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상위 유튜브 채널 분석 결과 … 278곳, AI 저질 영상 '공장화'
  • ▲ 인공지능(AI)이 급조한 저질 콘텐츠 슬롭.ⓒ연합뉴스.
    ▲ 인공지능(AI)이 급조한 저질 콘텐츠 슬롭.ⓒ연합뉴스.
    유튜브에서 AI(인공지능)을 통해 거의 아무 노력 없이 대량 생산한 저질 영상 콘텐츠, 이른바 'AI 슬롭(slops)'이 범람하며 막대한 수익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영상 상당수가 이런 무성의한 AI 콘텐츠로 채워지면서 플랫폼 생태계가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상 편집 플랫폼 카프윙이 전 세계 국가별 유튜브 상위 100위 채널 1만5000개를 분석한 결과, 278개 채널이 사실상 AI로 만든 저품질 영상만을 반복적으로 송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채널의 총 구독자 수는 2억2100만명, 누적 조회수는 630억회에 달했다. 광고 수익만 연간 1억1700만 달러(약 1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별다른 제작비나 인력 투입 없이 AI로 영상을 찍어내는 방식이 하나의 수익 모델로 굳어졌다는 평가다.

    카프윙 측이 신규 계정을 만들어 알고리즘 추천을 실험한 결과도 비슷했다. 초기 추천 영상 500개 가운데 104개, 즉 20% 이상이 AI 슬롭 콘텐츠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3분의 1은 맥락이 없고 자극적인 이른바 '뇌 썩음(brain rot)' 영상이었다.

    슬롭은 AI가 대량 생산한 저품질 콘텐츠를 뜻하는 용어로, 메리엄웹스터가 올해의 단어로 선정할 만큼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화려한 색감과 자극적인 설정으로 판단력이 낮은 어린이 등을 노려 클릭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실제 파키스탄의 한 유튜브 채널은 대홍수라는 참사를 AI 슬롭으로 재구성해 13억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참사마저 클릭 수를 위한 '소재'로 소비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슬롭이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인 만큼, 인터넷 환경은 갖춰졌지만 평균 임금이 낮은 인도·케냐·나이지리아 등지에서 슬롭 제작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에 따라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이 보다 강력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AI가 만든 저질 콘텐츠가 디지털 생태계를 교란하는 만큼, 필터링 강화와 수익 창출 제한 같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다만 유튜브 측은 "AI는 도구일 뿐이고, 고품질 콘텐츠와 저품질 콘텐츠를 만드는 데 동시에 사용될 수 있다"라며 "우리는 제작 방식과 관계없이 사용자들에게 고품질 콘텐츠를 연결해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