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위약금 면제 14일간 번호이동만 66만건 기록통신사 마케팅 경쟁 속 실제 수혜 받은 가입자는 1~2% 뿐
  • ▲ 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폰 매장.ⓒ뉴데일리DB
    ▲ 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폰 매장.ⓒ뉴데일리DB
    KT가 지난해 12월 31일부터 14일간 진행한 위약금 면제 조치는 전례 없는 기록을 여럿 남겼다. 통신 역사상 가장 긴 위약금 면제 기간이면서 동시에 가장 많은 번호이동이 이뤄진 기간이기도 했다. 

    이 기간 이통3사에서 이뤄진 번호이동은 총 66만건. 하루 평균 번호이동 건수가 1만~1만5000에 그쳤던 것을 고려하면 통상의 4배가 넘는 규모다. 이중 KT에서만 31만2902명의 가입자가 이탈했다.

    통신3사가 전례 없는 천문학적 보조금을 풀면서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최대 150만원 상당의 보조금이 지급되며 160만원 규모의 ‘갤럭시S25 울트라’가 10만원 대에 팔렸을 정도다. 지난해 7월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가 상한선 없는 경쟁의 불쏘시개가 됐다.

    주목할 점은 이런 위약금 면제와 파격적 경쟁의 수혜를 본 사람이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중 1.2%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KT로 좁혀 봐도 14일 간 위약금 면제를 받고 번호이동 한 KT 가입자는 전체의 2.3%에 그친다. 이동통신 가입자 절대 다수는 최근 ‘위약금 면제 대란’의 수혜를 전혀 보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특히 이동통신 단말기 보조금에 대한 정보에서 소외된 노년층이나 KT에 위약금이 없이 이용하는 장기고객, 유무선 결합상품을 이용해 위약금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이용자는 모두 혜택에서 제외됐다. 

    이 때문에 최대 수혜자는 8월 전후로 KT에 가입해 위약금이 높았던 이른바 ‘체리피커’와 단말기 재고를 완판한 삼성전자 뿐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지적은 지난해 7월 위약금 면제 조치를 진행했던 SK텔레콤의 사례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당시 SKT의 위약금 면제기간 이탈한 가입자는 21만7542명으로 전체 가입자 중 1%도 안됐다.

    위약금 면제 조치는 보안 업무를 소홀히 한 통신사에 대한 제재라고 보기도 힘들고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소비자 배상이라고 하기도 힘들다. 과징금이 부과된다면 세수라도 확보될 것이고 배상이라고 한다면 피해를 받은 가입자 전반에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무엇보다 통신사 외에는 해당되지 않는 과도한 처분이다. 최악의 보안 사고를 낸 쿠팡에는 아예 적용조차 불가능한 조치다.

    반면 통신사의 출혈은 천문학적이다. SKT는 위약금 면제를 시행한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 52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 한 바 있고 KT도 1분기 실적 악화가 유력하다. 통신 업계에서는 보안 강화에 투자돼야 할 자원이 엉뚱하게 마케팅 비용에 집중됐다는 불만까지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지난해부터 잇따라 터진 통신사 해킹 사고에 대해 ‘전가의 보도’처럼 ‘위약금 면제 카드’를 휘둘러왔다. 지난해 9월 KT 청문회와 10월 국정감사에서 ‘위약금 면제’는 그 언급 횟수만 100번이 넘는다. 하지만 그 안에 위약금 면제가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것 인지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오히려 SKT는 작년 고객 혜택에 대한 막대한 비용 집행을 이유로 개인정보 분쟁조정위원회,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통신분쟁조정위원회 등의 개인정보유출 배상금 강제 조정을 거부한 바 있다. KT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도 다시 한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규정에 근거한 처벌도 아니고 보편적 고객 혜택이라 하기도 힘든 위약금 면제 조치는 과연 누굴 위한 것이었을까. 최근 잇따라 시행된 위약금 면제 조치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의 집행 외에 무엇을 남겼을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