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영결식 거행…정보석 진행, 김영철·하지원 추모사 낭독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로 데뷔…역대 최고령 KBS 연기대상 수상
  • ▲ 배우 하지원이 27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故 이순재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 배우 하지원이 27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故 이순재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배우 故(고) 이순재(91)가 유족과 연예계 동료·후배들의 배웅을 받으며 마지막 길을 떠났다.

    지난 25일 새벽 노환으로 세상을 떠난 이순재의 영결식과 발인이 27일 거행됐다. 유족과 후배 배우들은 오전 5시 30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영결식을 열었다. 영결식에서는 정보석이 사회를 맡고, 김영철과 하지원이 추모사를 낭독했다.

    배우 김영철은 추도사를 통해 "어떤 하루를 없던 날로 지울 수 있다면 (25일) 그 날 그 새벽을 잘라내고 싶다. 오늘 이 아침도 지우고 싶다. 거짓말이었으면… 드라마 한 장면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오케이, 컷!' 소리에 툭툭 털고 일어나서 '다들 수고했다. 오늘 정말 좋았어' 해주실 것만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우리에게 연기의 길을 보여주셨지만 그보다 먼저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를 알려주신 분이다. 크게 말하지 않으셔도 선생님 곁에 있으면 방향을 잃지 않았다. 눈빛 하나, 짧은 끄덕임 하나가 후배들에게는 늘 '괜찮다 잘하고 있다'라는 응원이었다"며 "평생 보여주신 삶의 태도, 일에 대한 열정, 사람을 대하는 너그러움과 엄격함이 이제 우리 모두의 마음 안에 자리잡아 앞으로의 길을 밝히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 배우 김영철이 27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故 이순재 영결식에서 헌화하고 있다.ⓒ연합뉴스
    ▲ 배우 김영철이 27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故 이순재 영결식에서 헌화하고 있다.ⓒ연합뉴스
    마지막으로 "이제 모든 무거운 짐 내려놓으시고 편안히 쉬시길 바란다. 저와 많은 후배들은 선생님을 오래도록 기억하겠다. 감사했고 존경했다. 그리고 정말 많이 그리울 거다. 선생님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라고 전하며 눈물의 추도사를 마쳤다.

    2010년 MBC 드라마 '더킹 투 하츠'에서 호흡을 맞췄던 하지원은 "오늘 이 자리에서 선생님을 보내기로 한 사실이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 선생님의 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지금도 어디선가 다시 들려올 것만 같다. 선생님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이셨을 뿐 아니라 연기 앞에서 끝까지 겸손함을 잃지 않고 스스로에게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았던 진정한 예술가셨다"고 말했다.

    이어 "저에게는 배우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행동과 태도로 보여주신 가장 큰 스승이기도 하셨다. 선생님께 배운 마음과 자세를 앞으로의 작품과 삶 속에서 꾸준히 실천해 나가겠다. 작품 앞에서는 정직하게, 사람 앞에서는 따뜻하게, 연기 앞에서는 끝까지 겸손함을 잃지 않는 선생님께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120석 규모의 영결식장은 고인의 후배와 생전 가르쳤던 제자들로 가득 찼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김영철·유동근·최수종·박상원·박웅·정동환·김병옥·이원종·하지원·정준하·정준하·정준호·정일우·정태우·원기준·장성규 등이 함께했다.
  • ▲ 27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배우 이순재 발인에서 유인촌 전 문화체육부 장관, 배우 정동환·박상원 등 연예계 동료들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있다.ⓒ연합뉴스
    ▲ 27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배우 이순재 발인에서 유인촌 전 문화체육부 장관, 배우 정동환·박상원 등 연예계 동료들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있다.ⓒ연합뉴스
    추모사가 끝난 뒤에는 고인이 여러 매체에 출연해 남긴 말을 정리한 영상이 상영됐다. 고인의 나이에 맞춰 91송이의 국화를 헌화했으며, 묵념과 추모가 이어졌다. 운구 행렬은 영결식 후 장지인 이천 에덴낙원으로 향했다. 별도로 마련된 KBS 추모 공간을 방문하지 않았다.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이순재는 4살 때 조부모를 따라 서울로 내려왔다. 호적상으로는 1935년생이다.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뒤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로 데뷔했으며, 약 70년간 영화·드라마·연극 등 400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대표작으로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 '베토벤 바이러스', '허준', '이산',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예능 '꽃보다 할배' 등이 있으며 역대 최고령으로 KBS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고인은 지난해 10월 출연 중이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에서 건강 이상으로 하차한 후 끝내 무대 위로 돌아오지 못했다.

    정부는 1등급 훈장에 해당하는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문화훈장은 문화예술 발전과 국민 문화 향유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하는 훈장이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정부를 대표해 지난 25일 유족에게 훈장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