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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에게서 '개혁세력' 명찰 이젠 회수해야

입력 2007-01-04 09:25 수정 2009-05-18 14:18

조선일보 4일자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김창균 논설위원이 쓴 칼럼 <'개혁세력' 명찰 이젠 회수해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행한 ‘2007년의 세계’에는 각국별 새해 전망이 나온다. 프랑스 편을 펼치면 “오는 4월 대선(大選)에서 우파 집권당 국민행동연합의 사르코지 후보가 승리한다면 급격한 개혁을 추진할 것이다. 세금을 낮추고,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대하며, 공공부문을 축소하고, 공무원 연금 특권을 손볼 것이다. 반면 좌파 사회당의 루아얄 후보가 승리하면 사회복지 정책을 방어할 것”이라고 적혀 있다.

프랑스에선 시장 몫을 늘리고 정부 몫을 줄이는 우파 정책이 ‘개혁’이다. 그 반대인 좌파 정책은 옛것을 지키려는 ‘수구(守舊)’로 간주된다. 독일 편에선 “법인세, 노동시장, 의료재정 등 세 분야 개혁이 계속 헤드라인 뉴스를 장식할 것”이라고 돼 있다.

법인세 개혁은 세율을 38.7%에서 29.7%로 낮추는 것, 노동시장 개혁은 고용 유연화, 의료재정 개혁은 의료보험료 인상을 각각 뜻한다. 독일에서도 민간의 책임과 자유를 확대하는 우파 정책이 ‘개혁’으로 불린다. 2005년 9월 일본 총선 때 고이즈미 총리는 ‘개혁을 막지 말라’는 구호 하나로 반대 진영을 쓸어내 버렸다. 이후 고이즈미 총리는 거센 바람과 성난 파도처럼 개혁을 밀어붙였다. 

공기업 163개 중 136개를 민영화하거나 없앴다. 5년간 공무원 5% 이상을 감축하기로 했다. 공무원 연금을 일반 연금에 통합시켜 특권을 없앴다. ‘고이즈미표 개혁’은 한마디로 작고 효율적인 정부 만들기다. 중국과 인도는 20년 전만 해도 둔하고 게으른 거인이었다. 두 나라를 흔들어 깨운 건 ‘시장 개혁’이었다. 중국에선 1989년 덩샤오핑 국가주석이, 인도에선 1991년 만모한 싱 재무장관이 개혁의 시동을 걸었다.

이후 두 나라는 ‘시장의 신호’에 따라 달려왔다. 차이나와 인디아가 결합된 친디아(Chindia) 태풍은 이제 세계 경제를 집어삼킬 태세다. 21세기 세계에서 개혁은 한가지 뜻으로 통한다.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개개인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경쟁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개혁이다. 나라가 번영하고 국민의 삶이 윤택해지려면 그 길밖에 없다는 사실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이런 세계 조류(潮流)와 반대로 흐르는 나라가 한국이다. 열린우리당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와 전세(傳貰) 가격 등록제를 추진하고 있다. 시장 매커니즘의 스위치를 끄고 정부가 대신 나서겠다는 것이다.

개혁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춰 보면 수구적인 발상이다. 그런데도 한국에선 이런 정치인들이 ‘개혁세력’이라는 명찰을 훈장처럼 달고 다닌다. 우파 정당이라는 한나라당은 그 기세에 눌려 설설 눈치나 보고 있다. 시장원리를 내세우다 반(反)개혁 딱지가 붙을까 겁이 나서다. 개혁의 본디 뜻은 ‘법과 제도를 고쳐서 국민을 잘살게 만드는 일’이다. 이런 사전적 정의를 기준으로 해도 대한민국 집권세력이 지난 4년간 해온 일은 개혁일 수가 없다. 아파트 값을 징벌적 세금으로 잡겠다는 부동산 정책은 서민의 ‘내 집 마련’ 꿈을 저 멀리 밀어내 버렸다.

사(私)교육을 뿌리 뽑겠다며 이리저리 비튼 입시정책은 수능·논술·내신 3중 과외부담이라는 ‘죽음의 트라이 앵글’ 속으로 학생과 학부모를 몰아넣었다. 가진 자를 털어서 골고루 잘살게 한다던 양극화 해소 정책은 없는 자의 배만 더 곯게 만들었다.

‘말로만 개혁세력’이 펼쳐온 ‘반개혁 정책’의 결과다. 사이비(似而非) 개혁이 개혁으로 대접받고, 진짜 개혁은 수구로 몰리는 나라는 21세기 선진·번영의 길을 열 수 없다. 가짜 개혁세력을 좇아 행군하다 보면 나라가 엉뚱한 곳을 헤매기 마련이다.

우리가 철 지난 좌파(左派) 실험으로 세월을 낭비한 지도 올해로 꼭 10년째다. 대한민국 시계를 세계 표준시간과 반대로 돌려온 시대착오적 정치인들로부터 이제 ‘개혁세력’ 명찰을 회수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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