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 이후 고소부터 기소까지 처리 기간 1.5배 증가변호사 "처분까지 10개월 소요, 사법 절차 전반 지연 심화"민주당 '요구권' 부여 당론에 "실무 모르는 이상론" 비판사법 체계 정체 속 '부실 기소'와 사법 공백 자초 우려
  • ▲ 검찰. ⓒ뉴데일리DB
    ▲ 검찰. ⓒ뉴데일리DB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과 경찰 간의 이른바 '사건 핑퐁'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형사사법 절차 전반의 지연이 일상적인 사법 정체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제한되고 수사지휘권이 폐지된 결과다. 검찰은 부실 수사를 통제할 유일한 수단으로 '보완수사 요구'에 의존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없어질 운명에 처했다.

    법조계에서는 보완수사권이 축소될 경우 '부실 기소'와 '재판 지연'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검사가 직접 증거를 보완하는 대신 '요구'만을 하게 될 경우 책임 없는 사건 처리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21일 범여권 주도로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검찰은 오는 10월 수사권을 상실하고 공소 제기 및 유지 기능만 담당하는 공소청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검찰의 마지막 수사 기능인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도 오는 6월 지방선거 이후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본격 논의될 전망이다.

    여권에서는 공소청 검사에게 직접 보완수사권 대신 보완수사 '요구권'만을 부여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정한 상황이다. 보완수사권은 사실상 직접 수사권이며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배치된다는 주장이다. 반면 검찰 내부에서는 보완수사권을 사법 통제의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최근 검찰 내부망에서 한 검사는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법리적 허점을 메우는 보완수사권 제한이 상식적인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현 입법 방향이 현장의 실무적 부작용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완수사권마저 박탈될 경우 검사는 기록상 허점을 보고도 직접 보완 수사를 할 수 없게 된다. 일각에서는 사법 공백의 원인을 방치한 채 국가의 범죄 대응 역량만 축소하는 처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 ▲ 공소청법안(대안)이 2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 주도로 재석 의원 165명 중 찬성 164명, 반대 1명으로 가결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공소청법안(대안)이 2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 주도로 재석 의원 165명 중 찬성 164명, 반대 1명으로 가결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수사 기간 1.5배 늘어난 와중에도 '사법 정체' 해결 못 하는 검찰 개혁

    실무 데이터에서도 사법 시스템의 효율 저하가 확인된다. 지난해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는 11만 6231건이다. 전체 송치 사건의 14.7%로 수사권 조정 이후 최대치다. 2021년 8만 7173건에서 매년 상승해 지난해 11만 건을 돌파했다. 사건 7건 중 1건은 검·경 사이를 오가며 권리 구제가 지연되고 있는 셈이다.

    민생 범죄 처리 속도의 저하도 가시화되고 있다. 고소 접수부터 기소까지 평균 소요 기간 또한 수사권 조정을 기점으로 313.5일에서 484.2일로 약 1.5배가 늘었다. 특히 폭력 범죄 처리 기간은 139.5일에서 264.8일로 1.9배 급증했다. 재산 범죄 처리 기간 역시 1.4배 증가한 가운데 배임죄의 경우 568일에서 920일로 1.6배 폭증했다. 반면 기소 인원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개혁의 최대 쟁점인 보완수사권 문제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은 오는 4월까지 보완수사권 등 형사소송법 쟁점에 대해 의견 수렴을 진행할 방침이다. 수사-기소 분리 과정에서 우려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합리적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당정의 의견은 엇갈리는 양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일부 보완수사권의 필요성을 언급했으나 민주당은 공소청 검사에게 '요구권'만을 부여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유지하고 있다. 

    다만 검찰개혁추진단이 지난달 발표한 '검찰개혁 관련 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 45.4%가 검사의 직접 보완수권 인정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 ▲ 공소청법안(대안)이 2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 주도로 재석 의원 165명 중 찬성 164명, 반대 1명으로 가결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공소청법안(대안)이 2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 주도로 재석 의원 165명 중 찬성 164명, 반대 1명으로 가결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수사 핑퐁'에 처분까지 10개월 … 보완수사권 폐지는 이상론"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수사 기능 약화로 인한 사법 절차의 정체와 함께 현장 실무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시에 보완수사권 존폐 논의가 현장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연수 법무법인 시우 변호사는 "과거에는 보통 6개월이면 수사부터 검찰 처분까지 완료됐지만, 최근에는 의뢰인들에게 10개월 이상 걸린다고 안내하고 있다"며 "경찰과 검찰은 물론 법원의 재판 처리까지도 과거보다 3배 가까이 늦어지는 등 사법 시스템 전반의 처리 속도가 크게 늦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기관과 법원 모두 업무 부담이 한계에 이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보완수사권 폐지 논의는 현실과 동떨어진 접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완수사권이 존재하는 지금도 '사건 핑퐁'으로 인해 수사가 완결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현실적인 대안 없이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것은 이상론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한 "보완수사권을 예외적으로라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현행 구조의 문제를 보완하지 않은 채 권한만 축소하는 방식으로는 형사사법 체계의 혼선이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사법 지연의 해결은 권한의 기계적 분리가 아닌 효율적인 시스템의 복원에 있다고도 강조했다. "보완수사권을 폐지한다고 해서 지금의 수사 정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예외적인 직접 보완수사권을 인정하는 등 실무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