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문화예술 인사정책 규탄 기자회견,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최대 규모 반발서승만·황교익 등 전문성 결여된 '코드 인사' 철회 요구,"문화예술 공공성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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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연대를 비롯한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21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이재명 정부의 문화예술 관련 인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서성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65%를 상회하며 순항하고 있지만, 문화예술계에서는 공공기관 인사 정책을 둘러싼 분노가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현장 예술인들은 이번 정부의 인사를 '셀럽·캠프·밀실 인사'로 규정하며 대통령의 사과와 인사 시스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이번 규탄의 직접적인 기폭제는 지난 18일 단행된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 임명이다. 국책연구기관으로서 국가 문화정책의 기틀을 마련해야 할 자리에 전문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인물을 앉힌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상식 벗어난 보은 인사" 30년 만에 연구자들까지 거리로문화연대를 포함한 65개 문화예술 단체와 794명의 예술인들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정부의 파행적인 인사 조치를 강력히 규탄했다. 이번 집단행동은 2016년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장르를 불문하고 예술계가 한목소리를 낸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이날 현장에서는 정부 출범 초기부터 이어진 인사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IT 사업가 출신인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 임명 때부터 제기된 전문성 우려가 최근 황교익 음식 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와 개그맨 출신 서승만 씨(국립정동극장 대표이사)의 임명으로 폭발했다는 분석이다.이원재 문화연대 집행위원장은 "인사는 곧 정부의 메시지이자 정책인데, 지금의 인사는 문화예술의 공공성과 전문성을 완전히 짓밟고 있다"며 "30년 활동하며 국책연구원 출신들까지 성명을 내는 것은 처음 봤을 정도로 현장의 무력감과 냉소가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
- ▲ 문화연대를 비롯한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21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이재명 정부의 문화예술 관련 인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서성진 기자
◇ '화이트리스트' 의혹 제기 "예술가에겐 엄격, 기관장에겐 관대"현장 예술인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단순한 불만을 넘어 '모욕감'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싱어송라이터 이서영 씨는 "무명 예술가들은 예술인 증명 하나를 받는 데도 한 달 넘게 까다로운 검토를 거치는데, 정작 공공기관 수장들은 정권과의 친소 관계만으로 쉽게 임명되고 있다. 과거에 블랙리스트가 있었다면, 지금은 '화이트리스트'가 작동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 스포츠코칭 교수 역시 현 정부의 인사를 두고 "축구대표팀 감독에 서장훈과 강호동을 임명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전문성 없는 인사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는 것은 문화예술 생태계에 가해지는 폭력"이라며 "스포츠 감독이 인지도만으로 승리할 수 없듯, 기관장은 고유의 철학과 현장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예술계가 꼽은 '문제적 인사' 사례문화예술계는 이번 정부 들어 임명되거나 거론된 인사 중 다음의 사례들을 대표적인 '파행 인사'로 지목했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 : IT 기업인 출신으로 현장 전문성 부족 논란- 황교익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 : 국책연구기관 운영에 부적합한 정책 리더십 지적- 서승만 국립정동극장 대표 : 기관 운영 전문성 및 비전 부족 논란- 장동직 국립정동극장 이사장 : 배우 출신으로 공공기관 운영 역량 의문- 박혜진 국립오페라단장 : 과거 무대 사고 책임 논란에도 불구하고 임명 강행 -
- ▲ 문화연대를 비롯한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21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이재명 정부의 문화예술 관련 인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서성진 기자
◇ "대통령 직접 사과하고 공개 토론하자"문화예술계는 정부를 향해 △일방적 인사 조치 즉각 중단 △명확한 인사 기준 수립 및 공개 △투명한 인사 시스템 구축 △인사혁신처의 조사 및 책임 규명 △이재명 대통령의 직접 사과 및 전면 재검토 등 5대 요구사항을 발표하며 배수의 진을 쳤다.특히 "대통령이 즐기는 타운홀 미팅이나 공개 토론을 통해서라도 현장 예술인들과 소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과의 공식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전달했으며, 오는 24일 오후 5시까지 회신해달라고 했다.공연계 한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 문화예술 인사정책 규탄 기자회견은 단순한 이권 다툼이 아닌, 무너져가는 문화예술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현장의 절박한 호소로 읽힌다. '문화강국'의 위상이 인사 참사라는 암초를 만나 표류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이주영 문화칼럼니스트는 "임명된 주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현장에서 실무진들과 활발히 소통하면서 중장기 문화예술계 청사진을 그려본 이들은 거의 없다"며 "국내외에서 문화예술 활동의 지평이 넓어지고 그 영향력이 개개인의 일상부터 정치적 외연의 변화까지 견인하고 있는 지금의 역동적인 한국에서 상향식 의견 수렴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적합한 문화예술계 리더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