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차기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서울특별시장은 2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새정치수요모임 주최 대학생 아카데미에서 경제성장과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 가장 시급하며 이를 위한 국가지도자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학생 320명이 참여한 이번 아카데미의 첫 강연자로 나선 이 시장은  “가능하면 정치적인 이야기는 안하겠다”고 운을 뗀 뒤 “시민들의 민생에 직접 관여하는 서울시장으로서 시청 앞 광장의 스케이트장이나 분수대, 청계천 등을 보고 기뻐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면 국민들에게 무엇을 해줘야 하는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고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한 나라의 경제성장은 국가지도자에게 책임이 있는 것”

    그는 우선 우리사회에 고질적인 문제점인 높은 실업률과 관련, “일하는 사람이 일에 정열을 바칠 수 있는 게 행복인데 이래 가지고 나라가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느냐”며 “사람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없는 사회는 불행한 국가”라고 현정부의 경제정책을 비난했다.

    노동자, 청계천 환경미화원 등을 전전하며 구직난에 허덕였던 자신의 과거시절을 회상한 그는 “그때 나는 국가가 존재하는데도 일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일자리가 없는 나라라면 국가가 있고 없고가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생각을 했다”며 국가가 일자리 창출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어 “경제성장은 이 나라 리더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입각한 국가가 되어야 한다. 앞으로 다가올 3만달러 시대에 어떠한 한국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바람직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 ‘기업가 정신과 리더십’을 거론한 뒤 “일에 대한 열정과 비전, 헌신적 자세를 갖고 창의력을 발휘해야 한다”며 “그 원리 원칙은 오늘도 미래에도 어떤 시대에도 똑같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사회에 깔려있는 ‘반기업정서’에 대해 우려하며 “기업이 성장해야 일자리가 창출돼 희망이 생기고 국가가 성장하고 내가 성장하는 것”이라며 “외국 자본이 투자하게 만들어야 하고 그것이 경제에 도움을 주는 투자인지 판별해야 한다”며 “우리는 그 점에 있어서 빈약하고 목표설정이 잘못돼 있다”고 지적했다.

    "21세기 국가정체성 통제 불가능" 민주주의 중요성 강조

    그는 최근 사학법 개정안 국회통과로 국가정체성 논란이 또다시 일고있는데 대해 “대한민국은 이미 20세기에 그 정체성에 대한 (논의가) 끝났는데 아직도 그것을 고민하고 있다”며 “21세기에 누가 국가정체성을 통제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 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의 오류는 있을 수 있으나 제도적으로 뒷받침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이 갖는 특수성을 크다는 점을 강조하며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이 나라는, 또 서울은 세계와 경쟁을 하고 있다”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많은 것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이 서울보다 못한 곳과 경쟁해서 나눠먹으면 된다는 생각은 잘못됐다. 서울을 더욱 발전시켜 국가의 수준을 올려야 한다”며 수도분할 반대입장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그는 추진력은 있으나 독단적이라는 비판을 듣고 있는데 대해 “청계천 복원을 위해 관련된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4200번이 넘게 만났다”며 “국민들에게 어떠한 국가의 정책을 설득시키기 위해 이렇게 노력한 기록은 없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일을 성급하게 추진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치밀한 계획과 민주적 방식에 의해 결정이 되고 나면 그것을 추진하는 것도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스피드 경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나의 속도는 세계 일류 기업이나 행정에 비하면 빠르지 않다”고 말했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 걸맞는 문화시민과 국민이 돼야”

    시종일관 여유있는 모습으로 경제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중점을 두고 강연을 했던 이 시장은 ‘경제발전과 민주화가 같이 일어나야 할 때가 아니냐’는 한 대학생에 지적에 대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훌륭한 국가”라고 전제한 뒤 “북한 인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만 봐도 민주화는 이미 상당히 이뤄진 상태로 한 단계 높은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며 “우리가 열심히 노력해서 3만달러 소득이 되더라도 우리 국민이 그때에 어떤 국민이 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그에 걸맞는 문화시민과 문화국민이 되야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그는 젊은이들을 향해 가난했던 자신의 학창시절을 언급한 뒤 “내가 남들과 달랐던 점은 남들이 실망하고 포기할 때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 것”이라며 “우리도 남들이 포기할 때 포기하지 않고 희망과 목표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과거 뻥튀기 장사를 했던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있던 자신의 모습을 본 어머니가 ‘자기의 힘으로 사는데 무엇이 창피하다고 모자를 쓰느냐’고 꾸중을 했다며 “어머니의 꾸지람이 사회를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됐고 당당할 수 있었다”고 일화를 소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