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금의 여론조사에 대해 우려를 금할 길이 없다. 대선이 오는 12월로 다가옴으로 인해 오늘날은 여론조사 춘추전국시대라 표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여론조사가 과연 충분한 여론을 반영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여론조사의 맹점은 크게 두 가지로 들 수 있다. 하나는 샘플링 집단의 신뢰성이고 다른 하나는 여론 기관의 신뢰성에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고 계시지만 여론조사가 가장 발달한 미국도 여론조사에 대해 치욕적인 과거를 가지고 있다.

    먼저 1936년 리터러리 다이제스트(Literary Digest)라는 잡지가 당시 공화당의 랜든 후보가 민주당의 루즈벨트를 누르고 당선될 것으로 보도하였다. 이에 사용된 설문 대상은 무려 20만명의 답장으로 이루어진 설문임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는 정확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하였다. 그 당시 리터러리 다이제스트사는 구독자와 전화번호부를 이용하여 설문 대상을 지정하였기 때문이다. 그 당시 전화란 일정 정도의 부를 소유한 사람에 의해 소유되었던 것이다. 미국에서는 전통적으로 부유층은 공화당으로, 빈곤층은 민주당이라는 표심을 나타내는 미국 특유의 선거양상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함으로써 가난한 사람들의 표심이 샘플링에 적게 반영되게 하는 우를 범했기 때문이다.

    이와는 반대로 갤럽은 3만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였다. 그러나 그 결과는 상이하게 달랐다. 갤럽은 민주당 소속인 루즈벨트의 당선을 정확하게 예측하였다. 여기서 리터러리 다이제스트는 한 가지 중요한 통계법칙을 무시했다. 여론조사에서 조사대상은 무작위로 선택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는 1948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갤럽 등 여러 조사회사들은 듀이 후보가 트루만 후보를 누르고 당선될 것이라고 예측하였고, 공화당 지지 성향의 시카고 트리뷴(Chicago Tribune)  등 많은 언론이 이를 인용 보도하였으나 이 역시 결과적으로 커다란 오보가 되고 말았다. 이는 편승효과(bandwagon effect)를 만들기 위해, 여론기관이 의도적으로 특정후보를 띄우기 위해 사용되어질 소지가 충분히 있을 수 있었다.

    1948년 여론조사의 충격 이래 미국민들의 선거여론조사에 대한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으며, 이를 회복하는 데에는 무려 12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우리나라에서도 15대 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의 여론조사나 출구조사의 불일치성에 대해서 아직 제대로 반성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우후죽순처럼 여론조사를 실시하여 발표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의미있고 신빙성이 있는 일인지 되짚어 볼 필요성이 있다.

    현재의 우리나라 대선의 여론조사는 위에서 예시한 두 가지 오류 모두를 범하고 있는 것 같다. 대부분의 여론조사 샘플링의 수가 1000명이 넘는 경우가 드물고 또한 특정 정치집단과 여론기관이 여론조사를 악용하고자 하는 의도를 여러 군데서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언론기관에 속성처럼 퍼져 있는 '오보를 낼망정 다른 언론사보다 먼저 보도하는 것이 낫다'는 경쟁 철학이 더해져 냉철한 분석을 통한 여론조사라기 보다는 독자들에게 하나의 가십거리로써의 여론조사가 되어 버린 현실에 씁쓸함을 표현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