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차이나가 '코리아'로 택갈이 … 5년간 6500억 원 적발

한국이 중국산 제품 '택(tag)갈이'의 주요 통로국인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산 제품이 한국을 거치면서 '한국산'으로 둔갑하고 있는 것이다. 

29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관세청에서 받은 '불법 우회 수출 적발 현황'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우회해 수출하다가 적발된 건수는 총 103건, 액수는 8382억 원에 달한다. 이중 중국이 적출국(우회 수출 시작국)인 건수는 88건으로 전체의 85%, 금액으로는 6515억 원(77%)에 이른다.

우회 수출은 낮은 관세를 적용 받고자 적출국에서 우회국으로 먼저 보낸 뒤 종착지인 목적국으로 수출하는 방식이다. 관세청은 전 세계적으로 관세 이슈가 부각된 올해부터 우회 수출 적발 통계를 관리하고 있다. 통계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의원은 "우회 수출은 한 마디로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를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로 둔갑시키는 택갈이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산 제품이 우리나라를 우회해 다른 나라로 수출되려다가 적발되는 사례는 최근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0년 15건(433억 원), 2021년 13건(427억 원), 2022년 21건(2104억 원), 2023년 14건(1188억 원), 2024년 8건(295억 원) 등에 불과한 택갈이는 올해 8월까지만 해도 총 17건 2068억 원어치의 중국산 제품 택갈이가 적발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건수는 2배 이상, 금액은 10배 가까이 올랐다. 

특히 우리나라를 우회해 미국으로 가려던 적발 건수는 2020년에 총 4건(68억 원)으로 전체의 14%에 불과했으나, 올해 8월까지만 전체의 75%인 15건(3494억 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박 의원은 "2020년부터 올해까지 적발된 우회 수출품의 85%가 중국산이며, 올해도 중국산 비율이 70%가 넘는다"며 "미중 무역 갈등으로 미국이 중국에 30%의 고관세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 가는 우회 수출품의 절대 다수도 중국산이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출 강국 대한민국이 중국 등 다른 나라의 우회 수출 통로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며 "관세청은 더욱 엄격하고 철저하게 조사해 불법 우회 수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