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이 평양으로 김정일을 만나러 가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것 같다. 어떤 부류는 이 기회에 ‘남북정상회담’이 정례화 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고 또 어떤 부류는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평양으로 김정일을 만나러 가도 좋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그 어느 것도 이번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대한민국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이고 북한의 김정일 공산군사세습독재정권은 반국가단체다. 그리고 대한민국 헌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정책을 추진하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북한의 반국가단체 수괴와 만나는 것은 이 헌법적 기본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것이라면 정당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정당하지 않다.

    지난 2002년에 6.15공동선언은 대한민국헌법에 위배되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합의하고 있다. 이것은 명백한 위헌행위다. 그럼에도 이러한 목적의 남북정상회담이 정례화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은 대통령의 모든 권한의 원천인 헌법을 무시한 견해다.

    또한 북핵문제를 노무현이 평양에 가서 해결하고 돌아오도록 요구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다. 북한은 핵문제를 한국과 논의하지 않는다. 오직 미국과 협상하여 미국으로부터의 체제보장을 받아내려고 한다. 핵문제에 관한한 한국은 별 볼일 없는 존재다. 따라서 노무현이 이번 방북을 통해 핵문제를 해결한다면 방북을 인정하겠다고 하는 견해도 현실을 무시한 것이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노무현이 굳이 평양으로 김정일을 만나러 가는 이유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짐작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다. 김정일과 노무현이 지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살펴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노무현 정권의 발표에 따르면 의제도 조율되지 않은 가운데 만난다는 사실부터 덜컥 발표한 것 같지만 의제도 없이 만나자고 할 이유가 있겠는가? 단지 그 의제란 것을 발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의 요구나 한국의 대응을 보면 마치 NLL문제나 한미합동군사훈련 또는 국가보안법 등이 논의 대상이 될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이런 문제는 사실 이들에게 주된 관심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이재정은 NLL이 영토가 아니라 안보개념이라고 망언을 하였지만 결코 이것이 주된 만남의 목적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친북좌파정권이라고 하지만 영토를 적에게 넘겨주는 이적행위를 감행하기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친북좌파정권이 이 짓을 하지 말란 법은 없으니 우리는 이에 대비하고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이 정권을 감시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노무현과 김정일이 만나는 주된 목적이나 숨은 의제는 무엇일까? 아마 그것은 반한나라당반보수대연합전선을 형성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김정일이 한국의 정권교체를 얼마나 반대하면 금기사항이며 명백히 ‘내정간섭’에 해당하는 반한나라당반보수대연합을 신년사설을 통해 지령하였을까? 노무현의 경우도 친북좌파정권이 자신을 끝으로 끝나는 것을 어떻게 하든 막고 싶을 것이다. 말하자면 김정일과 노무현은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으니 만나서 이 고민을 어떻게 해결하여야 할 것인지 서로 협의해야 할 필요가 있고 또 이 목적을 위해 공동전선을 형성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대통령선거 때마다 북한은 어떤 방법으로든 개입을 하였다. 그것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하기 위해 소위 북풍공작도 많이 벌였다. 그런데 이번의 경우에는 한국의 대통령이 평양으로 들어가 김정일과 협의하여 북풍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 방법은 군사적 충돌을 가장한 무력시위일 수도 있고 경제협력 또는 개혁과 개방을 가장한 평화공세일 수도 있다. 그 어느 것이든 김정일의 반한나라당반보수대연합 전략에 따라 공동전선을 마련하기 위해 노무현이 평양으로 들어간다고 보는 것이 가장 설득력이 있는 추정일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평양으로 들어가 적의 수괴와 만나 대통령선거에 개입하려는 김정일의 전략에 따라 반한나라당반보수대연합 전선을 형성하고 돌아온다면, 이것은 어떤 행위에 속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명백한 반역행위다. 적과의 내통, 또는 적과의 협력, 또는 적과의 공조, 그 어느 것이든 이것은 심각한 헌법위반행위다.

    이러한 대통령의 심각한 헌법위반행위에 대해 정확하게 지적을 하지 못하고 그저 북핵해결을 한다면 노무현의 방북도 반대하지 않는다는 식의 논평을 내는 야당 대통령 후보들에게 실망한다. 사실 근본적으로 따진다면 북핵해결이 아니라 김정일 정권의 제거가 한국 대통령의 전략적 목표여야 한다. 그러한 목표를 공개적으로 선언하지는 못할지언정 야합을 위해 방북하는 대통령에게 그 어떤 식으로든 반대 의사를 표시하지 못하고 찬성하는 발언을 하는 야당의 대통령 선거 후보들에게 지금부터라도 남북문제에 대해 좀 더 고민하는 시간을 갖기를 권한다. 그리고 이런 일에 대해 제대로 된 논평과 발언을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