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최근 6개월 언중위 제소 111건칼럼·사설까지 제소 … 비평 위축 논란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징벌배상·과징금 포함미네르바 위헌 선례와 유사성 제기여야·시민단체 "거부권 검토 불가피"
-
- ▲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이 재적 298인, 재석 177인, 찬성170인, 반대3인, 기권4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2025.12.24. ⓒ뉴시스
여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법을 활용해 공적 사안에 대한 비판 제기 자체를 차단시킬 수 있다는 위헌적 법률이라는 지적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2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더불어민주당과 소속 의원들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한 사건은 총 111건으로, 이 가운데 칼럼·사설·기고문이 27건(약 24%)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언론중재법상 정정보도 대상이 아닌 칼럼과 사설 등 의견 보도까지 반론과 정정보도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민주당은 사설과 논평 등에 대해서도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를 공언하고 있다.민주당이 언론중재법 통과에 자신감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통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자신들의 힘만으로 처리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을 '허위조작정보근절법'이라고 명명하며 언론 개혁에 다가섰다고 자평했다. 반면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은 해당 법안을 '입틀막법'(입을 틀어막는 법)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반발했다.개정안은 불법·허위·조작정보의 판단 요건과 범위를 넓히고, 해당 정보가 유통되면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하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헌법재판소는 이미 '미네르바 사건' 당시 전기통신기본법의 '공익을 해할 목적' 조항에 대해 '극히 추상적이어서 판단이 사람마다 달라질 수 있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고 밝혔다.이어 "이 대통령은 좌파 독재의 길을 여는 이 악법에 대해 즉각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 ▲ 우원식 국회의장. ⓒ이종현 기자
야당이 거론한 미네르바 사건은 2008년 경제 위기로 외환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발생한 대표적 '표현의 자유' 논란이다. 미네르바라는 필명을 쓰는 박대성 씨가 온라인 사이트에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외환 거래 금지 조치 등과 관련한 글을 써 화제가 됐다. 논란은 '고발전'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검찰은 박 씨를 수사해 전기통신기본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했다.결국 박 씨는 헌법소원을 통해 자신을 기소한 근거가 된 '법의 위헌성'을 주장했다. 법 조문에 명시된 '공익을 해할 목적'이란 개념이 추상적이고 과잉 규제라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박 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위헌 판결을 내렸다. 진행되던 형사 재판에서도 1·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고, 대법원 항소심은 진행 중 위헌 판결이 나오며 마무리됐다.법조계에서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통일교 사건이나 대장동 사건과 같은 대형 이슈에 대한 의혹 제기가 어려워 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이에 대해 임응수 변호사는 "지금까지는 가짜 뉴스에 피해를 본 사람이 있는 경우에만 제재가 가능했는데, 이제는 그 제재의 범위가 넓어지는 것이 큰 차이"라면서 "이 법 규정에 따르면 이제 미네르바 같은 경우도 처벌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이번 개정안에 야권 뿐만 아니라 민주당과 '일심동체'처럼 움직이던 범여권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나온다.진보당은 전날 "무엇이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불분명해 권력에 비판적인 표현을 자의적으로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다고 주장했다.정의당은 "허위조작정보근절법이 통과되면 권력자의 언론 입틀막 소송이 남발될 것이 대단히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친여 성향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도 "국가가 나서서 '허위조작정보' 여부를 판단하고 이에 대한 유통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법 취지 자체가 적절하지 못했다"면서 "이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서라도 위헌적 법률안의 시행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 ▲ 더불어민주당이 12월 22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이종현 기자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 상정 막판까지 고심했던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담지 못한 것도 비판 지점으로 꼽힌다. 여당은 본회의 상정 직전 법안을 수정해 해당 내용을 그대로 존치하기로 했다.정치권에서는 사실적시 명예훼손 존치가 이 대통령의 뜻에도 반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 제기가 나오는 상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 조항(형법 제307조 1항)에 대해 폐지 검토를 법무부에 지시했다.범여권 정당인 진보당은 "대통령도 폐지를 요구했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그대로 존치 시킨 점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하지만 이 대통령은 본회의가 통과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2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대통령실은 언제나 입법 과정에서 국회 논의를 존중하고 거기서 진행되는 논의를 지켜본다"며 "입법 과정이 국회서 진행된다면 존중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