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버스 운영사, 건조 지연 책임 물어 건조사·설계사에 손해배상 청구핵심 부품 공급 지연 문제 제기된 'K사'만 책임 추궁 대상서 제외내부 문건에는 "부품 누락·도면 수정으로 공정 중단" 수차례 보고건조사들 "배터리 납품 일정만 4차례 미뤄지며 전체 일정 차질""선박 사업 실적 전무한 K사 단독 입찰로 수의계약"
  • ▲ 한강버스주식회사 사무실 입구. 18일 뉴데일리는 질의를 위해 한강버스 운영사를 찾아갔으나
    ▲ 한강버스주식회사 사무실 입구. 18일 뉴데일리는 질의를 위해 한강버스 운영사를 찾아갔으나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며 거절당했다. ⓒ김승환 기자
    '한강버스' 운영사가 선박 건조 지연과 성능 미달 등을 이유로 관련 업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나선 가운데 선박 건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특정 업체가 책임 추궁 대상에서 제외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해당 업체는 한강버스 사업 추진 초기부터 관련 사업 수행 실적이 미미해 조달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 곳이어서 특혜 시비로 번질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20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한강버스 운영사인 '(주)한강버스'는 지난달 30일 한강버스 2척을 건조한 A중공업에 납품 지연을 이유로 약 3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한강버스 측은 다른 2척을 건조한 B중공업에게도 손해배상 청구와 함께 지연 사유를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설계 업체인 C엔지니어링 역시 완성된 한강버스가 계획했던 속도가 나오지 않는 이유에 대한 사유제출 요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선박 건조에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 전기추진체 공급을 맡은 K사는 책임 추궁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K사는 한강버스 8척에 들어간 발전기와 모터, 배터리 등을 독점 납품한 곳이다.
  • ▲ 한강버스를 건조한 한 선박사가 SH공사, 이크루즈에 보낸 공문 ⓒ제보
    ▲ 한강버스를 건조한 한 선박사가 SH공사, 이크루즈에 보낸 공문 ⓒ제보
    ◆ 한강버스 건조사들, K사 추진체 납품 지연 수차례 문제 제기

    이와 관련해 선박 건조사들은 K사가 전체적인 선박 건조 공정 지연에 공동 책임이 있음에도 K사만 책임 추궁 대상에서 빠진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선박 건조사들은 K사의 전기추진체 공급이 지연돼 선박 공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한강버스 측에 수차례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6월 한 건조사가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한 'SH공사'와 '이크루즈'에 보낸 공문에는 "전기 추진 장비 관련 도면 및 정보가 2024년 2월말 최종 접수된 뒤에도 누락·수정이 반복돼 본선 설계·제작 공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다른 문건에도 (K사의)배터리 납품 일정이 5월→6월→7월→8월로 계속 미뤄지면서 공정 전체를 다시 짜야 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건조사들은 해당 보고서에 "수십차례 (선박 건조 지연에 대한)대책회의를 거쳤으나 입고 일정이 또 다시 미뤄져 정상적인 건조가 어렵다"고 적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는 본네트가 있어 엔진 등을 나중에도 설치할 수 있지만 선박에서 배터리 등 전기추진 관련 장비는 선박 아랫부분에 들어가기 때문에 하부 제작부터 진행되는 각 공정에서 높이에 따라 부품이 설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 ▲ 한강버스를 건조한 한 선박사가 SH공사, 이크루즈에 보낸 또다른 문서. 참조인에는 SH공사와 이크루즈가 포함돼 있었다. ⓒ제보
    ▲ 한강버스를 건조한 한 선박사가 SH공사, 이크루즈에 보낸 또다른 문서. 참조인에는 SH공사와 이크루즈가 포함돼 있었다. ⓒ제보
    ◆ 선박 건조 실적 1척 뿐인 K사, 경쟁입찰 없이 단독 수주

    K사는 사업 초기부터 특혜 의혹이 제기된 업체다. 사업 실적이 거의 전무하다시피한 업체가 수십억대 규모 전기추진체 공급권을 경쟁 입찰도 없이 단독 수주했기 때문이다.

    실제 자동차 블랙박스·내비게이션 제조업체에서 출발해 2021년 선박 분야에 진출한 K사는 한강버스 사업 참여 이전까지 제작한 선박이 45인승 1척뿐이다. 선박 건조 경험이 미미한 업체가 199인승 한강버스 8척에 들어가는 전기추진체 공급권을 독점한 것이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선박 발주는 부품 조달까지 선박사에 일임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강버스 사업에서는 전기추진체 공급을 SH공사와 이크루즈가 별도 계약을 맺어 건조사에 공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 카네비모빌리티가 한강버스에 앞서 제작에 참여한 45인승 인천 송도 센트럴커낼호 ⓒ카네비모빌리티
    ▲ 카네비모빌리티가 한강버스에 앞서 제작에 참여한 45인승 인천 송도 센트럴커낼호 ⓒ카네비모빌리티
    본보는 일련의 내용에 대해 한강버스 운영사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고 직접 사무실을 방문했지만 취재를 거부했다.

    초기 사업을 담당했던 SH공사 관계자는 "현재 소관은 주식회사 한강버스"라며 답변을 피했다. 또 이크루즈는 "K사가 사실상 수의계약으로 사업에 참여하게 된 것은 초기 사업이 민간에서 추진될 때 선정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K사 측은 "전기추진체 개발은 제때 이뤄졌고 공급 지연은 정부 성능시험 일정 때문"이라며 "계약서상 공급 지연에 대한 책임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