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향신문 3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이해찬 당시 국무총리가 ‘부적절한 3·1절 골프’ 파문으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은 끝에 사퇴한 게 바로 1년 전이었다. 그 일을 계기로 3·1절이나 현충일 등 순국선열이나 애국지사들의 높은 뜻을 기리는 국가기념일에 고위공직자들이 골프를 자제하는 것이 이제는 하나의 윤리규범으로 자리를 잡은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엊그제 3·1절은 여느 때와는 달리 아프가니스탄에서 폭탄 테러로 전사한 윤장호 하사에 대한 애도 분위기가 가득한 날이기도 했다. 바로 이 같은 날에 장성들을 비롯한 장교 수백여명이 군 골프장 등에서 골프를 즐겼다고 한다. 특히 일부 장성들은 군용차량에 운전병까지 데리고 골프장으로 갔다는 소식이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휴일에 공직자들이 골프 치는 일을 놓고 무조건 윤리도덕의 잣대만 들이댈 수는 없겠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때와 장소란 게 있는 법이다. 이해찬 전 총리의 골프가 지탄을 받은 것도 바로 3·1절이라는 시기의 특수성 때문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3·1절에 골프를 친 장성·장교들은 몇 겹의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번 3·1절은 통상적인 의미 외에도 ‘윤하사 전사’라는 돌발 사태까지 겹쳐 있었다. 합동참모본부와 육·해·공군 본부가 “윤하사 영결식이 끝날 때까지 골프를 자제하라”고 예하 부대에 긴급 지시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몰지각한 일부 장성·장교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유족들이 윤하사의 시신 앞에서 통곡하고, 인터넷 사이트마다 추모와 애도의 물결이 넘실대는 바로 그 순간 윤하사의 상관이랄 수 있는 장성·장교들을 골프채를 휘둘렀던 것이다.

    군 당국은 합참과 각 군 본부의 지시를 어긴 ‘3·1절 골프 장교’들을 가려내 징계해야 한다. 다른 공직자들도 이번 일을 계기로 적어도 3·1절이나 현충일 등 특별한 기념일에는 골프를 자제하겠다는 마음 가짐을 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