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우석 서울대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적극 지지했던 정치권은 15일 황 교수팀이 세계적인 미국의 과학저널인 사이언스에 발표한 배아줄기세포가 조작됐거나 존재하지 않는다고 알려진데 대해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정치권은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와 관련한 보도가 잇따르자 “믿을 수 없다”는 충격 속에 “진상 규명이 철저히 이뤄진 뒤 대처해야 한다”며 사실 확인을 촉구하며 대체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지난 6일 황 교수를 돕기 위해 여야 의원 40여명이 결성한 ‘황우석 교수와 함께하는 국회의원들의 모임’의 반응은 참담하다 못해 배신감마저 감돌고 있는 분위기다. 이 모임은 결성 일주일째를 맞는 지난 14일까지 50인 가까이 멤버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인사들이 참여하는 ‘황우석 박사를 후원하는 고향사람들’이라는 모임을 꾸리고 주도했던 열린우리당 권선택 의원은 16일 “참담한 심정”이라며 “다음 주쯤 모임의 대표들이 모여 모임을 어떻게 끌어갈 지 논의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난자기증재단’ 이사로 이 모임의 소속이기도 한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보도내용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아직은 믿고 싶지 않고 황 교수 쪽 입장을 직접 들어야 생각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나타냈다. 진 의원은 “만약 조작이 사실이라면 패닉(정신적 공황) 상황이며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앞이 캄캄하다”며 “배신감까지 느껴진다”며 심한 충격을 입은 모습이었다.

    또 ‘난자기증 의사’를 밝힌 바 있는 같은 당 송영선 의원은 “난자 제공 의사는 변함 없지만 36살 넘은 사람의 난자는 쓸모가 없다고 하더라”며 “이것이 ‘허위다 허구다’고 발표되거나 검증된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입장을 보이기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송 의원은 이어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사람이 황 교수 한 명만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운을 뗀 뒤 “이런 문제가 또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검증되고 적절하게 믿을 수 있는 기구의 제도화는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출범한 ‘연구 치료 목적 난자기증 지원모임’에 적극 참여했던 열린당 장향숙 의원측은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여야는 황 교수 논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나타내기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황 교수와 방송에서 처음 만났던 인연을 밝혔던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은 16일 “한마디로 놀라운 일이며 지금까지 나온 말들이 사실이 아니기를 백번 천번 바라는 마음”이라며 “냉정하고 차분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연구성과가 과학적 자료를 토대로 나왔듯이 의구심도 과학적 입증으로 풀어야 한다”며 “조속한 연구성과물을 재촉해 황 교수가 쫓기지는 않았는지 묻고 싶다”고 황 교수를 옹호했다.

    열린당 전병헌 대변인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줄기세포 연구는 계속돼야 한다”며 “이번 기회에 다시한번 차분하고 냉정하게 점검해서 BT분야의 기술력과 수준이 세계 최고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치권이 할일”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낙연 원내대표는 “모든 진상이 규명되어야 하고 황교수가 이에 대한 모든 진실을 밝혀주길 바란다”며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가슴 한 구석이 무너져 내리는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생명윤리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해온 민주노동당의 박용진 대변인은 “황 교수는 진실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며 “이러한 증언이 사실이라면 매우 충격적인 일로 그 동안 주장해 왔듯 관련 정책 시스템의 문제와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청와대와 관련기관 책임자의 문책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또한 “관련 연구에 비정상적으로 집행된 정부 예산 지원 및 정부 정책을 면밀히 따지기 위한 국정 조사가 필요하다”며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과 비난을 황 교수 개인에게 맞추려는 토사구팽식 책임전가 자세를 용납치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민노당 권영길 의원은 “성과를 위해서라면 절차나 기준은 무시되어도 좋다는 분위기는 앞으로 경계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우리사회의 마녀사냥식 분위기 속에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조직이나 단체가 일시적으로 많은 곤란을 겪었다”고 그간의 고충을 밝혔다.

    한편, 황 교수가 입원한 병원을 연이어 문병하며 친분을 강조했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이명박 서울특별시장, 손학규 경기도지사 등은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