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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24일자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백화종 발행인이 쓴 '천정배의 복귀,해 볼만한 베팅'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난세가 영웅을 낳는다는 말은 진부하지만 꽤 설득력을 지닌다. 동양에서 영웅호걸과 제자백가(諸子百家)가 우후죽순으로 등장한 것도 춘추전국시대였다.
집권 열린우리당이 어렵고 어지럽다. 선거는 연전연패요,이반된 민심은 차도가 없으며 구성원들의 심리적 공황상태는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많은 사람이 구당(救黨)의 깃발을 들었으나 저마다 한계를 드러냈을 뿐 당의 상태는 그대로다. 상대평가 대상인 한나라당이 ‘도로 민정당’이 되고 최근 물난리 속 당직자들의 골프 등 온갖 거만을 떠는데도 말이다. 고황에 병이 들었지 싶다.
이런 와중에 천정배 법무가 13개월에 걸친 장관직을 그만 두고 열린우리당에 복귀할 뜻을 밝혔다.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로 당 살리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출사표’와 함께.
그의 당 복귀를 놓고 장관직이 정치인의 경력 관리를 위한 자리냐는 비난도 없지 않다. 그보다는 대선 후보군에 속해 있는 그의 귀환으로 여당의 ‘차기’ 경쟁이 조기에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데 더 많은 관심이 쏠려 있다. 그렇게 될 경우 노무현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이 앞당겨지고 김근태 당의장 측과 갈등을 야기해 좋지 않은 당의 이미지에 분열상까지 덧씌우지 않을까 우려하는 소리가 따라붙고 있다.
천 장관 자신도 이를 의식했음인지 당분간 ‘차기’ 경쟁 같은 건 자제하고 김근태 의장에게 힘을 보태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무가 조용히 있고자 해도 바람이 그치지 않듯(樹欲靜而風不止) 그의 뜻과 관계 없이 노 정권 탄생의 1등 공신이라는 점 등 잠재력을 가진 그를 주변에서 가만히 둘 것 같지 않다.
이처럼 천 장관의 복귀는 자의든 타의든 여당의 ‘차기’ 경쟁에 불을 붙일 가능성을 높여놓았다. 그리하여 레임덕 현상에 기름을 붓고 당의 균열에 부채질할 우려가 없지 않다.
이 같은 부작용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천 장관의 복귀와 그에 따른 ‘차기’ 경쟁의 가시화가, 하기에 따라선, 여당의 회생을 위한 고육지책이 될 수도 있다. 당이 대다수 국민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난 상황에서 ‘차기’ 경쟁이라는 흥행을 통해 당을 국민의 관심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차기’ 경쟁자들이 국정의 새로운 방향을 놓고 치열하게 대결할 경우 현 정권에 염증을 느껴 멀어진 친여적 성향의 사람들을 중심으로 관심과 기대를 되돌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천 장관의 당 복귀에 대한 찬반을 떠나 열린우리당의 전략상으로 본다면 지금 될수록 많은 ‘차기’ 후보군이 경쟁 대열에 합류하는 게 바람직하다. 김근태 당의장 같은 이도 ‘차기’ 후보군이 늘어나는 것을 꺼릴 필요가 없으며 더불어 클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오히려 반겨야 한다. 지금의 분위기를 쇄신하지 않으면 여당은 ‘차기’ 후보조차 잉태할 수 없는 불임정당으로 낙인 찍혀 소박맞기 십상이다. 지난 70년대 초 지리멸렬 상태였던 신민당이 김영삼 김대중 이철승씨 등의 이른바 40대 기수론으로 기사회생하고 ‘구상유취(口尙乳臭)’라고 비웃음을 샀던 세 사람은 일약 지도자의 반열에 들었던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다만 ‘차기’ 경쟁 대열에 합류할 사람들은 국가 민족의 장래에 대한 비전을 놓고 고차원의 대결을 벌여야 한다. 만일 당내에서 땅따먹기 경쟁이나 할 경우 다 파먹은 김칫독 같은 당에서 동냥치 빈 자루 찢기나 한다며 국민으로부터 더욱 외면 받을 게 틀림없다. 천 장관이 어지러운 당에 복귀해 열린우리당뿐 아니라 정치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빛이 될지 잠깐 반짝하다 사라지는 또 하나의 별똥별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난세엔 군웅이 할거하게 마련이고,그러다보면 결국엔 천하를 평정할 진정한 영웅이 나타날 수도 있다. 춘추전국시대가 중원을 통일한 진 시황을 낳았듯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