 있다는 것을 숨긴 적이 없습니다. 허물은 허물대로 드러내 보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저는 지금까지 늘 저의 장점으로 심판받아 왔습니다.

    그 당시 홍사덕 위원장의 사생활이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되는데 장애가 된다는 식의 기자의 질문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홍사덕 위원장의 사생활이 도마 위에 올라와 있었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명박 전 시장이 서울시장 후보가 되었을 때는 도곡동 땅에 대한 질문은 없었다. 그렇다면 홍사덕 위원장의 도덕성이 더 심각한 문제였음을 보여준다.

    어찌되었건 만약에 홍사덕 위원장을 반대하는 측에서 집요하게 위의 비방 유인물의 내용이 사실이라고 공격한다면 홍 위원장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번 도곡동 땅과 관련한 검찰의 중간 발표의 어느 곳에도 그 땅이 이명박 후보의 땅이라고 한 것이 없는데도 그 땅이 이명박 후보의 땅임이 명백하다면서 후보를 사퇴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홍 위원장이 축첩하였으며 숨겨놓은 딸이 있다고 네거티브 공세를 하는 것보다 더 지독하다. 사실 차명의 문제보다 축첩의 문제나 숨겨놓은 딸의 문제는 더 도덕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니겠는가.

    홍사덕 위원장은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 때에 동아일보사 김병관 회장의 부인이 투신자살한 것을 두고 “권력의 살인”이라고 규정하였었다. 홍사덕 위원장이 이명박 후보에 대해 필패론을 주장하며 이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말에 의한 살인’이 될 수도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홍사덕 위원장이 이명박 후보를 박근혜 후보보다 먼저 만나 중요한 역할을 맡겨달라고 요청하였으나 금방 태도를 바꾸어 박근혜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았다는 소문도 있는 만큼 이런 행동도 도의상 적절한 행동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홍사덕 위원장에게는 이 외에도 박근혜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아서는 안 될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홍사덕 위원장은 1999년 장기표씨와 무지개연합이라는 신당을 창당하기로 약속하였으나 이 약속을 깨고 한나라당에 입당하여 그 때도 선대위원장을 맡았었다. 뿐만 아니라 2005년 10월에는 박근혜 당시 당대표가 홍사덕 위원장이 노무현 탄핵의 주역이라는 이유로 공천에서 배제하자 탈당하여 무소속으로 출마하였었다. 그러다가 이번 경선에서 홍사덕은 당원도 아닌 상태에서 박근혜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복잡한 경력은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말해준다. 홍사덕 위원장은 이해관계에 따라 탈당과 복당을 마음대로 하는 기회주의자라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도 자신이 버렸던 사람을 다급한 나머지 선대위원장으로 다시 추대함으로써 일관성의 문제, 원칙의 문제에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한나라당 선관위에서는 홍사덕 위원장의 선거운동원 자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지난 7월 21일까지 복당하도록 권유하였고 홍사덕 위원장은 부랴부랴 복당원서를 냈었다.

    지금 박캠프에서 벌이고 있는 네거티브 공세는 효과가 없음이 증명되었다.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상한선에서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상대방 후보를 비방하는 것이 기존의 내 표를 단속하는 의미는 있을지 몰라도 새로운 표를 얻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애당초 다른 후보를 지지하던 사람이 그 사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고 하여 비방하는 사람을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설 리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네거티브 공세는 해당행위로 볼 수 있다. 한나라당 전체에 대한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경영학에서 인센티브를 동기요인과 위생요인으로 나눈다. 동기요인은 적극적으로 만족을 창출하지만 위생요인은 그렇지 못하다. 네거티브는 위생요인이다. 아무리 네거티브를 강하게 하여도 나의 지지는 올라가지 않는 법이다.

    또한 수단의 정당성도 중요하다. 알카에다가 아무리 합당한 이유를 가지고 있고 또 정당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 수단이 테러이기 때문에 세계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 오히려 간디나 킹 목사처럼 무저항으로 정의감에 호소할 때 힘이 생긴다. 법치국가에서 아무리 억울해도 사적보복은 허용되지 않는다. 아무리 상대방이 부도덕한 것처럼 보여도 자신이 정의의 심판자가 되겠다고 나서는 것은 옳지 못하다. 더구나 법치국가의 지도자로 자처하는 사람들이 네거티브 공세에 매달리는 것은 어떻게 보아도 옳지 못하다.

    최종 심판은 유권자가 한다. 유권자의 심판을 대신하겠다는 자세는 오히려 유권자의 심판을 받게 된다. 홍사덕 위원장이 네거티브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면 박 캠프는 홍사덕 위원장의 도덕성부터 먼저 검증해보아야 한다. 자체 도덕성 검증에서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 또 그 때만이 남의 잘못을 질타할 수 있는 도덕적 권능과 정당성이 부여될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홍사덕 위원장이 네거티브 공세의 주역을 담당하는 것은 무리다. 아마 국민은 속으로 비웃고 있을 것이다. 자기 눈 속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 속의 티를 본다는 말이 있다. 어쩌면 박 캠프에서 새겨들어야 할 말이 아닌가 한다.

    유방이 한왕조를 창업하는데는 장량의 보좌가 있었다. 장량의 보좌가 없었다면 아마 그는 한왕조를 열지 못했을 것이다. 큰일을 도모함에는 능히 그 일을 맡을 만한 인물을 써야 한다. 스스로 도덕적 흠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남을 나무라면 그것은 진정 나무라는 소리로 들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냉혹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박 캠프는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에 대해 공격하기 전에 먼저 주변인물의 도덕성부터 먼저 검증해야 한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