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 27일 입장문"심각한 인권침해 인식 못하고 판결""생명보호 의무 위반 문제를 법리 판단에서 제외"
  • ▲ 서해 피살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의 형 이래진(왼쪽)씨와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 ⓒ뉴데일리 DB
    ▲ 서해 피살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의 형 이래진(왼쪽)씨와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 ⓒ뉴데일리 DB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재인 정부의 안보라인 인사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데 대해 유족측이 "사회적 타당성을 상실한 결정"이라며 검찰의 항소를 촉구했다. 

    고(故) 이대준씨 유족측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는 27일 입장문을 내 "국가의 판단과 표현이 초래할 수 있는 고인과 유족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생명 보호 의무를 간과한 채 판결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전원 무죄를 선고한 1심 법원의 판결은 일반인의 평균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합리성의 한계를 현저히 벗어나 사회적 타당성을 상실한 결정"이라며 "1심 법원의 논리는 개인의 사적 의견과 국가의 공식 발표를 동일한 기준으로 취급한 법리 오해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의 공식 발표는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사실상 사회적 진실로 받아들여지기에 피해자와 유가족의 명예와 인격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뿐 아니라 나아가 사건에 대한 인식을 결정한다"면서 "(1심이) '월북 가능성'과 '월북으로 판단한다'는 표현 사이의 질적 차이를 실질적으로 구별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가가 '월북으로 판단한다'는 표현을 반복적·통일적으로 사용한 것은 단순한 의견 표명이 아니라 국가 권위로 사실관계를 단정적으로 규정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아울러 "1심 법원은 형사처벌 판단에만 집중해 국가의 표현 선택이 초래한 인권침해와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문제를 법리 판단의 영역에서 제외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은 이 사건에서 반드시 항소해야 하며 항소심을 통해 고인에 대한 부당한 평가가 바로잡히고 국가의 판단과 대응 과정 전반에 대한 실체적 진실이 온전히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서훈 전 청와대 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서 전 실장 등은 2020년 9월 서해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뒤 시신이 소각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자진 월북한 것처럼 호도한 혐의 등으로 2022년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서 전 실장 등이 이씨의 피살 첩보를 받고도 남북관계 악화를 우려해 이를 은폐하고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내용의 허위 공문서를 작성·배포했다고 봤다. 

    그러나 법원은 이들이 이씨를 자진 월북으로 몰아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미리 특정 결론이나 방향을 정해 놓고 그것에 맞춰 회의를 진행하거나 수사를 계속한 정황을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