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 '전설' 박건하지역 라이벌 수원FC 감독 부임K리그2에서 수원 삼성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 수원FC
  • ▲ 박건하 수원FC 감독이 개막 후 4연승을 질주하며 팀을 우승 후보로 등극시켰다. 수원FC는 수원과 1위 경쟁이 불가피하다.ⓒ뉴데일리
    ▲ 박건하 수원FC 감독이 개막 후 4연승을 질주하며 팀을 우승 후보로 등극시켰다. 수원FC는 수원과 1위 경쟁이 불가피하다.ⓒ뉴데일리
    박건하. K리그 '명가' 수원 삼성의 레전드다. 이견이 없는 전설이다. 

    1996년 수원의 창단 멤버로 입단해 2006년까지 '원 클럽 맨'으로 뛰었다. 이 기간은 수원이 신생팀에서 K리그 최강의 팀으로 성장한 시간이다. 그 중심에 박건하가 있었다. 

    수원은 박건하가 군림하던 시절 K리그 우승 3회, FA컵 우승 1회, 아시아 클럽 챔피언십(AFC 챔피언스리그 전신) 우승 2회 등 황금기를 누렸다. 박건하는 수원의 위대한 주장이기도 했다. 

    박건하가 수원 팬들에게 더욱 큰 사랑을 받은 이유가 있다. 이적 제안이 있었지만, 많은 유혹에도 그는 수원의 푸른 심장을 외면하지 않았다. 모두 거부하고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수원의 프랜차이즈 선수로 남았다. 

    현연 은퇴 후에도 수원과 연을 이어갔다. 플레잉 코치, 유스 감독, 2군 코치 등을 역임했고, 2020년에는 드디어 수원 1군 감독 자리까지 올랐다. 

    당시 투자를 급격히 줄었던 수원. 명가의 위용을 잃어버린 수원. 위기의 수원이었다. 이때 구단은 팀의 레전드에 손길을 내밀었고, 박건하 감독은 그 손길을 뿌리치지 않았다. 

    투자 감소로 대형 선수 영입이 어려웠던 수원은 유스 매탄고 출신 선수들을 적극 기용했다. 박 감독 역시 그 흐름을 따랐고, '매탄 소년단'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프로 세계는 돈으로 말하고, 돈으로 증명하는 무대다. 투자가 없는 곳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박 감독은 2022년 박수를 받지 못한 채 수원 감독직을 내려놓아야 했다. 

    2022년 이후 한국 축구대표팀 코치로 복귀한 후 물러났고, 지난해 12월 박 감독은 새로운 지휘봉을 손에 쥐었다. 

    그가 '수원FC'의 감독이 됐다. 

    K리그에 또 하나의 스토리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수원의 전설이 지역 라이벌 수원FC의 수장으로 간 것. 이제 '수원 더비'는 '박건하 더비'로 이름이 바뀌었다. 

    자신의 모든 것이 담긴 팀을 상대로 칼을 겨눠야 하는 박 감독이다. 수원을 꺾어야 수원FC가 도약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다. 박 감독은 이런 운명을 받아들였다. 

    수원FC는 지난 시즌 K리그1(1부리그)에서 강등됐고, 김은중 감독과 결별했다. 강력한 반전 동력이 필요했고, 수원FC는 박 감독의 손을 잡았다. 

    강등팀이 다시 1부리그로 올라가기 힘들다. 인천 유나이티드처럼 한 시즌 만에 승격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이 2부리그에서 헤매고 있다. 수원도 2부리그 강등 후 아직까지 1부리그로 올라서지 못했다. 

    수원FC도 그럴 거라는 전망이 지배했다. 승격 후보는 이정효 감독을 선임한 수원, 2부리그로 강등됐지만 여전히 1부리그 스쿼드를 갖춘 대구FC 등이 지목됐다. 수원FC는 우승 후보와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대반전'이 일어났다. 

    수원은 개막 후 5전 전승으로 1위를 질주했다. 이는 예상했던 바다. 대반전은 수원FC였다. 

