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서울시장, 경기도지사)중 한 곳은 대부분이 공감하고 수용할 수 있는 분, 단기간에 경선을 통과할 수 있는 분을 모셔오겠다"

    한나라당 인재영입위원회가 다시 칼을 뽑았다. 차기 서울특별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준비하는 당내 후보군간 경쟁이 과열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에서 인재영입위원회는 두 지역 중 한 곳은 외부 인사를 영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등원을 놓고 당내 세력간 갈등의 여진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인재영입위의 이 같은 입장선회는 당내 갈등을 더욱 증폭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에 대한 인재영입을 사실상 포기한 바 있는 김형오 인재영입위원장은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번복했다. 심재철 의원이 지난 17일 의원총회를 통해 두 지역 중 한 곳은 전략공천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입장번복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인재영입위는 두 지역에 대한 외부인사 영입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지방선거는 2007년 대선으로 가는 결정적인 계기와 역할을 할 것"이라며 "그 중에서도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수도권 광역단체장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입장번복 배경에 대해 "외부에서 아무리 훌륭하고 뜻있는 인재가 있다 하더라도 당내 경선이란 난관을 뚫고 들어오기가 힘들어서 당분간 영입작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그러나 이런 입장 표명 뒤 당 내외로부터 많은 분들이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얘기했고 긴급회의 끝에 새로운 각오를 갖고 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 지도부와 유력한 대권 후보군, 당내에서 입지를 세우고 있는 후보군들이 협조하고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이 같은 입장을 기자회견 직전 박근혜 대표에게 전달했고 "박 대표도 이해를 한다고 본다"고 말해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 외부영입에 대해 지도부와 어느 정도 의견교환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그는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후보에 대한 경선배제, 즉 전략공천 가능성에 대해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미 출마를 선언하고 경선을 위해 뛰는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 또 개정된 당헌·당규상 광역단체장 공천자는 당내 경선을 거쳐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전략공천은 사실상 힘들다는 것.

    그러면서도 인재영입위원회는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에 대한 전략공천을 내심 기대하는 모습도 나타냈다. 지난 10.26 재선거 당시 대구동구을 지역에 대한 공천에서 유승민 당시 전국구 의원에 대한 전략공천 사례가 있기 때문. 지도부가 서울과 경기를 취약지역으로 판단할 경우 이 같은 전략공천도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 출사표를 던진 의원들이 이를 얼마만큼 수용할 수 있을지 여부다. 당장 심 의원의 전략공천 주장에 출마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김영삼 이회창 전 총재 시절처럼 당이 대표 한 사람의 판단으로 교통정리가 이뤄질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영입위원회의 이 같은 기대는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볼 수 있다. 일단 영입위는 수도권 지역 중 한 곳에 대한 외부인사 입 의지를 확고히 하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이미 그물은 넓게 쳐놨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거론됐던 정운찬 서울대 총장과 어윤대 고려대 총장,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접촉도 재시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