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과징금 부과 '건안법·산안법' 국회 계류 중포스코이앤씨 '노란봉투법' 하청사 교섭 대상 인정겹겹이 규제로 공급 동력 흔들…정부 자가당착 비판
  • ▲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부동산시장 장기 불황과 미국·이란 전쟁이라는 겹악재로 정부 주택 공급 플랜에 빨간불이 켜졌다. 공급 최일선에 서야 할 건설사들이 주택시업과 해외수주 동반 부진, 자재값 폭등으로 또한번 위기상황에 내몰린 까닭이다.

    그로기(groggy)에 빠진 건설사들을 일으켜세워 공급 동력을 살리려면 정부의 정책 지원이 절실하지만 어째서인지 현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연일 공급 확대를 외치는 정부가 실상은 겹겹이 규제로 건설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건설업계를 옥죄고 있는 각종 규제들을 열거해보면 정부의 '자가당착(自家撞着)'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현재 국회에는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계류돼있다.

    우선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은 산업재해로 연간 3명 이상 사망할 경우 영업이익 5% 안에서 과징금을 부과하고 적자이거나 산정이 곤란한 경우에는 30억원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 2월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현재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건설안전특별법(건안법)'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 법안은 안전관리 의무를 소홀히 해 사망사고를 낸 건설사업자에 1년 이하 영업정지 또는 최대 1000억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매출액 3% 이내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사고 발생 건설사는 기존에 시행중인 중대재해처벌법과 함께 '3중 규제'를 받게 된다.

    현장내 사망사고는 당연히 막아야 하지만 정책과 법안이 예방보다 처벌에만 집중돼 있다는 게 문제다.

    법안 내용만 놓고 보면 규모가 작은 건설사는 단 한건의 사고만 발생해도 존폐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비용을 대폭 늘려야 하지만 현재 업황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안전비용 투자가 늘수록 원가율이 오를 수밖에 없고 이는 수익성 저하로 직결된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신규 수주는커녕 기존 사업장을 유지·관리하는 것도 벅찬 실정이다. 과도한 처벌 위주 정책·법안이 공급난을 심화시키는 이유다.

    설상가상 건설현장에서는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노조의 교섭 요구가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경북지방노동위원회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를 받아들였다. 원청 건설사가 하청 노조의 교섭 상대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건설업은 원청사와 하청업체가 겹겹이 얽혀있는 구조를 띤다. 즉 하청업체들이 원청 건설사를 상대로 너도나도 교섭 요구에 나설 경우 정상적인 공사 진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일선 건설사들은 노조 요구를 모두 받아들였다간 인건비가 치솟고 반대로 노조와 대립각을 세울 경우 파업과 공사 중단, 공기 지연에 직면하게 되는 진퇴양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물론 새 주택을 짓는 것만이 공급은 아니다. 현 정부 정책처럼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등 세제 강화로 다주택자들의 매물 출회를 유도해볼 수 있지만 이 경우 임대차 매물 감소, 조세전가로 인한 전·월세값 상승 같은 부작용이 불거질 수 있다.

    결국 시장을 안정시키려면 좋은 입지에 양질의 주택을 집중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이를 위해 건설경기 회복이 선행돼야 하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먼저 건설업이 살아나야 신규 주택사업 수주와 착공에 탄력이 붙는다. 

    정치권과 주택정책 입안자들이 겹겹이 규제로 건설사들의 손발을 묶어 놓고 공급 확대를 운운하는 '자기 모순'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