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 이틀 만에 하청 453곳 교섭 요구M&A·구조조정 등 경영 판단까지 쟁의 대상 확대임금·성과급 요구 확산…현장서 교섭 범위 논란퇴직금 판례 맞물려 노사 갈등 변수 증가
-
- ▲ ⓒ연합뉴스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지난 10일과 다음 날인 11일 이틀 동안에만 하청 노조 453곳이 원청 기업 248곳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했다.지난 10일 시행된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 범위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까지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기업 인수합병(M&A), 사업 매각, 구조조정 등 경영 판단과 관련된 사안도 노사 갈등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노동계는 법 시행 직후부터 원청 교섭을 요구하며 행동에 나섰다. 교섭 요구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산업 현장의 노사 갈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특히 원청 기업의 경우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직접 고용 관계가 없더라도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어 산업 현장의 노사 관계 지형에도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된다.여기에 성과급의 임금성을 둘러싼 퇴직금 판례까지 이어지면서 노사 협상 변수는 더욱 늘어나는 분위기다. 대법원은 지난 1월 29일 삼성전자 퇴직자들이 제기한 퇴직금 소송에서 일부 성과급의 임금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린 바 있다.이에 전문가들은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교섭 범위가 확대된 상황에서 임금 체계를 둘러싼 판례 흐름까지 맞물릴 경우 기업의 노사 협상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 ▲ ⓒ이보현 기자
◆ 법률 해석 지침과 다른 현장 … 임금 인상 요구까지 확산1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노란봉투법 시행과 관련해 기업의 경영상 결정 자체는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지침으로 제시하고 있다.최근 해석 지침에서 "하청 노동자의 임금은 원칙적으로 계약 당사자인 하청 업체와 논의해야 한다"고 밝히며 임금 문제는 원청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다만 이러한 지침과 달리 산업 현장에서는 임금 인상 요구까지 원청 교섭 의제로 제기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지난 3일 임금 인상을 교섭의 핵심 의제로 발표했다.HD현대중공업 하청노조 역시 지난 10일 원청인 HD현대중공업에 임금 30% 인상을 요구하는 공문을 전달한다고 밝혔다. 회사가 거부하면 원청 노조의 교섭 요구안에 하청 노조안을 포함해 교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HD현대중공업 하청노조는 '성과급 지급' 또한 요구하고 있다. "원청이 사내 하청뿐만 아니라 사외 협력업체에도 성과급을 지급하라"며 울산 조선소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 회사가 교섭을 거부할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한화오션의 경우 하청 급식업체 직원들이 원청과 동일한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농성을 진행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생산 공정과 직접 관련이 없는 청소·급식 노동자들까지 원청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는 등 교섭 의제가 확대되는 모습이다.업계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확산될 경우 기업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일부 노동계가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사안까지 교섭 의제로 요구하고 있다"며 "노사 간 분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특히 하청 비율이 높은 조선·건설·자동차 업종에서는 파장이 더 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자동차 업계의 경우 협력 업체가 수천 곳에 달하는데 하청 노조가 원청 성과급 지급을 요구할 경우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노동권이 강한 유럽 국가들도 사용자 방어권을 일정 부분 인정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노동권 보호와 기업 경영 안정 사이의 균형을 고려한 제도 설계라는 평가다.프랑스의 경우 항공 산업 등을 중심으로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집단행동이 이어졌다. 다만 파업 과정에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고 사업장 점거 등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묻는 등 사용자 방어권도 함께 인정된다.반면 노란봉투법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있어 기업의 대응 수단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쟁의 범위를 확대한 만큼 과거에 위법 소지가 있던 쟁의행위 상당수가 합법적인 쟁의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한편 최근 대법원은 지난달 12일 SK하이닉스 퇴직자들이 제기한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회사 측 손을 들어주며 경영성과급의 임금성 판단 기준을 다시 확인했다. 재판부는 해당 사안의 성과급은 근로 제공의 직접적인 대가로 보기 어렵고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에 따라 지급 의무가 명확히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다만 업계에서는 판결 자체보다 이후 노사 협상 과정에서 성과급 지급 기준을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명문화하려는 요구가 확대될 가능성을 더 우려하는 분위기다. 성과급 구조가 명문화될 경우 임금성 인정 범위가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이처럼 성과급의 임금성을 둘러싼 퇴직금 소송 판례까지 이어지면서 노사 협상 변수는 더욱 늘어나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성과급 지급 기준을 둘러싼 판례 흐름이 향후 임금 협상 과정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
- ▲ ⓒ연합뉴스
◆ "노란봉투법에 판례 변수까지 … 기업 부담 커질 수도"전문가들은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교섭 범위가 확대된 상황에서 임금 체계를 둘러싼 판례 흐름까지 맞물릴 경우 기업의 노사 협상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봤다.또한 노란봉투법 시행 초기 노동위원회 판단과 법원 판례가 향후 산업 현장의 기준을 형성할 가능성이 큰 만큼 관련 분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이병훈 중앙대 노동사회학 교수는 "노란봉투법으로 노동쟁의 범위가 경영상 결정까지 확대된 만큼 입법 초기에는 노사 간 분쟁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손해배상 수단이 줄어든 것도 사실인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노조와의 협의와 대응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이 교수는 최근 성과급의 임금성을 인정한 퇴직금 판례도 향후 노사 협상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을 제시하며 "임금 체계와 관련된 사안은 대부분 판례를 통해 기준이 형성돼 있는 영역"이라면서 "성과급의 성격을 둘러싼 판례가 축적될 경우 노조가 이를 근거로 새로운 요구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판례는 사실상 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만큼 기업들도 법무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며 "성과급 지급 기준이나 임금 체계 설계 등을 둘러싼 논의가 노사 협상 과정에서 다시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법조계에서도 노란봉투법 시행과 판례 흐름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기업의 법적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이사백 법무법인 새별 변호사는 "노란봉투법으로 노동쟁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인수합병이나 사업 매각 등 경영상 판단을 둘러싼 갈등이 실제 파업이나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성과급 임금성을 둘러싼 판례 역시 유사 사건에서 추가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주현종 노무사 역시 "임금 체계 설계와 관련된 논의가 노사 협상 과정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