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바로 알고 분명하게 결론내려라《의결정족수》와《의결표수》는 서로 다른 개념헌법재판소 판례 무시하는 것인가?
  • ▲ 우원식 국회의장은 헌법 해석 제대로 해야 한다. 투표불성립이 아니라 부결이다. 우물쭈물 핑계대지 말고 법대로 하라.ⓒ 챗 GPT
    ▲ 우원식 국회의장은 헌법 해석 제대로 해야 한다. 투표불성립이 아니라 부결이다. 우물쭈물 핑계대지 말고 법대로 하라.ⓒ 챗 GPT
    ■ 우원식의《투표 불성립》선포

    5월 7일 국회 본회의에서 헌법 개정안 표결이 진행되었다. 
    국민의힘을 제외한 여야 의원 178명이 기명투표에 참여했고, 의결에 필요한 재적의원 3분의 2(191명)에 13명이 모자랐다. 

    이 시점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개표를 진행하지 않은 채, 투표한 의원 수가 의결정족수(재적의원 3분의 2)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로《투표 불성립》을 선포하고, 다음 날 본회의를 다시 소집해 같은 안건을 재상정하겠다고 밝혔다. 

    언뜻 자연스러운 절차로 보이나, 그날 본회의에서 일어난 일의 법적 성격을 정확히 짚어 볼 필요가 있다.


    ■ 의결정족수, 충족됐다

    먼저 의회절차상 두 가지 기본 개념을 구분해야 한다.
    《의결정족수》《의결표수》는 서로 다른 개념이다. 

    《의결정족수》는 합의체가 유효하게 의결하기 위해 필요한 출석인원의 최소수, 즉 의결능력의 요건이다. 
    《의결표수》는 안건을 가결시키기 위해 필요한 찬성표의 최소수, 즉 가결요건이다. 

    헌법 제49조는 이 둘을 정확히 분리해, 일반 안건의 경우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의결정족수)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의결표수)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한다.

    헌법 제130조 제1항은 헌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의 의결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고만 규정한다. 
    문언상 의결표수만이 가중되어 있을 뿐, 의결정족수에 관한 별도 규정은 두지 않았다

    따라서헌법 개정안의 의결정족수》는 헌법 제49조 일반원칙(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이 적용된다는 것이 자연스러운 해석이다.

    이 구분을 5월 7일 사안에 대입해 본다. 
    178명 출석은 재적의원 286명의 과반수(144명)를 넘었으므로 의결정족수는 충족되었다. 
    본회의는 의결능력을 갖춘 상태였다. 

    그러면《의결표수(찬성 191명)》는 어떠한가. 
    178명이 전원 찬성한다고 가정해도 13명이 부족하다. 
    의결표수》의 충족이 산술적으로 확정 불가능한 상태에서 표결 절차가 종결된 것이다.


    ■ 가결요견, 충족되지 못했다

    의결능력을 갖춘 회의체에서 표결이 이뤄졌고 가결요건이 충족되지 못했다면, 그것이 곧《부결의 의미다. 

    개표가 형식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사정은 본질을 바꾸지 못한다
    모든 참여자가 찬성한다 해도 가결될 수 없음이 산술적으로 확정된 시점에서 개표는 의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평가가 왜 결정적인가. 

    국회법 제92조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중에 다시 발의 또는 제출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이른바 일사부재의(一事不再議) 원칙이다. 
    한 회기 안에서 같은 사안을 두고 의결을 반복하지 못하도록 하여 의사진행의 합리화와 의결결과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의회법의 기본 원리에 속한다. 

    5월 7일 본회의와 8일 본회의는 모두 제435회 임시회 같은 회기 안에 있다. 
    7일의 결과가 부결이라면, 8일 같은 안건을 재상정하는 것은 이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헌법재판소는 2009년의 결정(2009헌라8)에서 이미 유사한 쟁점을 다룬 바 있다. 
    다수의견(5인)은 "1차 투표가 종료되어 의결정족수에 미달되었음이 확인된 이상 국회의 의사는 부결로 확정되었다"고 보아, 같은 회기 내 재표결은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안은의결정족수》미달조차 아닌《의결표수》미달이 명백히 확정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위 다수의견의 논리는 한층 분명하게 적용될 여지가 있다.


    ■ 우원식은 답하라

    헌법과 국회법의 객관적인 법리에 비추어 보면, 5월 7일 본회의 결과의 정확한 성격은《투표 불성립》이 아니라《부결이다. 
    재표결이 강행되어 가결되더라도, 그 의결은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편집자 주] 우원식 국회의장은 8일 국회 본회의에서 "헌법개정안을 상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상정하지 않는 이유로 "국민의힘이 투표에 참석하지 않고 상정 의안 모두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신청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둘러댔다. 
    재상정 할 수 있지만,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거라는 말로 해석됐다.
    《부결》이 아니라《투표 불성립》이란 자신의 주장을 고수한 것. 
    우원식 의장은 우물쭈물 넘어갈 것이 아니라 엄격한 헌법해석을 내놓야 한다.

    헌법 개정은 그 절차적 정당성이 결과의 정당성을 뒷받침한다. 
    의사절차의 첫 단추가 이렇게 끼워진 채 다음 단추로 넘어가는 것이 과연 헌법 개정의 길에 부합하는가. 

    이 물음은 이제 국회의 몫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