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11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연말 성과급을 둘러싼 현대자동차의 노사 갈등이 극한적인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그동안 잔업.특근을 거부한 데 이어 10일에는 조합원 1000여 명이 상경해 본사 사옥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노조는 또 11일까지 회사가 성과급 50%를 지급하지 않으면 다음 주 파업에 들어갈 것임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노조의 부당한 요구를 결코 들어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런 식으로 대립이 격화되면 다음 주부터는 생산현장에서 파업이 벌어질 것이고, 그에 따라 대규모 추가 손실이 발생할 게 뻔하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성과급을 주지 않아 회사 측이 이익을 봤을지 모르나 앞으로 파업에 의한 피해는 수십 배, 수백 배에 이를 것"이라 경고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얼마간의 성과급을 받아내기 위해 자신들이 몸담고 일하는 회사에 그 수십 수백 배의 손실을 끼치겠다고 위협하는 것이다.

    우리는 현대차 노사의 성과급 지급에 관한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잘잘못을 가릴 입장이 아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노사 간에 이견이 있다는 정도다. 문제는 그 이견의 해소 방법이 이처럼 극단적이고 자해 공갈에 가까운 시위와 파업밖에 없느냐는 것이다. 이견이 있다면 노사 간에 머리를 맞대고 해결점을 모색하고, 정히 합의가 어려우면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구제책을 찾으면 그뿐이다. 회사의 시무식을 폭력을 동원해 난장판으로 만들고, 대규모 시위와 파업으로 자신들의 일터에 먹칠을 해서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가.

    현대차는 사주나 소속 조합원의 회사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에 얼마 되지 않는 세계적인 기업 가운데 하나다. 현재 조합원들의 일터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 그곳에서 일해야 할 후손들의 일터이기도 하다. 그래서 걱정이다. 자칫 노조가 눈앞의 작은 이익에 매달려 회사를 망가뜨릴지 모른다는 걱정이다. 성과급의 수백 배 손실을 끼쳐 회사가 망하면 더 이상의 성과급도 일자리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