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친문, 李 낙선 바라" 발언 후폭풍 계속불편한 친문계 … "해도 너무해" "모욕적" 반발지선·8월 전대 앞두고 계파 갈등 본격화 전망
  •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5일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국민임명식 '광복 80년, 국민주권으로 미래를 세우다' 행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인사하는 모습.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5일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국민임명식 '광복 80년, 국민주권으로 미래를 세우다' 행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인사하는 모습. ⓒ뉴시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친문(친문재인)계가 이재명 대통령의 낙선을 바랐다"는 취지의 발언을 두고 친문계가 잇따라 반발하고 나서면서 민주당 내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점에 대선 패배 책임론까지 재점화되자 당내 긴장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문재인 전 대통령 최측근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25일 CBS라디오에서 "정치인이 갈라치기나 분열의 언어를 쓰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 검사 출신 윤석열을 저희가 응원했다는 건 어떻게 보면 조금 모욕감이 드는 언사"라며 송 전 대표의 발언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윤 의원은 "정치가 덧셈의 정치가 돼야지 뺄셈 정치할 거면 정치 뭐 하러 하겠나"라면서 "지방선거 앞두고 이번 선거는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정말 중차대한 선거다. 이럴 때는 힘을 모아야 된다. 뺄셈 정치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도 "선거를 코앞에 두고 내부를 갈라치고 분열시키는 일은 제발 그만해 달라"고 했다.

    윤 의원은 "소위 '친문 폐족 척결론' 류의 말을 들을 때마다 묘한 감정을 느낀다"며 "참여정부 후반에 모든 것이 다 노무현 대통령 탓이라고들 했던 시절이 떠올라 마음 한구석이 섬뜩하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그 시절의 악몽이 가끔 생각난다. 친문은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거나 확실하게 척결돼야 한다는 듯하는 말들 때문"이라며 "하다하다 이제는 2022년 대선에서 친문 세력이 이재명 후보를 돕지 않고 윤석열을 도왔다는 식의 이야기까지 들린다"고 하소연했다.

    윤 의원은 "도대체 왜 그런 이야기들을 하는지 이해하려야 이해할 길을 못 찾겠다. 당연히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누가 윤석열 당선을 도왔다고 하는 대목에서는 대꾸할 말조차 못 찾겠다. 그저 참담할 뿐"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해도 너무 하다. 상처 입은 사람들끼리 서로 보듬지는 못할망정 상처 난 곳에 소금을 뿌려서야 되겠나"라면서 "분열시키는 일은 제발 그만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도 연일 송 전 대표의 발언을 저격하며 얼굴을 붉혔다.

    고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친문이 이재명 낙선을 바랐다'와 같이 믿을 수 없는 말들이 사람들 입길에 오르내렸다"며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우리를 이간질하려는 이들의 뻔한 수법이라 생각해 입을 닫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패배한 이에게 쏟아지는 고난의 일부라고 여겨 바로잡히지 않은 거짓은 '그럴 수도 있었겠다' 식의 추측을 만들었다"며 "주요 정치인들 입에서 그런 말들이 흘러나오며 확신의 단계로 접어든 것 같다"고 언급했다.

    고 의원은 또 "2022년 대선에서 저를 비롯한 문 전 대통령을 모신 많은 이들이 필사적으로 선거에 임했다"며 "의심의 씨앗이 우리를 집어삼켜선 안 된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지켜야 하는 중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잠잠하던 친문계가 다시 목소리를 높이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송 전 대표의 최근 발언이다. 

    그는 지난 22일 경향신문 유튜브에서 "제가 친문 세력과 싸우면서 당 대표가 됐다. 제가 당대표가 되지 않았으면 이재명 후보 탄생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때 친문 세력이 이낙연을 밀려고 조직적으로 대장동 사건을 터뜨렸다. 대장동 사건은 조중동이 터뜨린 게 아니라 이낙연 쪽이 터뜨려서 확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전 대표는 "이재명을 반대했던 저를 반대했던 소위 친문 세력 누구라고 특정하지는 않겠지만 상당수가 선거운동을 안 했다"며 "이낙연부터 안 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이러한 발언은 즉각 여권 내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에 고 의원은 즉각 페이스북을 통해 송 전 대표를 겨냥하며 "롤모델의 길을 가시겠냐 반면교사의 대상이 되시겠냐"고 직격했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도 23일 "송 전 대표의 발언은 거짓"이라며 "윤석열이 당선되며 친문계 다수가 표적·조작 기소를 당한 것을 생각해 보라. 친낙(친이낙연)계를 잘못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법무부 장관 출신으로 친문 적자로 불리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직접적인 언급 대신 윤 의원의 페이스북 글을 공유하며 사실상 공감의 뜻을 드러냈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논란이 단순한 설전이 아닌 2022년 대선 패배를 둘러싼 친명·친문 간 묵은 감정이 다시 표면화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패배 이후 당내 기반이 약한 상태에서 친문계를 중심으로 한 비명계의 견제를 받아왔고 자신의 체포동의안이 비명계 주도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자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직접 예방하며 갈등 봉합을 시도했지만 2024년 총선에서 '친명횡재, 비명횡사' 논란이 불거지며 또다시 갈등이 격화했다. 다만 총선 이후 친명계가 당 주도권을 사실상 장악하면서 친문계는 구심점을 잃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갈등이 사실상 잠잠하던 친문계의 '재등판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방선거 이후 예정된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경쟁까지 본격화하면 계파 갈등이 다시 전면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둔 만큼 계파 갈등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치 투쟁을 할 세력 관계를 가지고 서로를 공격하는 카드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지금은 6·3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연대하고 단합하고 승리한 다음에 진검승부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