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지스 연구팀, 세계 각국 주요 연구 종합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 유발…연평균 640명 자살 가능성"FDA-제약사 머크 등 적절한 조치 이뤄지지 않아 피해 키워"미용 목적 사용 중단 등 권고…"전세계 수많은 남성이 대가 치러"
  • ▲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 210204 로이터=연합뉴스. ⓒ연합뉴스
    ▲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 210204 로이터=연합뉴스. ⓒ연합뉴스
    남성형 탈모 치료에 널리 사용하는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 제품명: 프로페시아·프로스카)가 우울증, 불안, 자살 충동 등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인식했음에도 미용의약품이라는 이유로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스라엘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메이어 브레지스(Mayer Brezis) 교수는 국제학술지 임상 정신의학저널(The Journal of Clinical Psychiatry)에 발표한 리뷰 논문에서 피나스테리드의 위험성과 의료당국 및 제조사의 안이한 대응을 조명했다.

    논문은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수행한 8개의 주요 연구를 종합했다. 미국, 스웨덴, 캐나다, 이스라엘 등 국가의 건강기록과 미국 식품의약국(FDA) 및 제조사의 내부 문건을 분석했다.

    연구결과 피나스테리드 사용자들은 비사용자보다 우울증, 불안, 자살 충동 등을 경험할 위험이 유의미하게 컸다. 수십만명이 정신건강 문제를 겪었을 수 있으며 일부 사례에서는 약물복용과 관련된 자살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한 해 평균 640명 이상이 자살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피나스테리드는 1997년 FDA 승인을 받아 남성형 탈모치료제를 출시했으며 젊은 남성에게 위험이 낮고 효과가 확실한 약으로 홍보됐다.

    피나스테리드는 테스토스테론이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 남성형 탈모 촉진 물질)로 전환되는 것을 차단하는 약물이다. 그러나 동시에 기분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알로프레그난올론과 같은 신경 스테로이드의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

    동물연구에서는 장기적인 신경 염증, 해마 구조 변화가 관찰됐으며 복용 중단 후에도 수개월에서 수년간 지속하는 '포스트 피나스테리드 증후군'이 보고되면서 단순 탈모 치료약물로만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증후군은 불면, 공황발작, 인지기능 저하, 지속적인 자살 충동 증세를 보인다.

    논문은 FDA와 제약사 머크(Merck)의 대응 지연을 강하게 비판한다.

    FDA는 2011년 우울증 부작용, 2022년 자살 위험성을 라벨에 추가했지만, 의약품 라벨에서 가장 강력한 경고 표시인 '블랙박스 경고'는 적용하지 않았다.

    내부 문서와 연구자료에 따르면 초기 경고 신호가 있었지만, 충분한 관리와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2011년 FDA가 기록한 피나스테리드 관련 자살 사례는 18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전세계 사용량을 고려하면 실제 수치는 수백건에 달할 것이라고 논문은 주장한다.

    또한 제조사는 "무엇보다도 환자 안전이 중요하다"고 밝혔지만, 자사가 주도한 안전성 연구는 전무했다.

    브레지스 교수는 "피나스테리드가 낮은 의학적 필요를 가진 미용 목적 약물로 분류되면서 심각한 부작용에도 규제와 연구가 소홀히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용 목적 약품으로 인해 전세계의 수많은 남성이 심각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면서 "이 약은 생명을 살리는 치료제가 아니다. 단지 '머리카락'에 관한 문제"라고 말했다.

    브레지스 교수 연구팀은 즉각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미용 목적(탈모 치료) 피나스테리드 사용 중단 △시판 후 안전성 연구 의무화 △자살 사례 조사시 약물 복용 이력 체계적 기록 등과 같은 조치를 권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