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개발 확정…최고 35층·3476가구 공급20년 표류한 공유지분 난제, 최소주택으로 풀어
  • ▲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마포구 아현동 모습 ⓒ영화 기생충 공식 스틸것
    ▲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마포구 아현동 모습 ⓒ영화 기생충 공식 스틸것
    영화 '기생충'의 촬영지로 알려진 서울 마포구 아현동 699번지 일대가 공덕·아현권의 마지막 노후 저층 주거지에서 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한다. 

    한때 재개발이 멈춰선 채 언덕길 빌라와 다세대주택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던 이곳이 공공재개발을 통해 최고 35층 규모의 새 주거단지로 재편되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19일 제4차 도시계획위원회 수권분과위원회에서 '아현1구역 주택정비형 공공재개발사업 정비계획 결정 및 정비구역 지정안'을 수정가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이에 따라 아현1구역은 최고 35층, 3476가구 규모 주거단지로 정비될 예정이다.
  • ▲ 아현동의 한 계단에서 사진 촬영 중인 시민들 ⓒ연합뉴스
    ▲ 아현동의 한 계단에서 사진 촬영 중인 시민들 ⓒ연합뉴스
    ◆ 재개발 물결 20년 비켜간 아현동, 영화 '기생충' 스토리 그대로

    아현1구역은 공덕·아현 일대에서 사실상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대규모 노후 저층 주거지로 꼽힌다. 

    주변은 이미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아현아이파크, 공덕자이 등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며 도시 풍경이 크게 바뀌었지만 이 일대만큼은 가파른 경사와 노후 주택, 좁은 골목길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영화 '기생충' 속 서민 주거지의 배경으로 등장했던 것도 이런 지역적 풍경과 무관하지 않다.

    대상지 전체가 충정로역에서 300m 안에 있지만 사업은 입지에 비해 유난히 더뎠다. 아현1구역은 2003년 재개발촉진지구로 지정됐지만 주민 갈등으로 한 차례 사업이 무산됐고 이후에도 민간 재개발과 공공 재개발 논의가 엇갈리며 표류를 거듭했다. 

    특히 수십 년에 걸쳐 잘게 쪼개진 공유지분 구조 탓에 현금청산 대상자가 대거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혀왔다. 

    2022년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되며 다시 기대가 커졌지만 실제 정비계획 확정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 ▲ 아현1구역 주택정비형 공공재개발사업 정비계획 조감도 ⓒ서울시
    ▲ 아현1구역 주택정비형 공공재개발사업 정비계획 조감도 ⓒ서울시
    ◆ 현금청산 줄이고 경사 지형 품고…사업성 높인 아현1구역

    서울시는 이번 계획 수립 과정에서 사업을 지연시켜온 공유지분 문제 해결 방안을 함께 마련했다. 

    소규모 지분 보유자들도 입주 자격을 가질 수 있도록 '분양용 최소규모 주택'을 공급해 현금청산 대상을 줄이기로 했다. 최저주거기준인 14㎡ 수준의 최소 주택을 도입해 공유지분자도 재정착 가능성을 확보하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2030 서울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의 사업성 보정계수까지 적용해 수익성과 사업 추진력을 함께 보완했다.

    지형 특성을 살린 설계도 눈에 띈다. 이 일대는 높이 차가 최대 59m에 달하는 급경사지여서 평지형 아파트 단지처럼 단순하게 밀어붙이기 어려운 곳이다. 

    서울시는 손기정로와 환일길 주변 저층부에 연도형 상가와 개방형 커뮤니티시설을 배치하고 경사 지형을 활용한 입체적 단지 구조를 도입하기로 했다. 단지 안팎의 단절을 줄이면서 거리와 주거가 맞물리는 방식이다.

    손기정로와 환일길은 확폭되고 신촌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연결도로도 새로 놓인다. 보행자전용도로와 공공보행통로가 조성돼 언덕길과 좁은 골목을 오가야 했던 주민 이동 여건도 한층 나아질 전망이다. 신촌로변에는 문화공원이, 만리배수지공원과 맞닿은 곳에는 어린이공원이 새로 들어서 녹지와 생활 인프라도 보강된다.

    이번 결정은 단순히 주택 수를 늘리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덕·아현 일대는 이미 재개발이 상당 부분 마무리됐지만 아현1구역은 오래된 저층 주거지와 대단지 아파트가 극명하게 맞붙어 있는 '도심 속 마지막 미정리 구역'으로 남아 있었다. 공유지분으로 얽힌 복잡한 이해관계를 서울시가 주택 공급 방식 조정으로 풀어내면서 멈춰 있던 사업 역시 재가동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계획으로 공덕·아현 지역 일대가 명품 주거단지로 재탄생하게 될 것"이라며 "공공재개발 사업이 차질 없이 신속히 추진되도록 행정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