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8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임기 말에 뜬금없이 개각을 한다고 한다. 김성호 법무부 장관 외에 박홍수 농림부, 노준형 정보통신부 장관도 사의를 표했다. 이들을 포함해 4~5개 부처 장관이 교체될 전망이라 한다. 대통령 임기가 며칠이나 남았다고 다시 개각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남은 짧은 기간을 생각하면 분명히 새 진용을 짜 일을 하자는 의도는 아닌 것이 분명하다. 장관 임명이 아무리 대통령의 권한이라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국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라는 전제하에서다. 정파적 이해나 개인적 친소에 따라 마음대로 휘두르는 것이 인사권이 아니다.

    김 장관뿐 아니라 이번에 거론되는 다른 부처 장관들은 하나같이 교체 이유가 석연치 않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당초 계획에 없던 것이 본인들의 사의 표명에 따라 이뤄지는 ‘수동적 개각’”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임기가 별로 남지도 않은 이 시점에 장관들이 자발적으로 사의를 표했다는 게 말이 되는 설명인가. 굳이 물러나겠다고 하는 그 ‘특별한 이유’부터 밝혀져야 할 것이다.

    새로 장관을 기용해 봤자 일을 할 시간이 없다. 대통령 선거까지 4개월, 임기 종료까지 6개월이 남았다. 9월 정기국회에서 청문회를 마치면 연말까지 정기국회에 매달려야 한다. 업무를 파악하는 데만 최소한 3개월은 걸리는데 취임 인사하자 마자 퇴임 인사를 해야 할 판이다.

    임기 말에 해야 할 일이 따로 있다. 무엇보다 이미 벌여 놓은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새 장관이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가 아니다. 과거에 임기 말 개각은 공정한 선거 관리를 위해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는 것이 전부였다. 

    차기 총선에 나설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에게 장관이라는 경력을 붙여주기 위해서라느니, 정권 말 대통령이 신세를 갚아야 할 마지막 보은 개각이라느니 하는 말까지 나온다. 이 정부에서처럼 장관 값이 땅에 떨어진 적이 없다. 이러니 누구도 장관직을 존중하거나 명예롭게 보지 않는다. 이런 장관이라도 해 보자고 달려드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이 나라의 비극이다. 제발 자리에 눈 멀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