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규 연출…5월 7~31일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서 공연이서진 "첫 연극 너무 힘들어 후회"…고아성 "평소 연극 무대 동경"
  • ▲ 지난 7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연극 '바냐삼촌'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우 이서진과 고아성.ⓒLG아트센터
    ▲ 지난 7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연극 '바냐삼촌'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우 이서진과 고아성.ⓒLG아트센터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타인의 삶을 쉽게 재단하는 시대, 130여 년 전 러시아의 시골 마을에서 터져 나왔던 한 남자의 절규가 2026년 서울의 무대 위로 소환된다. LG아트센터 서울이 제작하고 손상규가 연출을 맡은 고전 '바냐 삼촌'이 그 주인공이다.

    1897년 발표된 '바냐 삼촌'은 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체호프(1860~1904)의 대표작으로, 1899년 콘스탄틴 스타니슬라브스키 연출가에 의해 초연됐다. 바냐와 소냐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인적·물적 갈등, 아무렇지도 않게 제자리로 되돌아가는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우리네 인간 삶을 대변하고 있다.

    이번 공연의 최대 화제는 배우 이서진의 연극 데뷔다. 27년 연기 인생 처음으로 무대에 서는 그는 삶의 허망함과 비애를 온몸으로 짊어진 주인공 '바냐'를 연기한다. 이서진은 지난 7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너무 힘들어 후회하고 있다.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이 될 것 같다"며 특유의 솔직한 화법으로 입을 뗐다.

    그러면서 "처음 제안이 왔을 때 거절했다. 요즘 제가 예능인으로 살다보니 연기를 오래 쉬기도 했고, 연극을 처음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다"며 "많은 사람과 상의 끝에 좋은 시기이고, 좋은 기회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태프들도 열정이 보여서 결국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함께 데뷔하는 고아성은 꿋꿋하게 삶을 견뎌내는 '소냐'로 분한다. 평소 연극 무대를 동경해 왔다는 그는 "2024년 손 연출의 '타인의 삶'을 관람하고 큰 감동을 받았다"며 "이서진 선배님이 먼저 캐스팅된 상태였는데, 지금이 아니면 언제 그의 조카 역할을 해보겠나 싶었다. 연습을 하면서 이렇게 스윗한 사람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대본을 받고 원작을 다시 읽었는데 체호프의 대사를 내 입으로 내뱉을 수 있다는 게 행운같아서 감사했다. 책을 읽었을 때 받았던 위로를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하고 싶다. 인간은 지성 때문에 괴롭지만, 그럼에도 참고 견디는 것이 이 극이 주는 위로의 핵심"이라며 야무진 해석을 덧붙였다.
  • ▲ 지난 7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연극 '바냐삼촌' 제작발표회.ⓒLG아트센터
    ▲ 지난 7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연극 '바냐삼촌' 제작발표회.ⓒLG아트센터
    손상규 연출은 '바냐 삼촌'을 '코미디'로 정의했다. 하지만 그 웃음은 가볍지 않다. "엊그제 연습하면서 울기도 했다"는 그의 고백처럼, 극은 웃기면서도 슬픈(웃픈) 삶의 묘한 지점을 파고든다. "요즘 사회는 타인의 삶을 쉽게 평가하는 폭력적인 세상인 것 같다. 나무가 굽었다고 욕하지 않듯, 누군가의 삶을 잘못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스스로의 인생에 조금 더 관대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이서진은 바냐라는 인물에 대해 "불평불만이 많은 성격이 실제 나와는 전혀 안 어울려 100% 연기로 커버 중"이라며 농담을 던지면서도, "갱년기를 겪으며 인물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현대의 나를 연기한다는 기분으로 임하고 있다"고 캐릭터에 대한 깊은 공감을 드러냈다.

    특히, 화려한 무대 장치보다 인물 간의 밀도 높은 관계와 배우 본연의 색깔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했다. 김수현·조영규·이화정·민윤재·변윤정 등 연극계 베테랑들이 합류해 22회 전 회차를 '원 캐스트'로 소화하며 흔들림 없는 몰입감을 선사할 계획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지난해 '헤다 가블러'에 이어 동시기에 국립극단도 같은 원작을 근현대사로 변주한 '반야 아재'를 무대에 올린다는 점이다. 같은 고전을 서로 다른 해석으로 만나는 것은 관객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이현정 LG아트센터장은 "지난해는 우연인가 했는데, 올해는 정말 깜짝 놀랐다. 이 시대가 '바냐 삼촌'을 불러낸 게 아닌가 생각된다"며 "국립극단의 '헤다 가블러'를 보면서 같은 작품이라도 '대사, 장면이 이렇게 달라졌네' 생각했다. 만드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부담이지만 관객은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가야 해요." 소냐의 마지막 대사처럼, 연극 '바냐 삼촌'은 무너진 일상 속에서도 내일을 버텨내는 우리 모두에게 "그만하면 잘 살았다"는 격려를 보낼 예정이다. 5월 7~31일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