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캠프는 7일 하루종일 분주했고 분위기는 격앙됐다. 전날 당 경선관리위원회가 지지도와 선호도를 절충해 내놓은 '중재안'을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이 2000표나 이득을 볼 수 있는 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검찰수사 중인 '최태민 보고서'유출건에 대해서는 "이 전 시장 캠프가 '박근혜 음해공작'을 위해 국가정보원을 이용한 정치공작"이라고 분개했다.

    여론조사와 관련해서는 한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중대결심은 유효하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다시 '경선불참'이란 배수진을 친 셈이다. 그리고는 총구를 '이명박-국정원 내통설'에 맞췄다. 

    박 전 대표 캠프는 전날부터 '큰 건'이 있다고 예고한 바 있다. 예고한 큰 건이 '국정원을 이용한 이명박 캠프의 정치공작'이다. 캠프는 이날 오전 부터 선거대책회의를 열었고 안병훈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은 물론 본부장급 인사들이 대거 배석한 가운데 '메가톤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캠프 설립 이후 최대 규모의 기자회견이었다.

    이례적으로 선대위 명의의 기자회견문도 냈으며 같은 사안을 두고 오후 다시 선거대책위원회를 열었다. 회의를 끝낸 뒤 김무성 박종근 서병수 엄호성 최경환 이혜훈 유정복 송영선 의원은 국정원으로 달려갔다. 박 전 대표를 비방하는 자료가 국정원으로 부터 유출됐다는 것은 물론, 이 과정에서 '이명박 캠프와 국정원 내 비선조직이 내통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항의방문이다.

    이날 오후 회의를 마치고 나온 뒤 이혜훈 대변인은 회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이 전 시장 캠프가)여권과 정치공작을 한 데 격앙하는 분위기였다. 간단히 넘어갈 수 있는 게 아니다. 국정원 현직 직원이 박 전 대표를 허위비방하려는 문건을 유출했고 특정 후보 캠프와 연루 의혹 정황이 포착됐다. 이런 것을 제대로 규명해야 한다"

    박 전 대표 캠프는 이번 사건에 이 전 시장 캠프의 좌장격인 이재오 최고위원과 핵심측근인 정두언 의원 등이 연루돼 있다고 판단하며 충분히 타격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보고있다. 의혹 정황도 도표까지 만들어 공개했다.

    박 전 대표 캠프가 국정원의 '최태민 보고서'유출 사건에 이명박 캠프의 수뇌부가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근거는 이렇다. 의혹에 불을 지핀 것은 이 최고위원이라고 한다. 그가 지난 6월 21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차마 말하기 창피할 정도의 안기부 보고서가 나돌아 나한테 전달돼 본 것"이라 했고 같은 달 27일 비공개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는 "내게도 박 전 대표의 유신시절 자료와 복당 과정에서의 돈 문제 관련 자료도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를 비방해 구속된 김해호씨는 이 전 시장 캠프의 임모 정책홍보단장(구속 수사 중)에게 금품을 받았고 이 전 시장 측 정두언 의원의 K보좌관(현재 체포영장 발부)에게 자료를 건네받아 기자회견을 했다. 박 전 대표 캠프는 '최태민 보고서'유출 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국정원 간부 박모씨가 이번 '국정원-이명박 캠프 내통'의혹의 핵심 고리라고 보고 있다.

    박씨가 이 최고위원에게 자료를 건넸고, 이 전 시장 캠프의 핵심 J 의원은 박씨와 골프회동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며, 캠프의 유세단장을 맡고 있는 박 모 전 의원은 박씨와 인척관계로 두 사람 사이에 60통이 넘는 통화기록이 있었다고 박 전 대표 캠프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이런 사실이 "검찰과 국정원 내사 과정에서도 확인됐다"고 주장했고 이 전 시장 캠프 내에 국정원 출신 정치공작팀도 있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 캠프는 이번 '이명박 캠프-국정원 내통' 의혹으로 경선 전까지 이 전 시장을 압박할 계획이다. 선대위는 "이번 사건은 한나라당 경선 역사상 가장 추악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고 "이게 캠프인가, 범죄집단인가 이런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이 나라가 어디로 갈 것인가"라고 개탄한 뒤 "정치공작의 진실이 밝혀지면 이 전 시장은 깨끗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 캠프는 검찰에는 "늦어도 금주 말까지 모든 수사결과를 발표해야 한다", 이 최고위원에게는 전달받은 "안기부 보고서 공개"를, 이 전 시장에게는 '캠프와 국정원간의 내통설의 사전인지를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고 당내 정치공작범국민투쟁위원회까지 만든 당 지도부와 경선관리위원회에는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냐"고 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