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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1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31일 KBS 특별회견은 자신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10%대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겸허한 성찰 없이 특유의 버티기식 자기 변명과 책임 전가로 일관한 인상이 짙다. 국정 무능과 난맥, 안보 불안 등 중첩적이고 포괄적으로 펼쳐져온 총체적 난국의 원인과 책임이 일부 국민, 비판언론, 한나라당 등에 의한 ‘대통령 흔들기’라는 취지로 항변하는 데 급급했다.
먼저, ‘바다이야기’파문에 대해 “국민들한테 마음으로 사과드린다”고 말로 대(對)국민 첫 사과의 외양을 빌렸다. 그러나 사과한다면서 “제도의 허점, 산업정책, 규제완화 정책, 도박 단속 부실 등 아주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했다”고 부연하며 권력형 부정부패 사건이 아니라 ‘정책 오류’임을 강변했으니 여전히 검찰과 감사원에 보내는 ‘가이드라인’에 가깝다.
그런데도 “대통령 말 듣고 수사 기준을 맞추는 검찰은 이미 없어졌다. 가이드라인이 아니다”고 역설했다. 국민의 입장에서 노 대통령이 ‘청와대부터 성역없이 수사하라’며 ‘특단의 수사의지’를 다잡아도 의분을 삭이기 어려울 정도다. 그런데도 “비싼 수업료라고 생각하고 인내해달라”니, 국민이 왜 비정(秕政)의 수업료를 내야하는가.
노 대통령은 전시 작전통제권 문제에 대해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한나라당이 반대하는 것”이라며 반대다운 반대도 못해온 한나라당을 끌어들였다. 전시 작통권 논의에 있어 순수한 외교·안보 논리가 아니라 정치권을 끌어들이는 것 자체가 안보 사안의 정략적 악용이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정권 시절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평시 작통권 환수 협상을 진두지휘했던 책임자를 포함, 당시 군 수뇌부가 일제히 “미국과 전시 작통권 문제를 논의한 사실이 없다”는 증언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 정권 때부터 논의했으면서 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느냐”고 공격하면서 전시 작통권을 단독행사한다 해도 한미동맹, 주한미군 지원 문제, 국방비 621조원 투입과의 연계성 등에 “아무 문제 없다”고 강변했다. 14일 한미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부시 대통령을 만날 때마다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으니, 그것은 낙관론이기에 앞서 외교 문법의 무지로 비칠 따름이다.
문화일보가 31일 보도한 여론조사에서 노 대통령 지지도는 14.6%에 머물렀다. 노 대통령은 여전히 민심과 동떨어진 시국관을 거침없이 개진한 것이다. “경제가 좋아도 민생이 어려울 수 있다”든가 “외환위기 때 ‘이대로!’라고 건배한 사람들도 있는 거 아닙니까”라면서 코드·낙하산 인사 비판에 대해서도 “대통령도 낙하산 인사 아니냐”고까지 반문하다시피 했다.
그러면서 3년반동안 “후회는 없다. 저항에 부닥쳐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편가르기, 책임전가, 임기응변이 겹쳐온 국정의 난맥상을 지켜보는 국민도 과연 후회가 없을 것인지 자문해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