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유준상·정문성·고훈정·고상호 주연인류 최초 유인 달 탐사선 아폴로 11호 숨겨진 영웅 마이클 콜린스 이야기
  • ▲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 공연 사진.ⓒ컴퍼니연작
    ▲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 공연 사진.ⓒ컴퍼니연작
    "모든 교신이 끊어진 그 순간, 나는 온전히 혼자였고 자신이 태어난 행성을 볼 수 없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감과 만족감이 차올라 기분이 좋아졌다. 그 순간만큼은 우주선을 타고 비행한다기보다 작은 배에 몸을 싣고 밤바다에 홀로 떠 있는 느낌이었다. 하늘엔 별이, 아래엔 까만 어둠이 펼쳐진 그곳에."

    마이클 콜린스(1930~2021)는 닐 암스트롱(1930~2012), 버즈 올드린(1930~)과 함께 "1970년대가 오기 전에 인간을 달에 착륙시키겠다"는 존 F. 케네디의 선언과 인류의 숙원을 이룬 숨은 공신이다. 그는 아폴로 11호에서 사령선인 컬럼비아호의 조종을 맡았다. 암스트롱과 올드린이 1969년 7월 20일 인류 최초로 달 표면을 걸을 때, 콜린스는 사령선 조종사로서 달 궤도를 선회하며 임무를 수행했다.

    궤도를 돌던 우주선이 달의 뒷면을 지나는 48분 동안에는 지구와의 모든 교신이 끊기는 경험도 했다. 그래서 '잊힌 우주비행사', '기억하지 않는 세 번째 주인', '인류 역사상 가장 고독했던 우주인'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정작 본인은 "기분이 참 좋았고 커피도 한 잔 했다"며 쿨하게 반응했다. 아폴로 11호 임무 일지에는 "아담 이래로 누구도 콜린스가 겪었던 고독을 알지 못한다"고 기록됐다.

    마이클 콜린스의 이야기를 1인극 형식으로 풀어낸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Behind the Moon)'이 지난 11일 개막했다. 마이클의 꿈과 사랑, 침묵 속에 빛났던 삶의 궤적을 아름답게 그려내며 관객에게 깊은 울림과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작품은 '2022 창작산실 대본' 공모 선정에 이어 '창작 뮤지컬 어워드 넥스트' 최종 우승작에 이름을 올리며 2024년 쇼케이스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김지호 연출, 김한솔 작가, 강소연 작곡가가 개발 과정부터 참여했으며, 채한울 음악감독과 홍유선 안무감독이 합류했다.
  • ▲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 공연 사진.ⓒ컴퍼니연작
    ▲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 공연 사진.ⓒ컴퍼니연작
    '너를 위한 글자', '라흐 헤스트', '빠리빵집' 등을 쓴 김한솔 작가는 "달 탐사 50주년 행사에서 마이클 콜린스가 연설하는 기사를 봤는데, 닐과 버즈 외에 한 명이 더 있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세 번째 우주인이 있었고, 그가 홀로 달을 밟지도 못하고 뒤편으로 갔다는 걸 알고 흥미로웠다. 평소 실존 인물, 특히 역사적 인물임에도 기억 속에 잊혀지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에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이클에 대해 공부할수록 단단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틱한 요소를 넣긴 했지만 마이클의 용기와 단단함은 보이지 않는 지구에서 사랑하는 가족이 지구에서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을 것이란 믿음에서 나온 것이다. 처음 작품의 키워드는 '외로움'이었는데, 쓰고 나니 외로움이 아니라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공연은 무대 전면을 활용한 LED 영상과 달의 뒤편을 구현한 입체적인 무대, 배우의 움직임과 감정을 섬세하게 비추는 조명이 조화를 이룬다. 4인조 라이브 밴드의 연주가 더해져 무대 위 1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모든 순간을 완벽하게 보여준다.

    김지호 연출은 "극장의 구조가 특이하다. 많은 관객에게 공평하게 장면을 나눠주기 위해 노력했다"며 "달 뒤편에 홀로 남은 마이클의 모습은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대신한다. 마이클이 사람들에게 잊혀졌듯이, 실제 뒤로 사라진 순간이 물리적으로 구현되길 바랐다. 자서전에는 평온했다고 했지만 지구가 보이지 않는 순간 그의 마음이 어땠을까. 그가 내면에 품은 절규, 흐느낌 등 다양한 감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강소연 작곡가는 "전반적으로 따뜻한 이야기다 보니 그 감성에 맞춰서 작곡했다. 달에 간 이야기지만, 저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에 초점을 두고 인물의 감정선과 장면에 따라 톤을 맞추려고 했다. 지구에서는 어쿠스틱하게 편곡했고, 우주적인 모먼트는 우주적인 사운드를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 ▲ 지난 18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열린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 프레스콜.ⓒ신성아 기자
    ▲ 지난 18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열린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 프레스콜.ⓒ신성아 기자
    아폴로 11호의 그림자 속에 머물렀던 고요 속의 항해자 '마이클 콜린스' 역은 2008년 뮤지컬 '즐거운 인생' 이후 17년 만에 소극장 무대로 돌아온 유준상과 함께 정문성·고훈정·고상호가 맡았다. 이들은 각기 다른 해석과 에너지로 다양한 인물과 감정을 표현하며, 대사·몸짓·표정 등 모든 요소를 활용해 1인극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김한솔 작가는 "초고는 5인극이었지만 다 쓰고 나니 콜린스가 극 속에서 잘 드러나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보일 수 있을까 고민하다 콜린스의 깊은 내면에 집중하기 위해 1인극으로 바꿨다. 모두에게 큰 도전이었지만 1인극으로 해야 이야기가 가장 잘 전달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평소 우주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던 유준상은 "지구에 사는 소녀와 105억 광년 떨어진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을 완성하면서 천문 연구원과 과학자들을 만났다. 신기하게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가 끝날 때쯤 재미있는 대본을 찾다가 '비하인드 더 문'을 받게 됐다. 참여하기로 한 이후부터 자주 달과 별을 관측하면서 마이클에 몰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본을 본 순간 내 80대의 마지막 작품은 이거라고 생각했다. 열정적으로 대본을 외웠고, 최근 아프리카 봉사활동을 갔는데 틈만나면 아이들을 보며 노래를 불렀다"며 "전 세계 최초로 아폴로 11호에 대한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목표가 생겼다. 80세까지 이 작품을 연기하는 것이다. 감히 말씀드리겠다. '비하인드 더 문'은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뮤지컬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비하인드 더 문'을 통해 첫 1인극에 도전하는 정문성은 "실컷 연기해보고 싶어서 선택했다. 가장 어려운 점은 연기 상대가 없는 것이다. 상대와 눈을 보고, 마음을 나누면서 거기서 오는 힘과 행복을 많이 느꼈던 사람이다. 관객을 그 대상으로 삼고 90분 동안 사랑이 담긴 이야기를 해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비하인드 더 문' 초연은 2026년 2월 8일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