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주받았던 나라 빈곤한 한 나라가 있다. 이 나라의 국토는 대단히 작고 인구는 많아서 터져 나갈 지경이다. 인구밀도는 1제곱킬로미터당 400명이고 인구증가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축에 끼일 정도인 약 3%다.또 이 나라에는 자연자원이 전무하다. 이 나라 국민은 공업 유산이 없다. 언제나 전통적 농업에만 매달려 살아왔고 이 나라 땅에는 경제적 규모가 될 만한 외국인 개척자도 있었던 적이 없다.

    …그 후 25년이 지난 지금 이 나라는 … 그 중에서 9위로 뛰어올랐으며 연간 성장률은 7%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 나라 국민들은 무슨 요술 약을 먹었더란 말인가? (프랑스 경제학자 기소로망)

    대한민국 이야기다. 그러나 한국은 요술 약을 먹은 것이 아니다.1960년 이후 한국 사회의 상황과 한국 정부가 택한 정책은 앞서 설명했던 그 풍요의 방정식을 상당히 만족시켰고, 그 결과가 남들에게는 요술 약을 먹은 것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블라디보스토크의 해운대행버스(김정호 저)제4장 아! 박정희 내용중 발췌-

    자신을 '꼴통' 자유주의 시장경제론자라고 소개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자유기업원 김정호 원장이다. 김 원장이 지난달 28일 책을 발간했다. '블라디보스토크의 해운대행 버스'라는 소프트한 경제학 서적이다. 이 책은 독자에게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의 좋은 이치를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독자들이 흥미를 끌만한 부분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경제학자의 관점으로 살펴본 제4장 '아 박정희'다.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대선 유력후보로 주목을 받으며 새삼스럽게 박 전 대통령도 주목받고 있다. 그가 경제학자로서 박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2일 그를 만나봤다.

    김 원장은 박 전 대통령을 '의도하지 않은 시장주의자'라고 규정했다. 시장주의자는 아니었지만 그의 행동은 한국에 시장주의를 뿌리내리게 했다는 지론이다. 

    김 원장은 "박 전 대통령을 과연 시장주의자라고 부를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그건 등소평을 시장주의자라고 부를수 있는가에 대한 답과 같다. 등소평은 공산주의자이고 시장경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사유재산제도와 경제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면 국민들이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진다는 사실을 믿었고, 그렇게 실천했다. 박 전 대통령도 이와 흡사하다. 매우 권위적이고 국수주의적 색채마저 띠지만 실질적인 개방을 성취했다. 그는 경제활동의 자유를 보장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박 전 대통령의 '독재'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독재가 한국을 부국(富國)으로 만든건 사실"이라며 "박 전 대통령은 독재를 통해서 사회 안정을 도모하고 시장경제가 안착하는 데 기여했지만 그 독재 때문에 이름을 더럽히고 살해까지 당했다. 하지만 당시 개발도상국 중 빠른 성장을 했던 나라는 독재를 했던 국가다. 아시아 네 마리 용의 공통점을 들자면 '시장주의를 선택한 독재국가'라는 점이다. 독재를 통한 정치안정이 시장경제의 성장을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경제성장을 견인했던 박 전 대통령의 정치안정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지난 20년간 급성장을 해온 중국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이 중국으로 옮겨가는 데에는 임금이 싸다는 이유도 있지만 노사분규가 없다는 것도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노사분규는 미래를 매우 불확실하게 만들기 때문에 기업의 투자를 막는 결과를 가져온다. 박 전 대통령 초창기의 노사분규 없는 강한 정치안정이 경제 활성화를 가져왔다"고 답했다.

    김 원장은 "한국을 부국으로 만들어낸 박 전 대통령의 가장 큰 업적은 그때까지의 수입대체 정책을 수출주도로 전환했다는 것"이라며 "그것을 위해서 가장 먼저 취한 조치는 수출입 링크제와 환율의 현실화였다. 수출입 링크제란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전액 외국 물품 수입에 사용할 수 있게 한 정책이다. 수입에 제한이 많은 상황에서 수입권을 얻는다는 것은 큰 돈을 벌게 됨을 뜻한다. 이것이 낮은 환율로 인한 수출억제 작용을 어느 정도 상쇄해 주는 효과를 얻었고 한국이 발전하는 초석이 되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아울러 색다른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는 "시장경제를 선택한 박 전 대통령 정부는 청렴했다"는 의견이 바로 그것. 그는 "시장경제를 따르지 않는 정부는 부패할수 밖에 없다. 부를 분배한다는 것은 노력없이 대가를 얻는다는 것인데 이것이 부정부패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김 원장은 연세대학교 경제학과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을 거쳐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 숭실대학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자유기업원 원장으로서 시장경제의 전도사를 자임하고 있는 그는 한국의 대학에 시장경제 강좌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는 데 기여해 자유기업원 원장 자격으로 2006년 템플턴 자유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