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버별 ‘영웅·시인·소리꾼’ … 캐릭터 기반 의상 설계갑옷에서 한복으로 … 퍼포먼스 고려한 방향 전환국내 원단·산수화 질감, 한국적 미학 강조월드투어 확장 예고 … 태극기 재해석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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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4년 만에 돌아온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무대는 음악을 넘어 '의상' 자체가 메시지로 작동했다. 검은 실루엣 위로 흐르는 천, 동작에 따라 변형되는 구조. 단순 스타일링이 아니라 한국적 서사를 입힌 '콘텐츠형 패션'이었다.

    이번 무대 의상을 맡은 디자이너 송지오는 작업의 출발점을 '한국'에 뒀다. 그는 21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BTS와 처음부터 컬렉션을 함께 구상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한국의 아이콘이 한국 브랜드와 역사적 순간을 만든다는 점이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핵심 콘셉트는 '영웅'이다. 다만 서구식 히어로가 아니라 한국적 정서를 입힌 재해석이다. 송 디자이너는 "BTS를 한국 문화를 더 밝은 미래로 이끄는 존재로 보고 영웅적으로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멤버별 캐릭터도 부여됐다. RM은 영웅, 진은 예술가, 지민은 시인, 슈가는 건축가, 정국은 선구자, 제이홉은 소리꾼, 뷔는 도령이다. 무대 의상이 아닌 서사 기반 설계다.

    디자인의 핵심은 '한국적 감성의 번역'이었다. 소재는 모두 국내에서 개발한 원단을 사용했다. 면과 리넨을 손으로 짜 산수화의 붓 터치 같은 질감을 구현했다. 그는 "한국적인 감정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초기에는 전통 갑옷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겹겹이 쌓는 구조는 퍼포먼스에 제약이 컸다. 방향은 곧 '한복'으로 전환됐다. 그는 "한복의 본질은 유연성과 흐름"이라며 "움직임 속에서 살아나는 구조를 현대적으로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의상은 전통과 기능을 결합한 형태로 완성됐다.

    실제 의상에는 변형 기능도 적용됐다. 제이홉은 지퍼로 반바지로 바뀌는 카고 팬츠를, RM은 펼치면 망토처럼 확장되는 재킷을 입었다. 이는 스타일을 넘어 퍼포먼스를 강화하는 장치다.

    이번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 협업을 넘어 '글로벌 코드'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송 디자이너는 "BTS와 우리의 공통점은 한국의 뿌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는 것"이라며 "한국적인 것이 곧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역설했다.

    K-패션의 확장 신호라는 평가도 나온다. 음악·무대·의상이 결합된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로 이어지는 구조가 본격화됐다는 것. 특히 BTS처럼 글로벌 영향력이 큰 아티스트와의 협업은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의 인지도 확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흐름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송 디자이너는 "월드투어 의상도 논의 중"이라며 "다음 단계에서는 태극기를 재해석한 디자인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결국 이번 무대 의상은 단순한 스타일링을 넘어선다는 해석이다. 한국의 정서, 서사, 소재를 현대적으로 번역해 글로벌 무대에 올린 하나의 '패션 콘텐츠'라는 점에서다. 그 중심에는 BTS와 한국 디자이너가 함께 만든 새로운 공식이 자리하고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