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더 라스트맨', 연극 '지킬앤하이드'·'플리백' 등 공연멀티 캐스팅과 젠더 프리 도입으로 'N차 관람' 열풍 견인제작비 낮추고 티켓 파워 키우고…중소극장 활성화 일등 공신
  • ▲ 뮤지컬 '더 라스트맨' 공연 사진.ⓒ주식회사 네오
    ▲ 뮤지컬 '더 라스트맨' 공연 사진.ⓒ주식회사 네오
    지난해에 이어 공연계에 1인극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과거 베테랑 배우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1인극이 최근 멀티 캐스팅 시스템을 도입하며 중소극장의 새로운 흥행 보증수표로 자리잡았다.

    1인극 열풍의 중심에는 압도적 몰입감이 있다. 수천 석 규모의 대극장에서는 놓치기 쉬운 배우의 미세한 표정 변화, 떨리는 숨소리 하나까지 가까운 거리에서 생생하게 전달된다. 관객들은 배우 혼자서 서사를 이끌어가는 치열한 연기 과정을 지켜보며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한다.

    특히 'N차 관람(반복 관람)' 문화가 1인극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같은 대본이라도 연기하는 배우의 해석에 따라 작품의 색깔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팬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배우가 홀로 무대를 채우는 밀도 높은 시간을 향유하기 위해 기꺼이 반복해서 극장을 찾는다.

    제작사 입장에서도 1인극은 매력적인 카드다. 무대 장치를 최소화하고 출연진 규모를 줄여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는 동시에 절감된 비용을 캐스팅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대극장 못지않은 티켓 파워를 발휘할 수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중소규모 공연장의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 ▲ 연극 '지킬앤하이드' 공연 사진.ⓒ글림아티스트
    ▲ 연극 '지킬앤하이드' 공연 사진.ⓒ글림아티스트
    올해에도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를 시작으로 뮤지컬 '더 라스트맨'(~8월 9일 링크더스페이스 1관), 연극 '지킬앤하이드'(~6월 7일 대학로 링크더스페이스 2관)·'화이트래빗 레드래빗'(5월 27일~6월 7일 세종S씨어터)·'플리백'(6월 19일~9월 6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내게 빛나는 모든 것'(10월 17일~11월 8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두 번째 아이'(12월 8일~2027년 3월 28일) 등 1인극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동명 소설을 1인극으로 만든 '지킬앤하이드'는 배우 한 명이 지킬과 하이드를 포함해 8개의 역할을 소화한다. 원작의 주인공 '지킬'이 아닌 그의 친구이자 변호사인 '어터슨'의 시선으로 사건을 재해석했다. 화려한 장치 대신 최소한의 무대와 소품만을 활용, 배우의 밀도 높은 연기를 통해 인물의 내면과 심리적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이번 재연은 배수빈·정동화·정욱진·차정우 배우 4인이 번갈아 무대에 선다.

    뮤지컬 '더 라스트맨'은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고독과 희망을 조명한다. 서울 신림동의 B-103 방공호를 배경으로, 홀로 남겨진 생존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에 따라 생존자의 직업 설정이 달라지는 것이 특징이며, 대사와 소품의 변주를 통해 배우마다 전혀 다른 결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김지온·홍승안·김이후·김찬종에 이어 정민·주민진·김려원·홍나현이 합류해 2차 공연을 이끈다.
  • ▲ 연극 '지킬앤하이드'·'화이트래빗 레드래빗'·'플리백' 포스터.ⓒ글림아티스트·브러쉬씨어터
    ▲ 연극 '지킬앤하이드'·'화이트래빗 레드래빗'·'플리백' 포스터.ⓒ글림아티스트·브러쉬씨어터
    연극 '화이트래빗 레드래빗'은 이란 출신 작가 낫심 술리만푸어가 자국의 검열을 피해 만든 작품이다. 공연은 연습도, 연출도 없다. 배우는 무대에 오르는 순간 처음 보는 대본을 받아 들고 즉흥 연기를 펼친다. 배우당 단 1회만 공연하는 이 파격적인 실험에 강기둥·김경남·김남희·류경수·박소진·박영·수손우현·오정택·유현석·이동하·정원영·최석진 등 18명의 배우가 참여해 매회 유일무이한 연기를 선보인다.

    여성 1인극 '플리백(Fleabag)'이 세계 최초 라이선스로 한국 초연된다. '지저분하고 문제 있는 사람'을 뜻하는 제목처럼, 불완전한 한 여자의 내면을 정면으로 다룬다. 겉으로는 거침없는 유머와 냉소를 보이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상실감, 죄책감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배우의 몸짓과 목소리만으로 수많은 인물과 런던의 풍경을 그려내는 미니멀한 구성이 특징이다. '플리백' 역에는 김히어라·김주연·김규남이 캐스팅됐다.

    이들 1인극의 공통된 특징은 배우의 다각화다. 3인 이상의 라인업을 구성함은 물론, 젠더 프리(Gender-free) 캐스팅을 통해 남녀 배우가 같은 역할을 맡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중견 배우뿐만 아니라 젊은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1인극에 도전하며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멀티 캐스팅과 신선한 기획이 맞물린 1인극 열풍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