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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금품 의혹 특검법을 계기로 야권의 대여 공조가 다시 움직이고 있다. 다만 보수·우파 진영 내부에서는 연대의 출발점으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당원 게시판(당게) 논란 사과'를 먼저 정리해야 한다는 시각도 거론되고 있다.
-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오후 국회도서관 입구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1주년 관련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상윤 기자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통일교 특검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유야무야되거나 수사 방향이 보수·우파 진영을 겨누는 쪽으로 전환되는 상황을 경계하며 기존 공동 특검안의 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공유하고 있다.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분열된 야권으로는 여당에 맞서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도 공감대로 형성됐다.특검을 둘러싼 야권의 경계심은 수사 주도권이 민주당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제3자 추천 방식으로 법원행정처를 제시하며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했지만, 민주당은 헌법재판소나 민변 추천 방식을 거론하며 맞서고 있다.
야권에서는 이를 두고 특검을 통제 가능한 구조로 가져가려는 시도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앞세워 독자적으로 특검법을 처리하면 여권 의혹보다 야권을 겨누는 수사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교 특검은 야권이 다시 한 전선에 설 수 있는 실질적 고리로 기능하고 있다. 계엄·탄핵 국면을 거치며 갈라섰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한 전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를 중심으로 접점 모색이 동시에 거론되는 배경이다. 특검 대응은 정쟁을 넘어 야권 결속 여부를 가늠하는 시험대로 부상했다.
다만 공조의 외형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부 갈등을 정리하지 못하면 대여 공조도 지속력을 갖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 가운데 당 안팎에서는 한 전 대표가 계엄 관련 입장 정리에 앞서 당게 논란부터 정리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계엄 문제는 헌정 질서와 국가 차원의 평가 영역인 반면 당게 논란은 당내 신뢰와 당원 민주주의를 직접적으로 훼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는 이유 때문이다. 특히 한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며 당원 반발이 컸다는 점도 이러한 인식에 영향을 미쳤다.
장 대표의 정치적 위치도 이 문제와 맞물린다.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선출된 장 대표가 당심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선택을 하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갈등 해소의 공은 장 대표가 아니라 한 전 대표에게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당원 여론을 바꿀 수 있는 주체도 한 전 대표라는 점 때문이다.
실제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을 고리로 한 한 전 대표·이 대표와의 연대론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장 대표는 이날 도봉산 입구 인근에서 청소 봉사활동을 한 후 기자들과 만나 이른바 '장·동·석 연대' 가능성에 대해 "지금은 연대를 논하기보다 국민의힘이 바뀌고 강해져야 할 시기"라며 "구체적인 연대를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장 대표가 연대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당의 변화와 내부 정리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당심과 직접 맞닿아 있는 장 대표의 정치적 위치를 감안할 때 향후 연대 논의의 출발점은 장 대표의 결단보다는 한 전 대표가 당내 논란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달렸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당 내에서는 통합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외부 정국과는 별개로 당 내부 신뢰부터 정리해야 한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당게 논란을 대여 공조나 외연 확장과 직접 연결하기보다는 당사자가 책임 있게 정리해야 할 내부 문제로 분리해 보려는 시각도 존재한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2일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서 "한 전 대표가 유감, 사과를 표명하는 선에서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한 전 대표가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적절한 유감이나 사과를 표시하는 등 본인이 정리해 주는 것이 가장 나이스하다"고 말했다.
특검 국면은 야권의 선거 전략과도 직결된다. 통일교 의혹이 확산된 이후 여권 지지율이 흔들렸다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이어지면서 야권 내부에서는 특검을 통해 '여권 책임'을 부각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졌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이 주도권을 놓칠 수 없는 이슈라는 판단도 작용한다. 그러나 내부 갈등이 정리되지 않으면 특검 이슈의 파급력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내부 정비는 선거 전략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야권의 대여 공조를 둘러싼 논의는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놓고 진행되고 있다. 민주당과의 대치 국면에서 공동 대응의 필요성은 거론되지만, 그 전제로 내부 신뢰 문제를 먼저 짚어야 한다는 시각도 공존한다. 통합이나 양보를 말하기에 앞서 당내 현안부터 정리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이 과정에서 장 대표가 당심과 직접 충돌하는 선택을 하기보다는 한 전 대표가 당게 논란에 대해 스스로 입장을 정리하는 방식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통일교 특검을 계기로 형성된 공통 대응이 실제 대여 공조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한 전 대표가 당게 논란을 어떻게 매듭짓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편, 한 전 대표는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장 대표의 필리버스터를 두고 "어제 우리 당 장 대표가 위헌적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막기 위해 장장 24시간 동안 혼신의 힘을 쏟아냈다. 노고 많으셨다.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낼 때"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