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3선 의원 출신 … 지난 총선서 중구성동구을 출마과거 문재인 정부 포퓰리즘 재정 확대 거세게 비판 곳간지기 역할 제대로 못하고 李 정부 이용당하면 '극단적 재정 확장론자' 李 대통령의 '정책 허수아비' 전락 국민의힘 거센 비판 …주진우 "시킨다고 하냐" 국힘 서면회의 통해 李 내정자 제명 움직임 이혜훈 "李 정부 '성장 복지 양립', 내 입장과 같다"
  • ▲ 이혜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서성진 기자
    ▲ 이혜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서성진 기자

    환율과 시장 금리가 동반 불안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보수 재정관' 이혜훈 전 의원을 낙점했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28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전 의원을 이재명정부의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1월2일부터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된다.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과 미래전략 등의 기능을 담당하는 장관급 부처다. 

    이 전 의원은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새누리당·미래통합당에서 3선 의원을 지낸 정치인이다. 이 전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서울 중구성동구을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LA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한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을 거쳐 2004년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 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그는 의정 활동 내내 경제통으로 입지를 다졌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과 예산결산특별위원 간사를 역임했다. 

    이 내정자는 보수 우파 인사답게 재정 문제에 대해서는 건전성을 우선시하는 인물이다. 

    그는 바른정당 대표 시절인 2017년 8월 열린 '문재인 정부 100일 평가 토론회-재정 대책 및 재정건전성 평가'에서 문재인 정부의 재정 대책에 대해 "재정을 감당할 생각은 없고 표를 얻으려는 포퓰리즘 정책만 쏟아내고 있다"며 "연일 쏟아내는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이 나라 곳간을 거덜낼 판"이라고 힐난했다. 포퓰리즘 정책에 있어서는 이재명 정부가 문재인 정부보다 더하면 더하지, 결코 덜하지 않다. 

    때문에 예산 컨트롤타워에 재정 건전성을 우선하는 보수 우파의 인사를 발탁한 인사를 두고 현 정부의 '돈 풀기 정책'에 대한 우려를 덜어내려는 시각이 나오는 한편으로, 이 대통령이 이 내정자를 통해 돈 풀기 정책의 '명분'을 만들려는 한다는 해석이 동시에 나온다. 

    후자일 경우 이혜훈 내정자가 이재명 정부의 돈 풀기 정책에 극단적으로 '이용'을 당할 수 있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일종의 '정책적 허수아비'로 전락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당장 내년 6월 지방 선거를 앞두고 여권이 법인세 세수가 늘어난 것을 이유로 적자 국채까지 동원하면서 대규모 민생 쿠폰을 또 다시 발행하려 할 경우 이 내정자가 어떤 포지션을 취할지 미지수다. 

    지난 총선에서 낙선하면서 정치적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자리'를 탐해서 이 대통령의 장관 제안을 받아들이고, 재정 확대 정책에 적당히 호응한다면 한국 경제 전체가 극단의 불행으로 빠져들 수 있다.  당장 국민의힘에서는 이 내정자를 제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당 위원장인 배현진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강세 지역인 서울 서초갑에서 3선을 지낸 전직 중진의원이자 현직 당협위원장인 이 후보자가 이재명 정부에 합류한 것은 명백한 배신 행위"라며 "이 후보자 행보는 출세를 위해 영혼까지 팔았던 일제 부역 행위와 다름없다"고 직격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에 "기획예산처 장관 이혜훈 지명은 경제 폭망에 대한 물타기다. 포퓰리즘 돈 풀기는 마약과 같아서 끊으면 금단현상이 생긴다. 이혜훈으로 물 타기 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정책 방향을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한 뒤, 이 후보자를 향해서도 "시켜준다고 하냐"며 비판했다. 

    그만큼 이 내정자가 현 정부의 확장 일변도 예산과 재정 운용 정책에 대해 '파수꾼' 역할을 얼마나 제대로 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정치적 입지는 물론, 국가의 명운이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이 내정자는 이날 인사 발표 이후 내놓은 입장문에서 "성장과 복지 모두를 달성하고 지속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 목표는 평생 경제를 공부하고 고민해 온 저 이혜훈의 입장과 똑같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이혜훈 내정자와 함께 장관급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김성식 전 의원도 마찬가지다. 김 부의장 역시 한나라당과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을 지낸 인물로, 정책에서는 우파적 성향을 띠고 있다.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정부 부처나 대통령실 인사들처럼 정책을 입안하고 수행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책적 이니셔티브를 제언함으로써 국가 정책의 항로를 설계하는 역할을 할 수는 있다. 이런 측면에서 우파적 성향의 인사가 좌파 정부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내놓을 경우 국가 미래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우려는 이날 정책특보에 임명된 이한주 경제·인문사회연구원 이사장을 통해 벌써부터 드러나고 있다. 이 특보는 자타가 공인하는 이 대통령의 '정책적 분신'이라 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의 극단적 좌파 정책이 이 특보의 머리를 통해 나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책적 싱크탱크 역할을 이 특보가 계속하는 상황에서 이혜훈 내정자나 김성식 부의장이 얼마나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며, 소신을 밀어붙일 경우 극단적 파열음을 일으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