    수원FC는 개막 후 4전 전승을 달렸다. 충북청주FC(4-1 승), 용인FC(3-1 승), 김해FC(2-1 승), 파주 프런티어FC(2-1 승)까지 파죽의 4연승을 달렸다. 

    1경기 덜 치른 상황에서 리그 3위. 2위는 1경기를 더 치른 부산 아이파크(4승 1패)다. K리그2에서 전승을 거둔 유이한 팀이 바로 수원과 수원FC다. 

    이는 수원과 수원FC가 올 시즌 가장 치열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할 거라는 메시지다. 수원이라는 같은 이름을 쓰면서 같이 최고의 성적을 내고 있다. K리그2에서 수원이라는 도시가 이렇게 뜨거운 적은 없었다. 

    그 속에 박건하라는 존재가 뜨거움을 배가시키고 있다. 

    박 감독의 리더십이 빛난 결과다. 지난 시즌까지 팀의 주축이었던 이용, 윤빛가람, 싸박 등이 팀을 떠났지만 박 감독을 중심으로 수원FC는 빠르게 팀 재정비에 나섰다. 

    한찬희, 양한빈, 마테우스 바비, 프리조 등을 새롭게 영입하며 전력 공백을 채웠다. 여기에 떠나지 않은 에이스 윌리안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에이스 역할을 해줬다. 

    박 감독은 4연승의 공을 모두 선수에게 돌렸다. 

    4연승에 성공한 지난 2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만난 박 감독은 "동계 훈련부터 선수들이 너무나 잘 따라줬다. 열심히 준비했던 것이 경기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이번 경기도 우리가 하려고 했던 공격적인 부분이 잘 됐다. 아직 부족하지만, 선수들이 빠르게 인지를 하고, 시도를 했다. 또 초반에 연승을 하니 선수들에게 자신감이 생겼다고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 ▲ 수원 삼성 감독 시절의 박건하 감독.ⓒ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수원 삼성 감독 시절의 박건하 감독.ⓒ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제 박 감독은 수원과 치열한 1위 전쟁을 벌여야 한다. 

    박 감독은 아직 적으로 수원을 만난 적이 없다. 그 경험을 올 시즌 처음해야 한다. 여전히 박 감독은 수원을 사랑하고 존경한다. 그렇지만 수원FC의 수장이다. 지금 그에게 수원은 반드시 무너뜨려야 하는 리그 최강의 적이다. 

    박 감독에게 수원에 대해 물었다. 그는 "수원 이야기는 항상 조심스럽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수원에 대한 진심을 숨기지 않았다. 

    "수원에 워낙 좋은 감독이 왔고, 올해 또 많은 투자를 했다. 수원은 잘해야 한다. 과거 수원 출신으로서 수원이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있다. 수원FC와 수원이 다 같이 잘했으면 하는 게 지금의 바람이다."

    수원에 대한 마음은 그대로. 그러나 지금은 수원FC 감독이다. 과거 향수에 빠져 있지 않다. 수원FC에 올인하고 있다. 수원FC 재도약을 위해 그는 모든 것을 걸었다. 수원에 대한 추억은 잠시 묻어든 채로. 

    다음 달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 레전드 매치'가 열린다. 서정원, 염기훈, 조원희, 마토, 곽희주, 송종국, 이관우 등 수원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선수들이 총출동한다. 여기에 박건하가 빠졌다. 

    이유가 있었다. 박건하는 수원의 레전드가 분명하지만, 지금은 수원FC 감독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수원을 위해 뛸 때가 아니다. 수원FC를 위해서만 뛴다. 

    "수원 레전드 매치 제안를 받았다. 하지만 나는 현재 수원FC 감독이다. 우리 수원FC 팬들을 생각했다. 그래서 고사했다. 수원 레전드 매치에 내가 나가는 것은 맞지 않다. 의미 있는 경기이긴 하지만, 나는 지금 수원FC 소속이자 감독이다. 이곳을 위해 집중하는 것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