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희 "국민·국회 무시하고 우롱하는 행위 반복"김범석 '美 원격 경영', 커지는 '책임 회피'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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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뉴시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국회 청문회에 소환된 쿠팡의 실질적 최고 책임자 김범석 쿠팡 Inc 이사회 의장이 또다시 불출석을 통보하면서, 쿠팡이 한국을 ‘패싱’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28일 재계와 국회 등에 따르면 김범석 쿠팡 Inc 이사회 의장은 오는 30~31일 열리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 연석청문회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 의장의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과 강한승 전 대표도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 의장 등 3명의 불출석 사유서를 공개하며 "이번에도 당연히 불허한다"고 말했다.김 의장은 불출석 사유서에서 "현재 해외 거주 중으로 2025년 12월 30일과 31일에 기존 예정된 일정으로 인한 부득이한 사유로 청문회에 출석이 어려움을 알려드린다"며 "해당 일정은 확정돼 변경이 어려워 부득이하게 청문회에 출석이 불가함을 양해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김 부사장 역시 동일한 이유로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강 전 대표는 "개인정보 사고 발생 이전인 지난 5월 말 대표직을 사임했고 이후 미국에서 근무 중"이라며 "사임 후 7개월이 지난 현재 회사 입장을 대표해 증언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했다.김 의장은 앞서 지난 17일 열린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관련 국회 과방위 청문회에도 비즈니스 일정을 이유로 불출석했다.최 의원은 이에 대해 "대한민국과 국민, 국회를 무시하고 우롱하는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며 "결코 용납할 수 없고 국회는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비판했다.◇ '의결권 70%' 김범석 끝내 침묵 … '맹탕 청문회' 우려쿠팡은 지난달 말 3370만건에 달하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공개한 뒤 회사 차원의 사과문을 내놨지만, 실질적 소유주인 김범석 쿠팡 Inc 이사회 의장은 끝내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김 의장은 쿠팡 Inc 의결권의 약 70%를 보유한 사실상 최고 의사결정권자임에도 그간 수차례 제기된 국회의 출석 요구에 단 한 차례도 응하지 않았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김 의장이 한국에서 노동·사회적 책임 논란이 커지자 한국법인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미국으로 거처를 옮겨 원격 경영만 이어가며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김 의장은 한국 사회를 향한 공식 설명 대신 미국 증시 상장사인 쿠팡 Inc의 분기·연간 실적 발표 때마다 콘퍼런스콜을 통해서만 경영 방침을 밝혀왔다.이런 상황에서 김 의장이 이번 6개 상임위 연석청문회에도 불출석할 경우, 지난 17일 과방위 청문회와 마찬가지로 '맹탕 청문회'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시 청문회에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새로 선임된 해롤드 로저스 대표가 출석했지만, 핵심 사안에 대해 동문서답식 답변으로 일관하며 실질적 진상 규명에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이번 연석청문회에는 로저스 대표를 비롯해 브랫 매티스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 박대준 전 대표, 민병기 대외협력 총괄 부사장, 이재걸 법무담당 부사장, 이영목 커뮤니케이션 총괄 부사장 등이 출석할 예정이다. 다만 최고 책임자인 김 의장이 빠진 채 진행될 경우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정부는 민관합동 조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과기부총리 주재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쿠팡은 자체 조사 결과를 먼저 공개하며 정부와 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쿠팡은 "정부 지시에 따라 조사했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사전 협의 없이 이뤄진 발표"라며 반박하고 있다.이 과정에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 이 SNS를 통해 한국 국회의 쿠팡 규제 움직임을 비판하고 나서자, 쿠팡이 한국에서의 책임은 회피한 채 '미국 기업' 프레임을 활용해 압박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불거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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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패싱' 논란 속 국·영문 성명 온도차 … 여론·투자자 분리 대응?김 의장의 연이은 청문회 불참 결정까지 겹치면서, 쿠팡이 한국 정부와 국회를 사실상 '패싱'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정치권에서 제기된다. 이에 따라 여론의 초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 자체보다 쿠팡의 대응 태도와 책임 회피 여부로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이다.실제로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논란과 관련해 발표한 국·영문 성명에서 서로 다른 뉘앙스의 표현을 사용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국내 여론과 해외 투자자를 분리해 대응한 것 아니냐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문 성명이 '억울함'과 '불안 해소'에 방점을 찍은 반면, 영문 성명에서는 한국 내 비판 자체를 '잘못된 주장'이나 '허위 혐의'로 규정하는 보다 강경한 표현이 사용됐다.쿠팡은 지난 26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성명에서 "쿠팡의 조사는 '자체 조사'가 아니었다. 정부의 지시에 따라, 몇 주간에 걸쳐 매일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며 진행한 조사였다"며 "정부의 감독 없이 독자적으로 조사했다는 잘못된 주장이 계속 제기되면서 불필요한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고 밝혔다.그러나 같은 문장의 영문본에서는 '불필요한 불안감'이 '잘못된 불안감(false insecurity)'으로 번역됐다. 단순히 사회적 혼란이 발생했다는 설명을 넘어, 불안 자체가 사실과 다른 정보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을 내포한 표현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표현 차이는 '억울한 비판'을 언급한 대목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국문본은 "정부 기관과 국회, 일부 언론으로부터 '쿠팡이 정보 유출 사태에 심각하게 대처하지 않았다'는 억울한 비판을 받았다"고 서술했지만, 영문본에서는 이를 '허위 혐의 제기(falsely accused)'로 옮겼다. 단순한 비판(criticism)을 넘어, 사실과 다른 책임 추궁이라는 법적 뉘앙스가 담긴 표현을 선택한 셈이다.정부와의 관계를 설명하는 문장에서도 시각 차이는 드러난다. 국문본은 "12월 1일, 쿠팡은 정부와 만나 전폭적으로 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지만, 영문본에서는 "12월 1일 정부가 쿠팡에 접촉해 전면적인 협조를 요청했다(On December 1, the government approached Coupang and asked for full cooperation)"고 적었다. 쿠팡의 자발적 협력보다는 정부 주도의 조사와 지시에 따른 이행을 강조한 표현이다.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쿠팡이 국내 여론을 향해서는 방어적·설명적 메시지를 내는 한편, 해외 투자자와 시장을 향해서는 법적 리스크가 통제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전략적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쿠팡의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 2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쿠팡 모회사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6% 이상 급등 마감했다.앞서 쿠팡은 지난 25일 유출자의 자백을 확보하고 해킹에 사용된 장비를 회수했으며, 외부 전송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대해 "민관합동조사단에서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이라며 선을 그은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