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불법 구조물' 거론됐지만 실질 논의는 없어美엔 동조, 中엔 립서비스 … 양측 신뢰 잃은 외교
  • ▲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경주 소노캄에서 열린 국빈만찬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경주 소노캄에서 열린 국빈만찬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중국이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사실상 인공섬인 불법 구조물을 건설하며 이른바 '서해공정'을 벌이고 있지만, 1일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에서는 이에 대한 원론적인 합의에도 이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한중 정상회담 종료 후 경주 국제미디어센터 브리핑에서 '중국의 한화오션 제재와 서해 구조물, 한한령 해제 문제에 대한 진전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서로 실무적인 협의를 해 나가자, 소통하면서 문제를 풀어보자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답했다.

    위 실장은 "한화오션 문제에 대해서도 생산적인 논의가 있었고, 미중 무역 분쟁과 연계된 만큼, 미중 간 문제가 풀리면 한화오션 문제도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다"며 "서해 문제와 한한령도 다뤄졌고 좋은 논의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두 정상 간 대화에 대해서는 세세한 소개나 확인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임을 밝혔다.

    상견례 수준에 그친 이번 정상회담에서 서해 구조물 문제를 둘러싼 구조적 제약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중 간 해양 경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업 활동만 허용되는 잠정조치수역(PMZ) 내 인공 구조물 설치는 애초에 협정 위반 소지가 있었다.

    중국은 해당 시설을 '연어 양식장'이라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헬기 착륙장과 관리시설을 갖춘 복합 구조물로 변모했으며 최근에는 인력이 상주하는 정황도 포착됐다.

    익명을 요청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단순 어업 목적이 아니라 군사적 활용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남중국해 인공섬 사례처럼 '민간시설'을 내세운 회색지대 전략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구조물에 대한 한국의 공동조사와 검증 요청에도 조사선을 차단하고 대치 상황을 유발하는 등 협력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현 단계에서 실질적 해결은 어렵다"면서도 "이번 회담에서 한국이 우려를 공식 제기한 것은 의미 있는 첫걸음으로, 향후 실무협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물론 서해공정의 본질이 '내해화' 시도임을 고려할 때, 불법 구조물이 단기간 기정사실화할 위험도 거론된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2~3년 만에 대규모 인공섬을 전략 거점화한 전례가 있는 만큼, 서해에서도 단기간에 유사한 패턴 반복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전직 외교관은 "서해 인공섬 문제에 대해 정상 간 실질적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좋은 논의가 있었다'고만 반복하며 구체적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정상회담 성과가 제한적임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정상회담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외교 기조는 지속적으로 엇박자를 내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서는 미국 중심 세계질서 재편에 동조하는가 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선 중국에 듣기 좋은 이야기만 내놓아 결국 양측 모두에서 신뢰를 잃은 '회색지대 외교'를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