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일간의 장외투쟁을 접고 국회로 돌아온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예전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되찾는 모습이다. 장내로 복귀한 박 대표에게 장외에서 보여줬던 '여전사'의 모습은 사라진 듯하다.

    사립학교법 무효장외투쟁 선봉에 섰던 박 대표는 당내 불만의 목소리도 ‘눈물’로 잠재우며 정부·여당에 대해 강경 발언을 쏟아냈었다. 사학법 투쟁을 ‘반(反)노무현 정권 투쟁’으로 확산시키려는 매서운 기세도 보였다. 그랬던 박 대표가 여야 원내대표의 ‘산상회담’으로 국회가 정상화 되자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 발언을 자제하며 부드러운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54회 생일을 맞은 2일 박 대표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홀가분하고 밝아 보였다. 오랜 장외투쟁의 여파인 독감이 아직 낫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생일 축하 인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환한 미소를 보이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전투복을 벗고 연분홍 재킷에 회색 플레어스커트를 곱게 차려 입은 박 대표는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산상회담을 통해 협상을 이끄느라 애썼다”며 “역사에 남는 훌륭한 원내대표가 되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전날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당 새 지도부와의 만찬 자리에서 “국회 정상화 협상은 한나라당 완패”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무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원내대표가 노 대통령의 발언을 의식한 듯 “청와대 만찬자리에서 노 대통령 첫 마디가 국회 정상화 돼서 잘 됐다는 것이었다”고 말한 것에도 웃음으로 답하며 화제를 돌리는 여유를 보였다.

    김 원내대표가 “박 대표와 52년 용띠 동갑이지만 직접 보면 내가 머리가 희어서 노인네 소리를 듣는데 박 대표는 젊어 보인다”고 칭찬하자 박 대표는 “요즘 모임에 가면 머리에 물감 안 드린 사람이 없다. 안하신 것이 대단한 것이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처럼 박 대표의 표정이 밝아진 것은 생일을 맞았기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 혼자 짊어지다시피 한 사학법 투쟁이라는 무거운 짐을 여야 원내대표의 ‘산상회담’으로 내려놓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아직 남아있는 사학법 재개정이라는 난관도 여야 원내 협상을 통해 진행되므로 사학법 문제의 공은 일단 대여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이 원내대표 쪽으로 넘어갔다. 이에 향후 사학법 재개정이 관철되지 않았을 때 벌어질 책임 공방에서도 일정부분 자유로울 수 있게 됐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박 대표가 다시 웃음을 찾게 된데에는 예상외로 잘 맞고 있는 이 원내대표와의 ‘호흡’에도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친박(親朴)vs반박(反朴) 대결’이라고 했던 원내대표 경선에서 ‘반박(反朴)’으로 분류되는 이 원내대표가 선출되자 ‘당이 삐거덕 거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가 모든 당내 현안을 박 대표와 치밀하게 상의해 처리하는 등 ‘박근혜-이재오호’가 순항 하자 박 대표가 이명박계로 통하는 이 원내대표로 인한 대권행보의 차질에 대한 부담을 덜어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대표와 이 원내대표가 ‘친밀해진 모습’은 이날도 연출됐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박 대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54송이의 노란 장미꽃다발을 직접 선물했으며 이를 지켜본 최연희 사무총장이 “원내대표가 더 좋은 꽃을 가져와서 우리에게 좋은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질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