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자르 발레 로잔, 25년 만에 서울 내한 무대…오는 24~26일 GS아트센터'마린스키의 별' 2일 화상 인터뷰 진행 "오랜 꿈, 200% 이상 보여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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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위스 로잔에서 '볼레로' 리허설을 하는 김기민.ⓒ인아츠프로덕션
"한국인 최초 '볼레로' 주역이라는 타이틀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했을 춤이라 생각해요. 물론 쉽지는 않겠죠. 저는 항상 그랬듯이 200% 이상 준비가 돼 있어요. 지금 '볼레로' 음악을 들으며 잠들고, 일어나고 있어요. 연습할 때마다 느끼는 감동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김기민(34)이 세계적인 발레단 베자르 발레 로잔(Béjart Ballet Lausanne·BBL)의 대표작 '볼레로'로 한국 무대에 선다. BBL은 오는 24~26일 서울 역삼동 GS아트센터에서 내한 공연을 갖는다. 이번 공연은 2011년(대전) 이후 15년 만이며, 서울 무대는 2001년에 이어 25년 만이다.BBL은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의 관현악곡 '볼레로'를 표현한 베자르 안무의 동명 작품을 비롯해 '불새'와 아시아 초연작인 '햄릿'·'바이 바이 베이비 블랙버드' 등을 선보인다. 김기민은 '볼레로'의 주역으로 23일과 25일 두 차례 관객과 만난다. 특히, 그의 올해 첫 국내 무대로, 한국인 최초 BBL과 함께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현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머물고 있는 김기민은 2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 다닐 때 블라디미르 김 선생님이 추천해 주셔서 영상으로 조르주 돈의 '볼레로'를 처음 보고 사랑에 빠졌다. 선생님께서 너와 어울리는 작품이라며 지금은 이르지만 프로 무용수가 돼서 많은 경험을 쌓고 나중에 꼭 해야 한다고 하셨다. 제 꿈이자 스승의 꿈이기도 한 작품"이라고 밝혔다.BBL은 '20세기 발레의 혁명가'로 불리는 안무가 모리스 베자르(1927~2007)가 1987년 스위스 로잔에 창단했다. 전통적인 발레 기법에 강렬한 표현력과 독창적인 안무를 더해 현대 발레의 경계를 확장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4년 9월부터 줄리앙 파브로 예술감독이 이끌고 있으며, 한국인 발레리나 이민경이 2020년 입단했다.김기민은 "저보다는 베자르 작품이 공연된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으면 한다. '볼레로' 춤을 추는 게 제 꿈이었기도 하지만 한국 관객분들께는 BBL의 작품을 본다는 사실이 더 중요한 것 같다"며 "베자르는 20세기 이후부터 현재 춤을 추는 사람들에게 큰 유산을 남겨준 안무가다. 베자르의 작품을 자주 불렀다면 한국 발레에 또 다른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
- ▲ 베자르 발레 로잔 '볼레로' 공연.ⓒ인아츠프로덕션
1961년 초연된 '볼레로'는 베자르 특유의 집단성과 의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무대 중심 붉은 원형 탁자 위의 주역 무용수는 '선율'을, 그 주위를 둘러싼 남성 군무는 '리듬'을 구현한다. 베자르의 남성 뮤즈였던 조르조 돈(1947~1992)이 춘 '볼레로'는 무용사에 길이 남을 화제작으로 꼽힌다. 원래 여성 무용수를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었으나, 돈이 연기한 이후 남성 발레의 대표적 상징이 되기도 했다.김기민은 "조르주 돈은 그냥 단순한 베자르의 뮤즈가 아니다. 초연은 아니었지만 이 작품을 완성시킨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돈은 작품의 철학과 미학 100% 이상 모든 걸 보여준 엄청난 재능을 가졌다. 개인적으로 베자르 안무가 정말 대단하지만 돈이 없었다면 지금의 '볼레로'라는 작품이 절대 안 나왔을 것이다. 베자르 미학의 끝, 정점을 찍어준 무용수"라고 말했다.내한에 앞서 김기민은 스위스에서 여러 번의 리허설을 마쳤다. 그는 "BBL만이 주는 진지하면서도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집중도가 정말 높다"며 "볼레로는 온 기운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 있다. 춤이 너무 힘들어서 BBL 단원에게 끝까지 어떻게 출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무대에 올라가면 군무들이 도와줄 것이라고 했다. 테이블 밑에서 군무들이 밀어주는 힘을 받으며 춤을 춘다고 상상하니 기운을 받는 것 같았다"고 했다.이어 "음악이 시작되면 음표 하나가 먼 우주에서 물방울처럼 머리로 툭 떨어져 제 손끝까지 이어져 움직이는 기분이다. 말로 설명하기는 힘든 감정이지만 연습에 집중하다 보면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하다. 마지막 장면은 '죽음'이다. 첫 음부터 '나는 죽는구나'라는 걸 무섭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기쁘게 받아들이고 춤을 춘다. '죽음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구나'라는 감동이 있다"고 덧붙였다.2011년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한 김기민은 2015년 마린스키 최초의 동양인 수석무용수에 올랐으며, 2016년에는 무용계의 오스카상인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 최고 남성 무용수상을 수상했다. 그는 최근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 젊은 무용수들을 향해 "한국은 정확성이 뛰어나고 아주 탄탄한 기본기를 가졌다"며 "입시 발레가 발전하다 보니 춤을 잘 추는 것처럼 보이려는 경향이 있다. 감정, 테크닉이 획일적인 부분이 있는데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