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사실 특정 여부 쟁점화직권남용 성립 두고 법리 다툼
  • ▲ 특별검사 민중기. ⓒ연합뉴스
    ▲ 특별검사 민중기. ⓒ연합뉴스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으로 기소된 김호 전 국토교통부 서기관이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박준석)는 10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서기관 등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김 전 서기관 측 변호인은 이날 "아직 기록을 모두 검토하진 않았지만 혐의를 전부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한 "공소장의 직권남용 혐의 공소사실이 장기간의 행위를 나열한 방식으로 기재돼 있어 어떤 행위가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는지 특정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측에 "단순한 부인보다는 사실관계와 법리를 구분해 서면으로 정리해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신속한 심리를 위해 6개월 이내 선고를 목표로 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다음 공판기일을 내달 11일로 지정했다.

    해당 사건은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한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이 재판에 넘긴 사안이다.

    김 전 서기관은 별건 뇌물 혐의로도 특검에 의해 기소돼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김 전 서기관은 2022년 4월부터 2023년 5월까지 국토교통부가 발주한 서울양평고속도로 타당성평가 용역을 감독하면서 용역업체 측에 양평군 강상면이 종점인 대안 노선이 최적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혐의로 한국도로공사 직원 2명도 함께 기소됐다.

    양평군 강상면은 김건희 여사 일가의 토지 인근이다.

    특검은 이들이 2022년 3월 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로부터 노선 종점부를 기존 종점이던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변경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공범으로 기소된 도로공사 직원 가운데 1명은 혐의를 인정했다. 다른 1명은 "김 전 서기관과 공모한 사실이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김 전 서기관은 2022년 12월 타당성평가 용역이 모두 이행되지 않았음에도 완료된 것처럼 허위 용역감독 조서를 작성해 제출한 혐의도 받는다. 이로 인해 용역업체에 3억3000만여 원이 지급돼 업무상 배임과 사기,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죄에 해당한다는 것이 특검 측 판단이다. 김 전 서기관 측은 이 부분 역시 전면 부인했다.

    2023년 6월 용역업체가 제출한 과업수행계획서에서 종점부 위치 변경 관련 내용이 담긴 4쪽 분량을 삭제해 공용전자기록등손상 혐의로 함께 기소된 국토부 직원 2명은 공소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법리적으로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 특검팀의 사무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외장하드를 은닉한 혐의로 기소된 용역업체 직원 2명도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용역업체 직원 2명과 국토부 직원 1명에 대해 변론을 분리하기로 했다. 이들에 대한 공판기일은 추후 지정한다.

    한편 김 전 서기관은 국도 사업과 관련해 건설업체에 특혜를 제공하고 금품을 받은 혐의로도 특검에 의해 별도 기소됐다. 

    해당 사건은 지난달 1심에서 특검 수사 범위를 벗어났다는 이유로 공소기각 판결이 내려졌다. 특검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현재 항소심 절차가 진행 중이며 첫 공판은 오는 26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