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보선에서 한나라당은 참패하였다. 이 이유는 명백하다. 정체성 상실에 있다. 그에 더하여 대선후보간 벌어지고 있는 검증놀음(노름?)도 국민들을 식상하게 하였다.

    우리는 그동안 한나라당의 오만과 흐물흐물한 정체성 상실에 대해 경고해왔다.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는 현 집권세력에 대한 반대의 표현일 뿐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는 아니라는 것을 지적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그 새 대세론에 안주하여 표를 쫒는다는 구실 아래 정체성을 상실했다. 지지층이 없는 허공의 정당으로 전락한 셈이다.

    우리는 한나라당이 자유애국세력을 대표하는 정당으로 정체성을 분명하게 할 것을 계속해서 주문하였다. 그러나 강재섭이 당을 맡게 되면서부터 이상기류가 한나라당에 흐르게 되었다. 전혀 한나라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 인명진을 윤리위원장으로 맞았다. 그 때부터 불필요한 잡음이 일게 되었고 급기야 인명진이 한나라당을 대표하는 것처럼 발언권이 강해졌다. 강재섭의 윤리노름은 한나라당을 오히려 허물어놓았다.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은 중도놀음을 즐겼다. 여의도연구소는 연구소답지 않게 정치적 연구를 통해 중도가 마치 살길인 것처럼 통계노름을 하였다. 그러자 대선후보는 갑자기 표정을 바꾸어 자신이 중도라고 선언하였다. 뿐만 아니라 공안통으로 알려진 한 최고위원은 갑자기 김정일을 알현하겠다고 나섰고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겠다고 나섰다. 심지어 헌법 제3조를 개정하여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게 되었다. 정신나간 한 의원은 한나라당이 남북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애국심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전형적인 정치장사꾼에 불과한 사람들이 한나라당을 점령하고 있다는 사실이 점점 명백해졌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지고 열린우리당이 분열하는 등 집권세력이 와해의 조짐을 보이자 한나라당도 대세론에 취해 오만하게 되었다. 그래서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기 보다는 검증노름을 하게 되었다. 한 대선후보는 어떻게 국가를 이끌어 갈 것인가에 대한 비전은 제시하지 않고 상대방의 도덕성 검증을 하겠다고 나섰다. 현 한국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개인적 도덕성보다 국가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가적 침체상황을 타개할 정책적 비전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경선에 몰입하여 국가적 비전 제시에 실패하였다.

    심지어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에서도 공천잡음에 시달렸다. 언제부터인가 한나라당은 절차도 무시한 희한한 공천이 행해지고 있었다. 특정인물 또는 세력이 공천과정에 임의로 개입하여 얼토당토않은 공천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한나라당이 과연 민주정당으로서 원칙에 입각하여 활동하는 정당인가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하였다. 또한 선거 때마다 금품 문제가 발생하였다. 국민에게 깊이 각인된 부패정당의 이미지를 벗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있다.

    일이 이렇게 진행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한나라당이 시류에 영합하여 표를 구걸하겠다는 정체성 상실이 가장 큰 패배의 원인이다. 이에 더하여 멋을 부리겠다고 한나라당의 정체성과 어울리지 않는 인물들을 혼합하여 끊임없는 잡음을 생산한 것도 한 원인이다. 그리고 대세론에 안주하여 적이 누구인지도 망각하고 벌이는 검증노름도 한몫하였다. 박빠니 명빠니 하면서 정책과 비전보다는 특정인물에 매달리는 광적지지자들의 눈먼 투쟁도 한나라당을 식상하게 만들었다.

    한나라당의 현 지도부로서는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후보로서는 대선에서 승리할 전망도 밝지 않다. 한나라당은 보다 확실하게 보수의 기치를 내 걸 이념적 후보가 필요하다. 대대적 물갈이가 필요하다. 이번 기회에 당대표와 대선후보를 분리하는 정책도 고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이념적 정향이 확실한 후보를 물색하여야 하다. 한나라당은 더 이상 자유애국세력을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이 일을 해낼 수 있는 인물은 현재로는 이회창밖에 없는 것 같다. 결전의 순간 십자가를 질 준비를 해두어야 할 것이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