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명 개정 착수 … 책임당원 68% 찬성지도부 "간판 교체는 변화의 출발점"인적 쇄신·민생 정책 경쟁력 시험대"보수 외연 확장 여부가 성패 가를 것"
  • 국민의힘이 '이기는 변화'를 내걸고 당명 개정 절차에 착수하자 당 안팎에서는 국민의힘 자체의 혁신과 체질 개선이 동반돼야 파급력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간판 교체보다 보수·우파 야당으로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자강(自强)과 공천 절차 혁신 등이 뒤따라야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전날 책임당원 77만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휴대전화 ARS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당명 개정 절차에 착수했다. 응답률은 25.24%, 이 가운데 68.19%가 당명 개정에 찬성했다.

    같은 기간 병행된 새 당명 제안 접수에는 1만8000여 건의 의견이 모였다. 지도부는 이를 "당원들의 분명한 변화 요구"로 해석하며 설 연휴 이전 당명 개정을 마무리하겠다는 시간표를 제시했다.

    당 지도부는 이번 당명 개편을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닌 쇄신의 출발점으로 규정했다. 당 안에서는 '자유'와 '공화' 등 보수·우파의 핵심 가치를 상징하는 단어가 새 당명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정체성이 모호한 당명으로 국민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는 점에는 당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도 공감대가 높다. 

    이에 대해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당명만 바꿔서는 변화라는 모습을 보여드리기에 부족한 것이 있을 것"이라며 "당명 변경이 변화의 시작점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도록 새로운 인재 영입, 정책 변화 등을 계속 말씀드리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늦어도 다음 주 안으로는 이런 부분에 대해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의 당명 개정은 2020년 9월 미래통합당에서 현 당명으로 변경한 이후 약 5년 만이다. 보수·우파 진영은 그간 정치 환경 변화와 선거 국면에 따라 수차례 간판을 바꿔왔다. 다만 당명 변경이 곧바로 정치적 반등으로 이어진 사례는 제한적이었다.

    보수·우파 정당 계보를 보면 대한민국 제6공화국의 출범 이후 한나라당이 가장 오랜 기간 당명을 유지한 사례로 꼽힌다. 한나라당은 1997년 11월 창당 이후 약 14년간 당명을 유지하며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이 기간 총선 3회 중 2회, 지방선거 4회 중 2회에서 승리했다.

    이후 2012년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변경한 뒤 치른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51.6%의 득표율로 당선되며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2017년 탄핵 정국을 기점으로 당의 지지 기반은 급격히 흔들렸다.

    새누리당은 2017년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꿨지만,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7곳 중 2곳만 확보하는 데 그치며 역대급 참패를 기록했다.

    이어 2020년 2월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은 새로운보수당·미래를향한전진4.0 등과 통합해 미래통합당으로 재출범했으나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역구·비례대표를 합쳐 103석에 머물며 여당에 크게 밀렸다.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거쳐 같은 해 9월 당명은 다시 국민의힘으로 변경됐다. 미래통합당이라는 명칭은 출범 후 약 6개월여 만에 사라지며 보수·우파 정당 계보에서 가장 짧은 존속 기간을 기록한 당명으로 남았다.
  •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당 쇄신안 등을 발표하고 있다.2026.01.07. ⓒ이종현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당 쇄신안 등을 발표하고 있다.2026.01.07. ⓒ이종현 기자
    당명 변경을 거듭하면서도 좋은 기억보다는 나쁜 추억이 많은 국민의힘을 두고 전문가들은 냉정한 평가를 내놓는다. 국민의힘 내부의 당면한 선결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한동훈 전 대표의 처리 방향이다. 한 전 대표는 당원 게시판 의혹으로 현재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상황이다. 가족 명의의 아이디가 2개의 아이피를 공유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친윤(친윤석열)계로 불리는 인사들에 대해 당원 게시판에 원색적 비난을 했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이미 당무감사위원회에서 이러한 조사를 진행했고, 윤리위원회가 처분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뉴데일리에 "이미 한 전 대표의 처결 방안은 장동혁 대표의 손을 떠났다"며 "당무감사위원회가 조사를 마무리하기 전 한 전 대표가 손을 내미느냐가 골든타임이었지만 이제는 돌이키기 어렵다. 한 전 대표를 제외한 합리적 세력과 힘을 합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밝혔다. 

    장 대표는 최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의 접촉면을 넓혀가는 모습이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당 쇄신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개혁신당을 상징하는 주황색 넥타이를 매고 "폭넓은 정치 연대"를 언급하며 향후 공조 가능성을 열어두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어 장 대표는 이 대표의 '조속한 특검 도입을 위한 야당대표 연석회담' 제안에도 "이 대표의 제안을 조건 없이 수용한다"며 참여 의사를 분명히 했다.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문제도 고민거리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미 윤 전 대통령이 탈당했고, 비상계엄 사태가 잘못된 수단이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선 긋기를 했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더욱 강력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경석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명을 바꾸는 흐름 자체는 최근 국민의힘이 중도·보수 외연을 확장하려는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면서도 "결과적으로는 당이 얼마나 폭넓은 보수 세력을 끌어안을 수 있느냐가 지방선거와 향후 정치적 영향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을 두고 "우선 윤 전 대통령과 결별을 해야 된다. 이것은 이건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며 "국민 정서가 있고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계엄의 강을 넘지 못한다면 앞으로 지선·총선·대선은 필패"라고 강조했다.

    정책적으로는 이재명 정부의 실정을 과감히 건드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강력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부동산 폭등 문제와 대북 정책, 중국과 다양한 마찰에 대해 새로운 방향을 내놓고 거기에 맞는 법안과 정책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서울 부동산 시장은 최근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누적 기준 8%대 후반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전년도 상승률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확대된 수치다.

    외교·안보 현안도 정책 대결의 시험대라는 평가다. 중국은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심해 어업 양식 장비'라는 명목으로 대형 철제 구조물을 잇따라 설치해 왔다. 2018년과 2024년에는 각각 초대형 구조물이 배치됐고, 2022년에는 폐유전 시추선을 전용한 시설도 설치됐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지난 7일 "현재 큰 틀에서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실무 차원에서 건설적 협의를 이어 나가기로 했다"고 하면서 보수·우파 지지층에서는 부정적 여론이 커지고 있다.

    중국의 여론 개입 논란도 계속된다. 야당에서는 과거 7년 동안 국민의힘을 비난하는 글을 6만5000개 이상 올린 X(옛 트위터) 계정의 접속 위치가 중국으로 확인된 사례가 발견됐다며 '댓글 국적 표기법' 등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이런 시선을 의식하는 모습이다. 박 수석대변인은 "정책이나 인물을 통해 당이 변화하고 미래로 나아가 결국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국민께 보여드리는 것이 목적"이라며 "기다려 봐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