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전통시장 모두 '할인에도 소비 주춤'가축 질병 확산에 전쟁 여파까지…먹거리 물가 상승 압력"필수품 위주 소비"…고물가에 지갑 닫는 소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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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 정육코너에서 할인 행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시민들이 고기 가격을 살펴보고 있다. ⓒ임찬웅 기자
"할인을 해도 선뜻 손이 안 가요"25일 오전 방문한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 정육코너에는 '40% 할인' '물가안정 프로젝트' 등의 문구가 곳곳에 붙어 있었지만 소비자의 발걸음은 뜸했다. 진열대에는 고기가 가득 쌓여 있었지만 시민들은 가장 저렴한 제품을 찾기 위해 한참 서서 고기를 고르며 선뜻 선택하지 못했다. 일부 시민들은 한참 망설이다 발길을 돌렸다.이날 마트에서는 할인 행사가 진행 중이었지만 시민들은 비용 부담이 여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소비자들은 필요한 만큼만 소량 구매하는 모습이었다. 일부 시민들은 더 저렴한 냉동고기 코너로 이동했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60대 주부 전모씨는 "할인을 해도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요즘은 꼭 필요한 물품이 아니면 구매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올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가축 전염병이 확산되고, 미국과 이스라엘·이란 간 전쟁 여파로 환율과 유가가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 우려까지 커지자 25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의 부담은 더욱 커진 모습이다.마포구 망원동에서 자취 중인 대학생 이모씨는 "예전에는 주류 코너도 자주 방문하는 등 마트를 돌며 이것저것 구매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고기 등 기본 생필품 가격이 많이 올라 그렇지 않다"며 '생활비를 절약하려고 방문 전에 필요한 것을 체크한 뒤 꼭 필요한 것만 사고 나온다"고 말했다.마포구에 거주하는 60대 백모씨는 "요즘 전반적으로 생활비 부담을 크게 느낀다"며 "전쟁이 길어질수록 물가가 더 오를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
- ▲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 정육코너에 '40% 할인' 안내문이 붙어 있다. ⓒ임찬웅 기자
◆"반값 세일에도 고민" … 전통시장까지 번진 소비 위축이 같은 분위기는 전통시장에서도 이어졌다. 같은 날 찾은 마포구의 한 전통시장 정육점 앞에는 가격을 살피며 한동안 머무는 소비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시장 역시 '전 품목 반값 세일' 등 할인 문구가 즐비했지만 소비자들은 구매를 고민하는 분위기였다.정육점 진열대에는 고기가 빼곡히 채워져 있었고 상인들 역시 적극적으로 손님 응대에 나섰지만 소비자들은 가격을 비교하며 쉽게 구매를 결정하지 못했다. 할인 행사가 진행 중임에도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은 분위기였다.정육점에서 근무하는 30대 김모씨는 "요즘 소비자들을 보면 선뜻 물건을 고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할인 행사를 자주 진행하고 있음에도 고민만 하다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줄었다"고 말했다.인근에 거주하는 30대 주모씨도 "요즘 물가 부담 때문에 지출을 줄이는 편"이라며 "남편이 인근에서 요식업을 하는데 고기를 도매로 구매할 때도 부담이 커져 걱정이 늘었다"고 말했다.이처럼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모두에서 소비 위축 흐름이 나타나는 가운데 지속적인 축산물 가격 고공행진이 소비자 부담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 ▲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전통시장에 '국내산 소고기 전 품목 반값 세일' 할인 문구가 적혀 있다. ⓒ임찬웅 기자
◆"필수 식료품 부담 커졌다" … 축산물 상승에 소비 위축 심화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전날 기준 한우와 한돈 등 축산물 가격의 오름세도 이어지고 있다. 한우 안심(100g)은 전년 동기 1만3599원에서 1만5804원으로 2205원(16.2%) 상승했고, 한우 등심(100g)도 전년 동기 1만0832원에서 1만2269원으로 1437원(13.3%) 올랐다.한돈 삼겹살(100g)은 전년 동기 2572원에서 2610원으로 38원(1.5%) 상승했으며, 닭고기는 전년 동기 5823원에서 6650원으로 827원(14.2%) 상승했다. 계란 한 판 가격은 전년 동기 6554원에서 6923원으로 369원(5.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이 같은 가격 상승은 가축 전염병 확산과 국제 정세 불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25일 축산업계에 따르면 ASF,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등 '3대 가축 전염병'이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되며 육류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ASF는 20일 기준 24건이 발생해 역대 최다 수준을 기록했고, AI는 22일 기준 60건으로 2024년 26건, 2025년 56건을 웃돌았다. 구제역 역시 지난달 28일 기준 3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전문가들은 가축 전염병과 중동 지역 국제 정세 불안이 맞물리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지고 이에 따라 소비 위축 흐름도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물가 상승세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식료품과 같은 필수 소비 품목의 가격 부담이 커졌다"며 "이 같은 가격 상승은 가계 소비지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체감 물가 상승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가 변동성까지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 여력이 제한되고 있다"며 "가격 부담이 큰 육류의 경우 소비를 미루거나 줄이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이어 "원자재 가격 상승은 가공식품 등 전반적인 먹거리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