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위 말하는 거물급 정치인들이 부처님오신날 행사에 참석해 앞자리를 점령하였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한국사회의 후진성을 말해줄 뿐 그리 반가운 현상은 아니다. 아무리 권력잡기에 모두들 혈안이 되어 있다고 하지만 이런 식의 마구잡이식 행태는 사회적 지도자가 갖춰야 할 교양은 아닌 것 같다.

    종교는 각 개인의 내면적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며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다. 특히 국교가 인정되지 않는 자유민주국가에서 종교는 누구나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사적영역의 문제다. 특정 정치인이 특정 종교를 믿는 것이나 또는 종교를 갖지 않는 것이나 모두 개인의 선택일 뿐 그것이 정치인이라는 자질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따라서 종교는 온전히 개인적 선택의 문제이며 종교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순전히 개인적 종교행사여야 한다.

    아무리 비중 있는 정치인이라고 하더라도 종교인의 입장으로 돌아가면 한 신도에 불과하다. 물론 특정 종교단체의 특정 직분을 맡아 그 직분에 맡게 행동할 수는 있겠지만 정치인이라고 하여 성직자의 권한을 능가할 수도 없고 또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따라서 종교행사는 각자의 종교에 따라 개인자격으로 참석하면 그만이다.

    그럼에도 특정 종교, 어제의 경우 불교 행사에 너나할 것 없이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사람들이 조계종 행사에 참석하여, 그것도 앞줄에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은 어떻게 보아도 마음에 와 닿지 않는 쇼에 불과하다. 그들 중에는 불교신자도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은 조용히 부처님오신날 행사에 참석하면 그만이지 그 사람이라고 하여 특별히 앞자리에 앉아야 할 이유도 없다. 부처님 눈에는 모든 사람이 동등한 신자로 보이지 무슨 감투를 썼다고 하여 더 부처와 가깝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 선거에 나서겠다는 사람들은 그래도 이 사회의 지도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단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자신의 종교와 무관하게 종교적 행사에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그저 남에게 보이기 위해 참석하는 것은 위선적일뿐 그들의 종교적 진정성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이들 정치인들이 나란히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사진을 보니 역겨울 뿐이다. 사회적 지도자라면 지도자다운 면모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객원칼럼니스트의 칼럼내용은 뉴데일리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