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책토론회의 종료와 함께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될 시점이다. 지금 시점에서 작년 7월부터 1년 가까이 전개되어 온 한나라당 예비 경선 과정에 대하여 중간 평가를 하고, 당과 유력 후보들에 대하여 한 마디 하고자 한다.

    이 기간 동안 한나라당과 한나라당 후보들의 지지율은 높은 상승세를 계속 유지해 왔다. 그러나 그 동안의 여권 상황으로 볼 때 현재의 지지도는 별 의미가 없다. 한나라당의 우위는 노무현 정권의 실정(失政)에 따른 반사 이익이기 때문에 ‘노무현 현상’이 사실상 없어지는 본선 국면이 되면 우열 양상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민심이 급변할 수 있다는 것은 4.25 재·보선이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따라서 ‘대세론’의 환상에서 하루빨리 깨어나지 못하면 대선 패배로 가는 급행 열차를 타게 될 것이다.

    각 후보들의 지지도 변화에 있어 이명박 후보의 경우를 잘 음미해 봐야 한다. 이명박 후보의 지지도 상승은 비슷한 성향의 고 건 전 총리의 지지부진한 활동과 그에 따른 중도하차에 힘입은 바 크다. 즉 경제가 어렵고 노무현 대통령의 관념적이고 불안정한 리더십에 실망한 국민들이 중도 실용주의 리더십을 선호하고 있었는데, 거기에 고 건 전 총리의 낙마 이후 유일한 대안이 이명박 후보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동안 국민들이 기대하는 것만큼의 역량을 보여주지 못했고, 경선 규정의 논란에 있어서 결단이 늦었으며, 다른 당내 후보와의 진흙탕 싸움에 휘말림으로써 충성도가 약한 유권자들의 이탈을 초래했다.

    박근혜 후보의 지지도 상승은 자력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이명박 후보의 지지도 하락에 따른 반사 이익의 성격이 더 크다. 다만 정책토론회에서 이명박 후보가 기대에 못 미친 데 비하여 박근혜 후보가 최소한 기대만큼의 선전(善戰)(?)을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이명박 후보에 대하여 비교우위를 누렸다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 경선의 문제점에 대하여 정리를 해 보자.

    첫째, 이번 한나라당 경선은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네거티브 캠페인이 주를 이루었다. 2위 후보의 1위 후보에 대한 공격에 이어 노무현 정권과 여권까지 가세함으로써 피아(彼我)가 구분되지 않는 희한한 일마저 벌어졌었다. 작금의 양상으로 봐서 경선 이후의 대동단결을 장담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만일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이번 대선도 끝이다.

    둘째, 손학규 전 지사의 탈당과 여권 투항이다. 그가 ‘빅 3’의 일원이었고 한나라당을 보완하는 개혁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빅 2’의 싸움을 완충하는 역할을 기대했기에 그의 탈당은 한나라당으로서는 대단한 충격이다. 더욱이 그가 여권의 유력 후보로 떠올라 있어 한나라당의 난감함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그의 탈당이 명분 없는 일이지만,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막지 못한 한나라당의 책임 또한 면제될 수 없다.

    셋째, 한나라당 후보들의 캠프 구성과 캠페인 방식이 참신하지 못하다. 특히 유력 후보 진영들은 세 과시와 흘러간 사람들의 경쟁적인 영입이 있었다. 캠프의 조직도 매머드 급인 데다 국회의원들을 지나칠 정도로 전면에 배치하여 경선 과열을 부추기고 한나라당의 고질병인 수직위계적인 조직 구조를 재현해 놓았다. 캠페인 방식 또한 외연 넓히기가 아니라 우물 안 속의 주먹다짐이라 국민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넷째, 앞서 잠시 지적했지만 유력 후보들이 경쟁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이 대단히 아쉽다. 신경전만 펼쳤을 뿐 높은 지지도에 부합하는 수준의 경륜과 내공을 입증하지 못했다. 시간과 진행상의 제약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실망스러웠다. 어느 후보가 본선에 오르든 지금부터 제대로 준비를 하지 못한다면 상당히 고전할 가능성이 높을 것임을 예고해 주었다.

    끝으로 한나라당과 두 사람의 유력 후보들에게 충언한다. 한나라당 지도부와 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 진영의 해당 행위와 규정 위반 행위에 대하여 강도 높게 다스려야 한다. 그리고 정권과 여권의 공작 정치에 대해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4.25 재·보선 참패의 교훈을 되새겨 당을 환골탈태(換骨奪胎)하는 데 견마지로(犬馬之勞)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부정(不淨)한 그림자를 지우지 못하는 한, 아무리 좋은 후보를 선출하더라도 당의 승리를 보증할 수 없다.

    이명박 후보는 대세에서 오는 방만함을 말끔히 극복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함으로써 당 안팎의 이런저런 공세를 무력화해야 한다. 국민이 공감하지 않는 캠페인과 정책은 의미가 없음을, 경륜과 실력이 아무리 출중해도 마케팅에 실패하면 소용이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CEO와 서울시장 시절의 신화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이다. “한 번 승전을 거둔 방법은 되풀이하지 않으며, 때와 장소에 따라 응전하는 형태는 무궁무진하다(손자).”

    박근혜 후보 역시 자신의 장점을 통하여 승리를 쟁취하려고 해야 한다. 이전투구(泥田鬪狗)의 결과 1위를 해도 본선 승리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박근혜 후보가 특유의 매력과 대중성에다 모범적인 캠페인을 벌인다면 대세를 장악할 수 있다.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노자).” 그리고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전은 본받되, 시대적 조건이 다른 만큼 보다 개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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